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치과진료, 건보 적용 늘려야[기고/진보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4일 03시 00분


진보형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장

진보형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장
진보형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장
구강 건강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가 시작된 1970년대 이후에 2000년까지 치아우식 발생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구강보건사업이 거의 없던 그 시기에는 치과 질환은 누구에게나, 당연히 발생하고 나이가 들면 틀니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2000년 만 12세 아동 기준으로 1인당 3.0개씩 발생했던 영구치 치아우식이 2018년에 1인당 1.91개 수준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잇몸 치료가 필요한 성인 인구의 비율도 40%가 넘었다가 최근에는 30% 내외로 감소하고 있다. 다른 보건 영역과 비교해 지난 20여 년간 이렇게 유병률이 감소한 만성질환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은 변화하지 않거나 오히려 더 증가하고 있다.

구강 질환은 명확하게 제시된 예방법이 있고, 또 정책적으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상당수의 치과 진료가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지정돼 경제적 부담이 감소하고 있으나 같은 기간 치과 진료에 소요된 진료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치료를 받는 사람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렇다면 치과 질환의 발생은 많이 감소했지만 역설적으로 치과 진료 수요가 크게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잠재된 진료 수요가 치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접근이 어려웠던 보철이나 임플란트가 급여로 전환돼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면서 진료 비용과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더 중요한 이유는 급여의 확대가 치과 진료의 수요를 줄이는 데는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건강과 질병의 많은 문제가 해결되고 앞으로도 질환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치과 진료의 수요를 낮추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치과 질환의 발생과 치료가 서로 독립적인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치과 의료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기능 장애를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건강보험제도를 적극 운영한 것만으로도 훌륭한 기능을 했으며, 이로 인해 질병 부담이 줄어들고 평균수명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치과 진료의 영역에서는 치료 중심의 건강보험의 정책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건강보험 정책에서 항상 지적돼 온 것은 치과 진료의 보장성이다. 치과 진료는 보장 비율이 낮기도 하지만 보장 항목이 치료에 치우치다 보니 치과 질환을 예방하는 진료 항목이 오히려 국민에게는 부담이 되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치료는 부담 없이 받을 수 있지만 예방은 접근하기 힘든 항목이 됐다.

치과 질환의 예방법은 다른 질환보다 많이 검증됐고, 또 확실한 효과를 나타낸다. 아동의 치아우식을 예방하는 치아 홈 메우기(실런트)의 효과는 거의 90%에 달하고, 전문가 불소도포와 같은 불소 활용도 30∼40%의 예방 효과가 있다. 구강 건강관리 교육도 치과 질환을 예방하는 데 확실한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에서는 매우 제한적인 경우만 급여 항목으로 지정돼 상당수의 국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반대로 많은 사람에게는 효과가 뚜렷한 예방 치과 진료가 오히려 부담이 되는 이유다.

예방 치과 항목은 전 국민에게 해당하므로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효과가 확실한 예방 치과 진료는 적극 적용돼야 함이 당연하며 예방 정책 확대가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경제적인 이유보다도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인간의 기본 권리로서 존중돼야 한다. 이를 위해 예방 치과 진료 항목의 급여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적극 적용돼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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