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타액 등 환경 DNA도 수집
생물종 개체수 변화 알 수 있어
전 세계 수천 개 달해 활용 기대
전 세계에 설치된 대기질 측정 장치가 전 세계 생물종 다양성 변화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기오염 물질에 포함된 DNA 등 유전물질을 분석하면 어느 지역에서 어떤 생물종이 살고 있으며 어떤 생물종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천이나 바다를 제외한 육지에 사는 생물종을 모니터링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엘리자베스 클레어 캐나다 요크대 교수가 이끈 국제공동연구팀은 동식물의 DNA 등 유전물질이 전 세계 대기질 측정 장치로 수집되고 있으며 이 장치가 생물종 다양성 데이터 보관소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5일(현지 시간)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공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영되는 대기오염 물질 모니터링 장치는 수천 개에 달한다. 이들은 대기 중 중금속을 포함한 미세먼지, 대기오염 기체 등의 농도를 주기적으로 측정한다.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머리카락 파편이나 조류의 깃털 파편, 동물의 타액 비말, 꽃가루 등 대기에 포함된 환경 DNA(eDNA)를 수집하고 있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영국 런던 퀸스메리대 연구진이 런던의 공원과 에든버러 외곽 시골에 위치한 두 곳의 대기질 측정소에서 수집한 eDNA를 분석한 결과 오소리, 올빼미, 고슴도치 등 180종 이상의 균류, 곤충, 포유류, 조류, 양서류의 존재가 확인됐다. 쐐기풀, 밀, 대두, 양배추 등 식물의 eDNA도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대기질 측정소가 있는 지역의 생물종 다양성을 모니터링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면 국가 규모의 정밀한 생물종 다양성 데이터맵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클레어 교수는 “생물종 다양성 감소와 일부 생물종의 멸종위기는 과학자들의 오랜 관심사”라며 “육지에 사는 생물종 다양성을 모니터링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eDNA 관련 데이터 수집이 대기질 측정소 본연의 임무인 대기질 모니터링 기능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 기존 동물 추적 연구에 활용됐던 음향·카메라 장비나 동물 체내에 주입하는 추적기 등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유럽과 아시아, 북미 등에서 운용되고 있는 대기질 측정소 일부는 수십 년 동안 운영됐기 때문에 축적된 eDNA 데이터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진은 “대기질 측정 관련 네트워크가 매우 잘 구축돼 있으며 대기환경 분야 외에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잠재력을 확인한 점은 고무적”이라며 “장기간에 걸쳐 많은 수의 대기질 측정소가 수집한 eDNA 데이터를 분석할 경우 생물종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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