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죽고, AI 빛나고, ESG는 여전…컴퓨텍스에서 확인한 트렌드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5월 31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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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IT 박람회인 컴퓨텍스가 지난 30일부터 대만 타이베이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 컴퓨텍스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취소된 지난 2020년 행사나 온라인 진행 및 방역을 위한 출입국 규제 등으로 사실상 반쪽짜리로 진행됐던 2021년, 2022년과 달리 3년 만에 온전한 형태로 열렸다. 주요 글로벌 업체들도 모두 참여한 만큼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IT 업계 최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컴퓨텍스 2023이 열린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제1전시관. 출처=IT동아
컴퓨텍스 2023이 열린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제1전시관. 출처=IT동아

이번 컴퓨텍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첫 번째 변화는 메타버스의 위기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가장 뜨거웠던 키워드지만 컴퓨텍스 2023에서는 존재감이 옅었다. 제1전시관 4층에 메타버스 섹션을 별도로 명시해 두고 있었지만 눈에 띄는 제품이나 업체를 찾기 힘들었다.

그나마 대만 시스템 온 모듈(SoM) 업체인 조진(Jorjin)만이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용 글라스와 헤드셋 등의 제품을 전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업용 제품과 산업용 솔루션이라, 일반 소비자용 메타버스 제품이나 서비스 관련 전시는 크게 눈에 띄는 곳이 없을 정도로 수가 적었다.

메타버스 관련 제품은 일부 산업용 AR 글라스 제품 등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었다. 출처=IT동아
메타버스 관련 제품은 일부 산업용 AR 글라스 제품 등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었다. 출처=IT동아

마이크로소프트나 메타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발을 빼거나 주춤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들조차 부재한 컴퓨텍스에서 메타버스의 존재감은 옅을 수밖에 없었다. 올해 안으로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애플의 AR 헤드셋만을 불씨를 되살려줄 구세주처럼 바라보고 있다는 업계 상황이 피부로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반면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공지능(AI)은 이번 컴퓨텍스에서도 화제의 중심이었다. 가장 큰 수혜자라 할 수 있는 엔비디아는 단연 올해 컴퓨텍스의 주인공이라 할만했다. 챗GPT를 필두로 한 대규모 언어 모델, 생성형 AI 열풍 덕분에 AI 연산에 필요한 엔비디아의 GPU 수요도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마침 컴퓨텍스가 열린 지난 30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뉴욕 증시에서 장중 한때 시총 1달러를 넘긴 건 우연이 아닌 셈이다. 뉴욕 증시에서 시총 1조 달러를 넘긴 이른바 ‘1조 달러 클럽’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이 유일하다. 엔비디아가 여기에 들면 반도체 기업으로서는 최초다. 엔비디아는 이번 컴퓨텍스에서 여세를 몰아 대용량 메모리 AI 슈퍼컴퓨터인 DGX GH200를 발표하고, 자체 AI 슈퍼컴퓨터인 엔비디아 헬리오스도 구축해 올해 안에 가동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1전시관 1층에 마련된 기가바이트 부스. 출처=IT동아
제1전시관 1층에 마련된 기가바이트 부스. 출처=IT동아

소비자용 PC 시장에서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요 PC 부품 제조사들도 AI 열풍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특히 기가바이트는 소비자용 제품 전시가 주를 이룬 난강 제1전시관 4층에 부스를 따로 두지 않고, 기업용 제품 및 솔루션 등이 주로 자리잡은 1층에 부스를 마련했다.

부스 구성도 전체 4면 중 1면만 게이밍 노트북, 그래픽카드 등 일반 소비자용 제품에 할애하고 나머지 공간을 슈퍼 컴퓨터를 위한 HPC 제품과 데이터센터 솔루션 등으로 채워넣었다.

제1전시관 1층에도 따로 부스를 낸 MSI. 출처=IT동아
제1전시관 1층에도 따로 부스를 낸 MSI. 출처=IT동아

MSI도 일반 소비자용 제품을 전시한 제1전시관 4층 부스와 별개로 마련한 1층 부스에서 AioT 및 자율주행 로봇을 위한 시스템 등을 전시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업들의 의무처럼 자리 잡은 ESG는 올해 컴퓨텍스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키워드였다. ESG는 원래 친환경, 윤리경영, 사회적 책임을 포괄하는 말이지만 기후 위기로 인해 친환경 가치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사실상 기업의 친환경 행보와 동의어로 취급되기도 한다.

제품 소개 팻말을 골판지로 만든 에이서. 출처=IT동아. 출처=IT동아
제품 소개 팻말을 골판지로 만든 에이서. 출처=IT동아. 출처=IT동아

이번 컴퓨텍스에서 주최 측은 ‘ESG 고’라는 캠페인을 통해 친환경 행보에 동참하는 기업들을 조명하기도 했다. 100% 재생 에너지 달성을 위한 협약인 RE100 동참 기업을 비롯하여, 글로벌 금융기관이나 정부 등으로부터 지속가능성 관련 인증을 받은 참가 업체들의 부스에는 ‘그린 부스’를 나타내는 팻말이 붙었다. MSI, 에이서, 에이수스, 기가바이트, 벤큐를 포함한 18개 기업이 그린 부스로 지정됐다.

벤큐는 부스 전체를 '지속가능한 행사 관리'를 위한 국제 표준을 따라 구성했다. 출처=IT동아
벤큐는 부스 전체를 '지속가능한 행사 관리'를 위한 국제 표준을 따라 구성했다. 출처=IT동아

일부 기업들은 여기에 호응해 부스 전체를 친환경 콘셉트로 꾸미기도 했다. 가령 에이서는 제품 소개를 위해 세워두는 팻말을 플라스틱이나 아크릴 소재가 아닌 골판지로 만들어서 눈길을 끌었다.

벤큐는 부스 자체를 국제표준협회에서 지정한 ‘지속가능한 행사 관리’(ISO 20121)에 따라 구성했다. 부스 디자인에 100%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종이 브로슈어의 90%를 디지털 브로슈어로 대체했다. 이외에도 전시에 사용한 소재의 90%, 증정품 70%를 지역에서 구매하며 지역 상생의 의미도 담았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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