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시가관 스태티스타(Statista)가 집계한 2022년 4분기 노트북 프로세서 점유율은 인텔이 76.7%, AMD가 23.2%를 차지했다. 2020년 초 인텔의 점유율이 86%였던 점을 고려하면 비교하면 실제 판매량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지난 2년 사이 AMD 점유율이 꾸준히 오른 이유는 인텔이 프리미엄 및 게이밍 노트북 시장에 집중할 때, AMD는 보급형 노트북 시장을 공략해 온 덕분이다. 보급형 노트북은 가격이 낮고 성능도 부족하지만, 가격대 성능비만 높으면 브랜드를 불문하고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2023년 6월 보급형 제품에 탑재되는 AMD의 저전력 노트북 프로세서는 4코어 8스레드 구성의 라이젠 3 7320U 및 7330U나 6코어 12스레드 구성의 라이젠 5 7530U, 8코어 16스레드 이상의 라이젠 7 7730U 제품 등이 있다. 가격은 성능에 따라 40만 원대에서 60만 원대부터 시작하며, 합리적인 가격대와 성능을 찾는 이들에게 인기다. 어떻게 AMD 라이젠 노트북이 보급형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지, AMD 라이젠 5 7530U를 탑재한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슬림 5 라이트(모델 명 14ABR8)로 실사용 성능을 살펴봤다. 6코어 12스레드 구성의 AMD 라이젠 5 7530U 탑재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슬림 5 라이트(이하 아이디어패드 슬림 5L)는 6코어 12스레드 구성의 AMD 라이젠 5 7530U 프로세서를 내장한 14인치 노트북이다. 프로세서는 옵션에 따라 7530U 이외에도 7730U를 탑재한 모델도 있다. 그래픽 카드는 별도로 없이 프로세서에 내장된 AMD 라데온 그래픽스를 활용하며, 3200MHz로 동작하는 DDR4 16GB 메모리가 보드에 장착돼 있다. 해당 제품명에 라이트(Light)가 붙은 이유는 동일하게 14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아이디어패드의 1.39~1.45kg보다 가벼운 1.17kg이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는 14인치 FHD(1920x1080) 해상도를 사용해 웹 서핑이나 문서 작업 등에 무난한 수준이고, 미 육군 납품 규적인 밀스펙(MIL-STD 810H) 테스트를 통과해 내구성이나 신뢰성도 상당하다. 외부 입력 인터페이스는 좌측에 USB 3.2 단자와 HDMI 1.4b 단자, 충전 및 디스플레이 연결을 모두 지원하는 USB-C형 단자, 오디오 단자를 갖췄고, 반대쪽에 SD 슬롯 및 USB 3.2 단자가 각각 배치됐다. 80만 원대 제품이지만 FHD 해상도 웹캠과 지문 센서를 적용한 점이 돋보이며, 돌비 오디오가 적용된 두 개의 1.5W 스피커와 백라이트 키보드를 갖췄다.
문서 작업은 물론 사진·영상 편집도 안정적인 성능
아이디어패드 슬림 5L의 실사용 성능은 어떨까? 우선 아이디어패드 슬림 5L 시스템 성능을 일관성 있게 환산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PC마크 10 테스트를 진행했다. PC마크 10 테스트는 앱 실행 속도나 화상 회의, 웹 브라우저의 실행 속도를 확인하는 에센셜과 엑셀, 워드 등 문서 속도를 측정하는 생산성, 사진 및 렌더링 속도, 영상 처리 성능을 확인하는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션 항목으로 나뉘며, 각 항목별 점수를 다른 장치의 결과와 상대평가할 수 있다.
해당 결과에서 AMD 라이젠 5 7530U 16GB가 획득한 점수는 에센셜 1만894점, 생산성 9천921점,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션 5천680점이다. 별도의 그래픽 카드가 없다 보니 사진 편집이나 렌더링, 시각화 작업, 비디오 편집 성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대신 앱 실행 속도나 화상회의, 웹 브라우징 성능은 괜찮은 수준으로 나왔다.
영상 인코딩 프로그램인 핸드브레이크(HandBrake)를 활용해 2분 13초, 1.8GB 용량의 4K 영상을 H.264 코덱 기반의 FHD 30프레임 영상으로 변환했다. AMD 라이젠 5 7530U로 변환에 걸린 시간은 5분 13초로, 사무 용도나 스마트폰 영상 편집 정도에 적합한 수준이다. AMD 라이젠 5980HS의 경우 동일 테스트에서 1분 50초가 소요되었으며, 인텔 12세대 코어 i7-1260P를 탑재한 미니 PC는 4분 28초가 소요됐고, 인텔 13세대 코어 i7-1360P를 탑재한 미니 PC는 3분 29초가 소요됐다.
물론 그래픽 성능도 과거의 보급형 노트북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큼 향상됐다. 최소 사양이 인텔 코어 i7-8550U 및 UHD 그래픽스 620인 토탈 워 사가:트로이를 실행하고, FHD 해상도에서 대다수 옵션을 끄기 혹은 기본형으로 설정한 다음 벤치마크를 실행했다. 해당 테스트에서 AMD 라이젠 5 7530U은 초당 약 27.5프레임을 제공해 무난한 플레이 성능을 보여주었다. 이 정도면 캐주얼 및 아케이드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카운터스트라이트 등의 저사양 게임은 무리 없이 돌릴 수 있다.
배터리 성능은 예상보다 우수하다. 보급형 노트북들의 경우 단가와 무게를 모두 줄이기 위해 배터리 용량이 적고, 이로 인해 실사용 성능이 짧다. 아이디어패드 슬림 5L의 배터리는 47Wh로 많지도, 적지도 않은데, 프로세서의 저전력 성능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 실사용 시간이 제법 길다. 전원 구성을 최적의 전력 효율성으로 두고, 밝기를 50%로 줄인 다음 PC마크 10의 모던 오피스 배터리 테스트를 실행했다.
해당 테스트는 앱 실행과 사진 및 영상 편집, 화상회의, 문서 편집, 3D 렌더링 등을 반복 수행해 얼마나 오랫동안 실사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아이디어패드 슬림 5L의 배터리가 1% 남을때까지 소요된 시간은 13시간 30분으로 여타의 프리미엄 급 제품들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상대적으로 실사용 성능이 떨어진다는 차이는 있지만 보급형은 배터리도 작다는 인식을 벗어난 결과를 보여주었다. 성능부터 배터리, 무게 효율까지 균형 잡힌 노트북
아이디어패드 슬림 5L은 가격대 성능비는 물론, 실사용 성능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제품이다. 6코어 12스레드를 기반으로 사진이나 FHD 영상 편집 등의 작업은 충분하고, 배터리 성능도 안배하기에 따라 최장 12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14인치 디스플레이와 USB 및 HDMI, SD 슬롯 등도 작업의 편의성을 도와주고, HD가 아닌 FHD 해상도 웹캠을 탑재한 부분도 마음에 든다. 대신 키보드 간격이 좁아 오탈자가 조금 발생하는데, 이 부분은 사용하면서 익숙해져야 한다.
가격은 운영체제 미포함에 16GB, 512GB 저장 용량 제품이 82만 원대부터 시작하고, 운영체제를 탑재한 모델이 91만 원대다. 동일하게 7530U를 탑재한 제품이 5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가격대 성능비까지는 아니지만, 제품 구성이나 완성도, 품질, 배터리 성능 등을 생각하면 납득할만한 가격대다. 게다가 동급의 저가형 제품이 아닌 1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가격대다. 가볍고 오래가면서, 합리적인 가격대 성능비까지 고려한다면 선택지에 넣어둘 만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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