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벽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면서 좌심실의 구조를 변형시키는 ‘비대성 심근병증’이 젊은 층의 돌연사를 유발해 왔다는 전문가 경고가 11일 제기돼 사회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최근 비대해진 심장근육에 직접 작용하는 먹는 약이 국내 처음으로 허가돼 다양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비대성 심근병증(HCM, Hypertrophic cardiomyopathy)은 심장벽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면서 혈액이 온몸으로 나가는 부위인 좌심실의 구조를 변형시키는 희귀 심장 질환이다. 심할 경우 두꺼워진 심장 근육이 좌심실 유출로를 막아 혈류가 차단되는 폐색성(oHCM)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심장 근육의 수축력은 증가하는 반면, 이완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신에 충분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 심장의 기능과 구조에 이상 증상이 발현되면 심할 경우 계단 오르기, 달리기 등의 가벼운 동작이나 신체 활동을 할 때도 호흡곤란, 협심증, 부정맥, 실신, 심부전 등 다양한 증상을 경험한다.
가능한 활동의 폭이 상당히 제한된 데 따라 환자들은 강도 높은 육체 활동을 하지 않는 게 좋다. 특히 젊은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에게 돌연사 위험이 커 무척 위협적이다. 실제 35세 미만의 운동선수에게 발생하는 돌연 심장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비대성 심근병증이다.
그런데도 전체 85%의 환자가 진단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증상 발현 시기가 환자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일 뿐만 아니라 증상이 없는 환자도 있기 때문이다. 진단이 늦어질수록 증상이 나빠지거나 새 증상이 발현돼 환자 일상과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기 발견이 관건이다.
이상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은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형태적 변화를 넘어서서 전신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겨 심방세동, 돌연사까지 초래할 질환”이라며 “환자들은 예기치 못한 증상들로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데 신체적, 정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강조했다.
현재 비대성 심근병증을 치료할 방법으로는 약물 치료와 침습적 치료가 있지만 두 방법 모두 근본적 차원에서 한계가 있었다. 약물치료 옵션으로는 베타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 등을 사용해 단기적으로 심장 근육의 수축력을 감소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약물치료로 증상 조절이 어려운 경우에는 비대해진 심장 근육을 수술로 제거하거나 알코올을 주입해 근육 부위를 괴사시키는 침습적 치료도 가능하지만 매우 제한적으로 해왔다. 그런데 비대해진 심장 근육에 직접 사용하는 첫 경구용 치료제 캄지오스캡슐(성분명 마바캄텐)이 최근 새롭게 등장했다.
심장 근육을 비대하게 만드는 마이오신 섬유의 활동을 억제해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최초이자 유일한 치료제다. 좌심실 유출로가 폐색된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이 약은 위약군보다 심장 기능과 운동 능력을 유의하게 개선했다.
이 약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절반가량에서 가장 경미한 단계까지 증상이 개선됐으며 74%의 환자는 수술을 고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폐색됐던 좌심실 유출로 압력 차가 개선됐다. 더욱이 환자 부담이 높은 침습적인 치료 방식이 아니라 먹는 약만으로 증상 및 삶의 질 개선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이 교수는 “그동안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환자 증상을 개선하고 일상을 회복시키는 게 사실상 어려웠다”며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들을 위해 더 나은 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