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걸친 물가 상승 때문에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 가격도 치솟고 있습니다. 고성능 스마트폰의 대명사인 애플 아이폰14프로의 경우, 512GB 모델은 200만 원이 넘고, 삼성 갤럭시S23 울트라도 153만 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는데요. 어지간한 고성능 PC 가격과 비슷합니다.
물론 이는 최상위 모델에만 해당되고, 일반 모델은 그보다는 다소 저렴하긴 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가격이 상승했고, 공시지원금 등을 받아도 10만 원에 육박하는 높은 요금제를 써야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가 43개월로 늘어났기도 합니다.
비싼 가격이 결정적인 교체 이유이긴 하지만, 다른 이유인 ‘게임 실행’이 더 이상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최신 모바일 게임을 즐기려면 최신 사양의 스마트폰을 구입해야 했는데, 이제는 최신 스마트폰이 없어도 PC로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모바일 MMORPG의 중심이 PC로 바뀌다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장르는 모바일 버전과 PC 버전을 같이 출시하는 것이 대세입니다. 얼마 전 출시돼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2위까지 오르며 돌풍을 일으킨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나 넥슨의 야심작 ‘프라시아 전기’,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 등 거의 모든 MMORPG들이 모바일 버전과 PC 버전을 동시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에는 PC로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만 모아둔 ‘퍼플’이라는 전용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고요.
장시간 게임 플레이로 레벨업을 해야 하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조작이 불편한 스마트폰보다는 PC로 주로 플레이하고, 스마트폰으로는 여유 시간에 잠깐씩 캐릭터 현황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죠. 특히 PC는 스마트폰보다 성능이 좋기 때문에 4K 해상도 같은 월등한 그래픽 품질을 제공하고, 키보드와 마우스 조합으로 좀 더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PC로 접속된 상태에서 스마트폰으로도 동시 접속할 수 있는 링크 시스템을 지원하는 게임도 늘고 있기에, PC로는 게임 캐릭터가 자동사냥을 통해 열심히 레벨업을 하고, 스마트폰으로는 캐릭터가 죽었을 때 부활시키거나, 물약 같은 아이템이 부족할 때 보충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PC 버전이 없는 모바일 게임은 구글 플레이 게임즈로
모바일 MMORPG처럼 별도의 PC 버전을 지원하지 않는 모바일 게임도 ‘구글 플레이 게임즈’를 활용하면 PC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구글 플레이 게임즈는 안드로이드로 발매된 게임들을 PC에서도 실행할 수 있게 지원하는 구글 공식 프로그램으로, 현재 베타 테스트가 진행 중입니다.
과거에는 안드로이드 앱을 PC에서 실행할 수 있는 ‘블루스택’, ‘녹스’ 같은 앱플레이어를 주로 활용했는데, 비공식 앱이다 보니 여러 가지 불안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게임사가 앱플레이어를 차단하는 경우도 있고, 문제없이 실행되다가 게임이 업데이트되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하지만 구글 플레이 게임즈는 구글이 공식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라 훨씬 안정적입니다. 현재는 베타 테스트 단계라 이를 지원하는 게임이 많지 않지만, 정식 버전이 출시되면 지원 게임은 대폭 늘어나리라 예측됩니다.
비싼 스마트폰을 게임으로 혹사시킬 수 없다
이렇게 게임 개발사가 모바일 게임을 PC로 실행하는 걸 선호하게 된 이유는,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플레이에 좀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입니다. 오랜 시간 게임에 접속할수록 레벨이 빨리 오르는 MMORPG 장르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게임도 일일 퀘스트 등을 통해 이용자를 좀 더 오랜 시간 게임에 붙잡아 두려 하고 있습니다. 게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수록 결제 확률도 높아지니까요.
다만 이렇게 스마트폰으로 오랜 시간 게임을 실행하면, 값비싼 스마트폰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게임은 스마트폰 앱 중에서 가장 높은 사양을 요구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오랜 시간 게임을 실행하면 심한 발열 현상으로 인해 AP(스마트폰의 주요 프로세서)에 무리가 갈 수도 있고, 배터리 성능도 급격히 저하될 수 있습니다. 큰 마음먹고 100만 원 넘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입했는데, 게임 때문에 수명이 줄어드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길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것이 모바일 게임의 강점이지만,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는 PC로 하고, 스마트폰으로는 짬짬이 게임 진행 상태를 확인하는 정도가 이후로는 보편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으로 자리잡으리라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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