연세대의료원, 국내 최초 전립선암 중입자치료 시작했다[건강 기상청]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일 03시 00분


건강 기상청-첨단의학의 현장
4월 28일, 60대 비전이 전립선암 2기 환자 중입자치료
금웅섭 교수 “다른 암들과 소수 전이암 환자로 치료 확대”

연세대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 내부에 설치된 중입자 가속기. 광속의 70%까지 중입자를 가속해 중입자치료기에 공급한다. 연세대의료원 제공
연세대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 내부에 설치된 중입자 가속기. 광속의 70%까지 중입자를 가속해 중입자치료기에 공급한다. 연세대의료원 제공
현시대 가장 진보한 최첨단 암 치료술로 알려진 중입자치료가 국내 처음으로 시작됐다. 연세대학교의료원(의료원장 윤동섭) 측은 “4월 28일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60대 비전이 전립선암 2기 환자가 고정형 중입자치료기로 첫 중입자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연세대의료원 연세암병원 측은 첫 중입자 치료 환자와 관련해 “전립선 피막 안쪽에 1.2cm 크기의 종양이 있었으며 림프절과 주변 장기로 전이되진 않았다. 앞으로 3주간 12회에 걸쳐 치료를 받게 되는데, 중입자 조사는 단 몇 분 안에 끝났으며 전체 치료과정 또한 30분이 안 걸렸다. 치료 후 운동이나 여행 등 일상생활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연세대의료원은 지난해 말 총 3000억여 원을 들여 지하 5층~지상 7층, 연면적 약 3만3000㎡ 규모에 외래진료·검사·중입자치료 시설을 갖춘 중입자치료센터를 완공했다. 중입자치료는 암세포에만 중입자(重粒子·탄소 이온) 에너지빔을 정밀하게 조사할 수 있어 기존 방사선치료보다 주변 정상 조직 손상은 훨씬 적은 반면 생물학적 살상 능력은 2~3배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 횟수, 시간, 부작용을 크게 줄이고 치료의 정밀성과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치료 정밀성·효과 극대화, 부작용 최소화
중입자치료센터 내에 있는 가속기 싱크로트론은 탄소 이온을 광속의 70%로 가속해 강력한 에너지빔을 중입자치료기로 보낸다. 가속된 중입자는 인체 내 암 부위에 도달 전에는 20~ 30%의 방사선량만 정상 조직에 전달하고 암 부위에 이르러서는 80~100%에 가까운 방사선량을 전달한다. 정상 조직의 손상은 최소화하고, 암세포에 대한 살상 능력은 폭발적으로 커지는 것이다. 더욱이 중입자는 암세포를 타격한 뒤에는 에너지가 사라져 후면 정상 조직의 피해가 거의 없다. 이러한 중입자의 특성을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고 부른다.

반대로 X선은 피부에서 몸속 암세포에 도달하기까지 80~100%에 가까운 방사선량을 정상 조직에 전달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조정해야 한다. X선이 암세포 뒤에 있는 정상 조직을 손상하는 등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중입자치료는 기존 치료보다 암세포 파괴에 있어서 정확성과 파괴력을 크게 늘리면서도 다른 정상 조직 손상은 최소화함으로써 치료 부작용과 환자가 겪는 후유증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치료 횟수와 기간도 많이 짧아져 환자의 투병 생활 전반에 대한 만족감 역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에는 중입자치료기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가 설치돼 있다. 치료기 도입 자체로만 보면 전 세계에서 16번째이고 국가로는 7번째지만, 하나의 병원이 회전형 중입자치료기 2대를 가진 곳은 연세대의료원이 세계 최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10여 곳으로, 일본 2곳과 독일 1곳 등이지만 회전형은 1대씩밖에 없다. 회전형 중입자치료기는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어느 방향에서든 환자의 암세포에만 정밀하게 집중 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극대화되며, 부작용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홍중식 기자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홍중식 기자
더욱이 연세대의료원 중입자치료기는 기존 치료기에 비해 중입자 조사 부분 스캐닝의 정밀도가 높을 뿐 아니라 호흡 동조 치료가 가능하다. 호흡 동조 치료란 중입자 조사 시에 환자 호흡에 따라 달라지는 종양 위치를 분석해서 방사선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특히 회전형 중입자치료기의 경우 기존 치료기에 비해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워 치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그만큼 회전통을 빨리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의료원 회전형 중입자치료기의 크기는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QST병원·옛 NIRS) 치료기의 60% 정도다.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암은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다. 특히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산소가 부족한 환경의 암세포에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 저산소 암세포는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도 살아남을 만큼 생명력이 강해 100배 이상의 방사선 조사량에도 견디며 항암 약물 역시 침투가 어려워 치료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임상경험 쌓이면 전이 전립선암 치료도”
비전이 전립선암 환자를 상대로 첫 치료를 시작한 고정형 중입자치료기. 연세대의료원 제공
비전이 전립선암 환자를 상대로 첫 치료를 시작한 고정형 중입자치료기. 연세대의료원 제공
중입자치료와 관련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중입자치료센터 설립의 산증인인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를 만났다. 금 교수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일본 QST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 연수를 다녀온 중입자치료 전문가로, 비뇨기암, 소화기암, 피부암이 주요 진료 분야다. 금 교수는 중입자치료센터 곳곳을 안내하며 “중입자치료는 여러 고형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희귀암의 치료는 물론 기존 치료 대비 낮은 부작용과 뛰어난 환자 편의성으로 전립선암 등에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일본의 많은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입자치료를 하고 있는 국가는 어디인가.

“1994년 일본이 가장 빠르게 중입자치료를 시작했다. 이어 독일도 독자적인 기술로 2009년부터 중입자치료를 시작했다. 이후 일본과 독일 기술을 이용한 중입자치료센터를 다른 국가들에서도 갖추기 시작했는데, 이탈리아(2012년), 중국(2014년), 오스트리아(2019년), 대만(2022년)에 이어 우리가 일본 기술을 도입했다. 미국은 2026년부터 메이요클리닉에서 중입자치료를 시작할 계획이다.”

고정형 중입자치료기의 회전통. 360도 회전하면서 중입자 에너지빔을 환자에게 조사할 수 있다. 홍중식 기자
고정형 중입자치료기의 회전통. 360도 회전하면서 중입자 에너지빔을 환자에게 조사할 수 있다. 홍중식 기자
일본에서 특히 중입자치료가 활성화된 이유는 무엇인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국가적 차원에서 중입자치료를 지원한다. 현재 7개 기관에서 중입자치료를 하고 있는데, 이 중 5곳이 국공립 의료기관이다. 중입자치료기 제조회사뿐 아니라 운영 회사도 있어 중입자치료에 대한 기반 기술과 환경이 잘 갖추어진 셈이다.”

일본 중입자치료의 주요 성과라면.

“중입자치료를 받은 췌장암 환자의 2년 생존율이 기존 치료법으로 치료할 때보다 2배 정도 높아졌다. 재발 고위험군 전립선암 환자의 경우 중입자치료가 다른 치료보다 좀 더 효과가 좋다.”

일본은 다양한 전이암에 대한 중입자치료를 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지금은 전이암이 대상은 아니지만 치료 리소스와 환자 데이터 풀이 차고 프로토콜이 만들어지면 시작할 생각이다. 내년 하반기쯤 전이 전립선암도 치료하게 되고 대상 암 종류도 확대될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전이암이 대상이 될까.

“소수 전이, 즉 전이 병변의 개수가 적은 경우는 완치를 목표로 중입자치료를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중입자치료의 대상을 확대해나가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다.”

“올 연말 갠트리 가동, 다른 암종 치료 시작”
회전형 치료기(갠트리)로는 언제쯤 치료를 시작하나.

“갠트리는 설치 후에도 정확한 치료와 환자의 안전을 위해 체크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 과정이 끝나면 전립선암 외 암종 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첫 번째 갠트리는 올해 연말에, 두 번째는 내년 여름쯤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정형 치료기로 첫 치료 대상이 전립선암 환자였다. 물리적 이점이 있나.

“고정형 치료기로는 환자 기준으로 좌측과 우측에서 중입자 조사가 가능하다. 전립선은 몸의 중앙에 위치하고 뒤에는 직장이 있다. 양쪽 측면에서 중입자를 조사하면 직장을 피하고 전립선에만 치료를 집중할 수 있다.”

실제 일본의 경우 중입자치료를 시작한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총 1만580명의 암 환자가 중입자치료를 받았다. 그중 전립선암 환자가 24.7%를 차지했고 그다음이 뼈암(11.5%), 두경부암(9.6%), 폐암(9.2%) 순이었다.

현재 중입자치료 대상 환자의 기준은 무엇인가.

“암의 종류마다 기준이 다르다. 일반적 기준은 전이가 없고 암이 덩어리로 있는 경우다. 중입자치료 대상은 최종적으로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가 판단한다.”

중입자치료에는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 비용이 드나.

“환자마다 상황이 달라서 딱 잘라 말할 순 없다. 최소 5000만 원이라는 언론 보도가 잘못된 건 아니다.”

#2023 trend watch#연세대의료원#전립선암#중입자치료#국내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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