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 공유 유료화 후 구독자 급증"…넷플릭스 노림수 통했나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6월 12일 20시 31분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유료화하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힌 직후 오히려 구독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 요금제 도입, 계정 공유 유료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넷플릭스의 돌파구가 오히려 구독자 이탈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를 조금씩 떨쳐내는 모양새다.

출처=넷플릭스
출처=넷플릭스

구독경제 전문 시장조사기관 안테나에 따르면 미국 내 넷플릭스 구독자는 지난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일평균 7만 3000건 늘었다. 이는 이전 60일 평균보다 102% 증가한 숫자다. 안테나는 특히 26일과 27일에는 구독자가 하루에 10만 명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23일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 본격 시행한다고 밝힌 직후에 오히려 가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안테나 측은 이같은 구독자 증가세가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넷플릭스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2020년 3월과 4월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기간 구독을 취소하는 사례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크기가 증가한 구독자에는 못 미친다고도 했다. 안테나에 따르면 신규 구독 대비 구독 취소 비율은 이전 60일 평균보다 25.6% 증가했다.

넷플릭스는 앞서 이달 23일부터 넷플릭스 계정을 타 가구와 공유 중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넷플릭스 계정은 오직 한 가구만을 위한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는 메일을 보냈다. 넷플릭스는 가구 외 구성원과 계정을 공유하고 싶다면 월 7.99달러(약 1만 원)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고도 안내했다. 넷플릭스가 올해부터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던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을 알리는 내용이다. 미국 외에도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전 세계 103개 국가가 시행 대상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구독자들에게 보낸 '계정 공유 유료화' 안내 메일. 출처=넷플릭스
넷플릭스가 구독자들에게 보낸 '계정 공유 유료화' 안내 메일. 출처=넷플릭스

넷플릭스 계정은 약관상 한 가구, 즉 같은 집에 동거하는 구성원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다. 가족이더라도 같은 집에서 거주하고 있지 않다면 계정 공유가 금지된다. 그러나 이런 약관이 무색하게도, 가구 외 구성원과 계정을 공유하는 경우가 전 세계적으로 1억 가구 이상인 것으로 넷플릭스는 추산한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는 지난해 일부 남미 국가를 대상으로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을 시범 운영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전 세계로 확대할 것을 예고했었다. 가입자 증가 둔화와 수익성 악화를 계정 공유를 수익화함으로써 돌파하려 한 셈이다.

반발도 있었다. 일부 시범 테스트 국가에서 구독 취소 사례가 나타나자 넷플릭스는 정책 적용 시기를 올해 1분기 말에서 2분기로 한 차례 미뤘다. 이달 초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넷플릭스 구독 취소(CancelNetflix)’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넷플릭스 구독 취소를 인증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안테나의 집계를 보면 이러한 구독 반발 움직임은 소수 의견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 계정 공유 유료화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가입자 둔화를 막으려던 넷플릭스의 노림수가 먹혀든 셈이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 출처=넷플릭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 출처=넷플릭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초기에는 구독 취소 등 반발이 있겠지만 계정을 빌려 쓰던 사람이 신규 가입하고, 기존 가입자들이 추가 요금을 지불함에 따라 구독자 수도 수익도 모두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바 있다.

넷플릭스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계정 공유 유료화와 함께 꺼내 들었던 ‘광고 요금제’도 여러 우려와 달리 순항 중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한국 등에 1시간마다 4~5분 정도 광고를 보낸 대신 월 55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저가 요금제 ‘광고형 베이식’을 출시한 바 있다.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가 전 세계에서 끌어들이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약 500만 명에 달하며, 광고 요금제가 출시된 국가의 신규 구독자 중 25%가 이 요금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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