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뒤 화성에 인류 보낸다는 일론 머스크의 거대한 도전

  • 주간동아
  • 입력 2023년 5월 20일 16시 20분


‘스타십’ 타고 2029년 화성 첫발 목표… 2050년 100만 명 규모 자급도시 계획

2029년 인류의 화성 진출을 위한 주력 우주선인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4월 20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에서 첫 지구 궤도 시험비행에 나섰지만 이륙한 지 4분여 만에 폭발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 측은 로켓이 계획된 궤적을 벗어날 경우 지상의 사람이나 구조물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고자 스스로 폭발하는 메커니즘인 비행종료시스템(FTS)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스페이스X가 구상하는 화성 도시 개념도. [스페이스X]
스페이스X가 구상하는 화성 도시 개념도. [스페이스X]


빨리 실패, 빨리 개선
스타십은 추진체가 들어 있는 대형 연료탱크인 슈퍼 헤비 부스터와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선체로 이뤄져 있다. 이륙 후 하부인 슈퍼 헤비 부스터에 있는 엔진 33개 중 일부가 고장 나면서 로켓 시스템의 분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최대 기계적 응력을 받는 비행 지점인 ‘최대 Q’를 통과했으나 39㎞ 고도에서 불덩어리로 비행을 끝낸 것이다.

빌 넬슨 미국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스페이스X에 축하 인사를 건네며 “역사를 통틀어 모든 위대한 업적에는 어느 정도 계산된 위험이 필요하다”면서 “큰 위험에는 큰 보상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타십은 올해 예정된 민간 우주여행에서 탑승객 11명을 싣고 달 여행을 떠나기로 예정돼 있다. NASA 또한 스페이스X의 스타십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빠르면 2025년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키기 위해 스페이스X와 29억 달러(약 3조86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그동안 스타십의 일부 기능이 테스트됐으나 4월 발사는 스타십의 전체 분리를 진행하는 최초 통합 시험비행이었다. 이번 폭발은 머스크의 가장 큰 야망인 ‘우주로 사람들을 운송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먼 미래인지를 알게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스타십 폭발 이후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올해 안으로 스타십을 우주 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못 한다면 내년엔 확실히 가능하다. 화성, 우리가 간다!”고 적었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로켓 스타십이 4월 20일(현지 시간) 엔진 이상으로 이륙 후 4분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스페이스X]
스페이스X가 개발한 로켓 스타십이 4월 20일(현지 시간) 엔진 이상으로 이륙 후 4분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스페이스X]
물론 상업용 로켓이 첫 발사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스페이스X의 첫 번째 로켓인 팰컨(Falcon) 1 또한 3번의 실패 후 네 번째 시도에서 마침내 궤도에 도달했다. 무엇보다 테스트에 대한 스페이스X의 철학은 다소 비범하다. 문제가 있으면 빨리 실패하고 원인을 찾아 다음번 로켓에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 NASA 같은 전통적인 조직이 발사를 시도하기 전 가능한 문제들을 신중하게 식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는 것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스타십으로 화성에 인간 운반
스페이스X는 2002년 창립 이래 20여 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우주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머스크는 화성 진출과 더 저렴한 우주여행 실현을 목표로 팰컨 9 및 팰컨 헤비 로켓, 크루 드래건 우주선, 스타십 등을 개발해왔다. 팰컨 로켓은 민간기업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화물을 발사하는 최초 로켓이 됐다. 팰컨 9 또한 놀라운 발전으로 인공위성은 물론, 화물과 사람을 우주로 보내고 있다. 크루 드래건 우주선 또한 유인우주선으로 설계된 최초 민간 우주선으로, 우주비행사를 ISS로 운송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스타십은 달과 화성에 인간이나 화물을 운반하는 로켓으로, 화성 진출에 필요한 주력 우주선 역할을 할 예정이다. 머스크가 화성 식민지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핵전쟁이나 소행성 충돌로 지구가 멸망할 경우에 대비해 인류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머스크는 2005년 코드명 ‘BFR’(Big Fucking Rocket)이라는 거대한 로켓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스타십 개발을 추진했다. 화성 진출 계획에서 대형 로켓 개발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구에서 화성에 이르는 장거리 우주여행에 최대한 많은 인원을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십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지금까지 개발된 로켓 중 가장 강력한 로켓이 된다. 높이 약 120m에 무게 490만㎏, 탑재량은 최대 150t에 달한다. 수십 명을 수송할 수 있는 탑재량이다. 또 스타십의 지름은 9m로, 지름이 6.5m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보다 더 큰 초대형 망원경도 운반할 수 있는 넉넉한 크기다.

스타십에 장착된 랩터 엔진. [스페이스X]
스타십에 장착된 랩터 엔진. [스페이스X]
스타십 부스터는 33개의 개별 랩터(raptor) 엔진으로 구성돼 있다. 스페이스X는 그동안 팰컨 로켓 등에 들어가는 엔진 성능을 높이고자 연구에 힘써왔다. 랩터 엔진은 기존 팰컨 로켓에 비해 추력(발사체를 밀어 올리는 힘)을 3배 이상 생성한다. 그 결과 스타십은 50여 년 전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낸 로켓 새턴V와 비교하면 2배 이상인 약 7700t의 추력을 낸다. 최근 NASA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발한 신형 대형 로켓 SLS가 4000t, 스페이스X의 또 다른 로켓 팰컨 헤비가 약 2230t의 추력을 내는 데 비해 월등한 성능이다.

연료 충전 도전 과제
크루 드래건 우주선에 탑승한 우주 비행사들. [스페이스X]
크루 드래건 우주선에 탑승한 우주 비행사들. [스페이스X]
스페이스X는 로켓 개발에 ‘재사용’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팰컨 9 로켓은 발사 후 일부만 지구로 돌아오는 반면, 스타십은 완전히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발사 후 슈퍼 헤비가 선체 부분과 분리돼 다시 사용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지상에 착륙하는 것이다. 그동안 스타십은 자체 엔진을 점화해 사람이나 인공위성, 또는 화물을 궤도로 운반했다. 또한 스페이스X는 우주로의 이동 비용을 한층 저렴하게 만드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던 기존 우주여행을 민간 상업업체가 주도하면서 다양성을 추구하고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NASA의 SLS는 한 번 발사하는 데 약 41억 달러(약 5조4500억 원)가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스페이스X에 따르면 스타십은 한 번 발사에 최소 100만 달러(약 13억3000만 원)까지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의 목표는 인류를 다중행성종(Multiplanetary Species)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머스크는 화성 같은 새로운 행성에 기지를 세울 수 있다면 인류가 지구를 떠나서도 존속 가능하다는 SF적인 상상을 구체화해왔다. 자체 우주기술로 먼저 달에 진출한 뒤 이르면 2029년 인류가 화성에 첫발을 내딛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빠르면 2050년까지 화성에 자급자족이 가능한 100만 명 규모의 도시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초강력 로켓인 스타십은 무엇보다 넉넉한 탑재 규모로 먼 우주로의 접근성을 열어준다. 한 번에 100명 이상을 우주로 실어 나르고, 그곳에 도시를 세우는 데 필요한 화물 100만t을 빠른 기간 내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면 SF영화에서나 상상했던 화성으로의 거주지 이동이 가능할 수 있다.

심우주에서 우주선에 연료를 보급할 방법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미세 중력 환경에서 로켓에 연료를 보급하는 작업은 이전에 수행된 적이 없으며, 사용되는 초저온 추진제는 몇 가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스페이스X가 로켓 추진체를 액체 수소와 메탄 등을 연료로 사용하고 재발사되도록 설계한 것은 우주 진출을 위해 구현한 까다로운 기술이다. 그렇게 된다면 태양계 주변에 연료 보급 창고를 설치하고 행성에서 행성으로 이동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그윈 숏웰 스페이스X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산업 콘퍼런스에 참석해 “우주에서 연료 보급은 확실히 어려운 일”이라며 “로켓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일 다음으로 연료 재충전은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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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390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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