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초전도 중이온가속기 ‘라온’이 저에너지 구간에서 빔을 내뿜는 시운전에 성공한 데 이어 인출된 빔을 사용한 실험에도 처음으로 성공했다. 중이온가속기의 최종 목표인 희귀동위원소와 2차동위원소 생성을 위한 실험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1조5000억 원을 들여 구축되는 라온은 내년까지 저에너지 구간에서 다양한 빔 실험을 통한 장치 성능 검증을 거친 뒤 2025년 본격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에 따르면 라온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3일에 걸쳐 빔을 사용한 첫 실험에 성공했다. 안정동위원소인 아르곤을 가속해 만든 빔을 흑연에 쏘아 빔을 맞은 흑연에서 2차동위원소와 희귀동위원소가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실험에서 아르곤은 빛 속도의 약 20%까지 도달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과 운영을 주도하는 라온은 지난달 23일 첫 시운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하반기 가속관 전단부의 빔 인출에 이어 올해 3월부터 후단부 가속관을 포함한 전체 초전도 가속관 124기에 대한 시운전을 무사히 마친 것이다. 초진공 및 영하 270도 내외의 극저온 헬륨 냉각 상태에서 전체 초전도 가속관 124기와 주파수 및 빔 위상 제어가 완벽하게 이뤄졌고, 가속기 전 구간에 걸쳐 빔 가속과 빔 인출에 성공했다. 초기 실험을 위해 필요한 수준의 빔이 인출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가속기 시운전에 이어 첫 빔 실험에 성공한 라온은 다양한 활용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 발견된 2차동위원소와 희귀동위원소를 활용한 핵반응 실험을 본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추가 장치도 도입한다. 희귀동위원소를 좀 더 정확하게 분리하는 데 사용되는 ‘빈(Wine)’ 필터다. 이 장치는 실험에 사용할 원소를 정확하게 분리·추출하는 데 사용된다. 빔이 날아가는 속도를 마음대로 조절해 필요한 원소를 획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향후 2차동위원소나 희귀동위원소 연구에 돌입했을 때는 원소 분리의 정확도가 더욱 중요해진다.
라온은 내년 상반기(1∼6월) ‘첫 실전 실험’에 나설 계획이다. 그중 하나는 가벼운 이온을 무거운 표적 원소에 충돌시키는 희귀동위원소 발생 장치 ‘ISOL’로부터 나오는 빔을 사용해 알루미늄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하고 레이저 핵분광을 관측하는 실험이다. 알루미늄은 우주 천체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소 중 하나로 천체물리학 연구에서 중요한 원소로 여겨진다.
다만 라온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고에너지 구간 운영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연구진은 2025년까지 연구개발(R&D)을 통해 고에너지 구간에 있는 가속 장치에 대한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기술의 성능이 확인된 뒤 실제 고에너지 구간 설비 개발에 나선다. 신택수 IBS 중이온가속기 실험장치부장은 “현재 저에너지 구간의 성과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고에너지 구간에 돌입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는 데 다소 촉박한 일정이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중이온가속기 등장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라온에는 1조5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라온이 발견하게 될 2차동위원소나 희귀동위원소는 우주 생성 물질 규명, 신소재 개발, 미래 에너지원 확보, 치료 물질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