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73년 3월 의대에 입학을 했으니 올해 50년이 됐다. 현재는 베트남 다낭 주이떤대에서 의술을 전수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의사로서는 ‘어떤 의사가 훌륭한 의사인가’라는 질문에, 교수로서는 ‘어떻게 후학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답을 찾아온 세월이었다. 그 답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의사의 역할은 생명을 살리고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당연히 실력을 먼저 갖춰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따뜻한 인간성을 갖춰야 한다. 질병에 대한 이해와 함께 전인적인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양의학은 질환이나 장기 중심으로 인간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따뜻한 인간성을 지닌 훌륭한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의학교육에서 인성교육이 강조되어야 할 이유다.
가정교육이나 공교육에서 공통으로 다루어야 할 내용이 있다면 우선 △사랑 △공동선 △정직 △덕 △윤리 △성실 △시간 등과 같은 다소 추상적이지만 우리 삶을 지탱하는 가치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의사로서 삶과 죽음의 순간을 가까이 지켜보면서 이런 가치의 중요성을 더욱 느끼게 된다. 현실적으로는 이를 가르친다는 것이 공허하게 들릴 수 있으나 국가 차원에서 지혜롭게 한 걸음씩 접근해 가면서 풀어 나가야 된다. 이런 인성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는 것은 희망적이다.
기본적으로 가정과 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의학교육에서도 의료윤리 등 인성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인성교육을 제외한 지식 암기만으로 훌륭한 의사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의료 현장에서 입증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발달로 진료실과 수술실에서 의료윤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AI는 정확하고 효율적인 판단을 내릴 뿐,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환자의 생명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윤리적인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의사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인성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근 국내 의료계의 현안인 필수 의료 인력 부족, 간호법 등과 관련된 직역 갈등, 전 국민 의과대학 선호 등의 현상을 바라보면서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한 해법은 없는가’ 스스로 반문해 본다.
문득 드는 생각은 이러한 사회 갈등들이 어떻게 보면 올바른 가치관 상실의 결과로,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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