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과 경기 침체, 각종 지정학 위험의 여파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를 멈췄다.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꾸준한 증가에서 감소 추세로 바뀐 가운데,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시장에서 철수하는 기업이 속속 나온다. 업계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 업황과 체질이 바뀌면서, 기업들의 변화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조사기업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2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을 약 12억 4,000만 대로 집계했다. 2021년 세계 판매량 약 13억 9,100만 대, 2019년 세계 판매량 약 14억 7,900만 대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 원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몰고 온 전자 제품의 수요 감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무역분쟁이 부른 주요 부품 수급난이 꼽힌다. 여기에 최근에는 세계 경기 침체까지 겹쳤다.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기업간 점유율 경쟁은 더욱 심해졌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양강 체제를 굳힌 가운데,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세계 곳곳의 스마트폰 기업들은 제품군을 줄이거나 사업을 중단한다.
중국 기업 ‘오포(Oppo)’는 유럽 각지에서 다른 기업과의 특허 분쟁을 벌인다. 그 결과 독일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어 오포는 2023년 5월, 2019년부터 시작한 스마트폰 전용 칩 개발 사업을 중단하고 관련 법인을 해산한다고 밝혔다. 오포는 주연산장치(CPU)와 그래픽 처리 장치(GPU) 등 고급 스마트폰 전용 칩을 개발하려고 지금까지 14억 달러(약 1조 8,538억 원)를 투자했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스마트폰 시장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중국 가전 업계의 거두 ‘그리(Gree)’도 올 5월 스마트폰 사업부를 정리했다. 2015년부터 스마트폰을 생산한 그리는 우선 중국 샤오미를 제치고, 나아가 애플 아이폰 수준의 고급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국인 중국 시장에서조차 낮은 점유율을 나타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자, 그리는 수익 확보를 이유로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일본 스마트폰 기업도 시장에서 속속 철수 중이다. 세계 시장에서 유효한 점유율을 기록하지 못했고, 자국에서의 판매량도 줄어들고 있어서다. 공교롭게도, 일본 스마트폰 기업들 역시 중국 스마트폰 기업처럼 올 5월에 사업 중단 소식을 알렸다.
일본 가전 기업 ‘발뮤다(Balmuda)’는 2021년 11월부터 공급한 발뮤다 폰의 판매 성적이 매우 저조하다며, 스마트폰 사업을 5월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발뮤다 폰의 후속 제품을 포함해 모든 사업을 종료하되, 이미 판매한 발뮤다 폰의 소프트웨어와 보안 업데이트 등 후속 지원은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발뮤다는 스마트폰 사업 때문에 수십억 엔(약 수백억 원) 상당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일본 기업 ‘교세라(Kyocera)’도 5월부터 개인용 휴대전화(스마트폰 포함)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교세라는 1989년부터 휴대전화를 만든, 저력 있는 기업이다. 내구성이 강한 터프니스 스마트폰 ‘듀라포스(DuraForce)’ 시리즈를 앞세워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으나, 2023년 2월 기준 약 22억 7,000만 엔(약 214억 원) 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교세라는 수요가 있는 기업용 스마트폰 부문을 제외하고 개인용 휴대전화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세계 스마트폰 기업들의 사업 재편과 시장 철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판매량을 끌어내린 여러 악재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데다, 세계 경기 침체가 깊어지며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어서다. 세계 소비자들이 오래 쓰는 고급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까닭에 중저가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조사기업 캐널리스(Cnalysis)는 "세계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노동 시장 영향이 스마트폰 시장의 잠재력을 제한할 것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2023년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데 주력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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