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가능성 AI가 예측… 진단도 MRI 대신 혈액검사로 OK”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6일 03시 00분


진화하는 퇴행성 뇌 질환 진단 기술

홍콩과학기술대 신경과학연구소 연구원이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기 위해 채혈된 혈액을 분석용 용기에 주입하고 있다. 홍콩=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홍콩과학기술대 신경과학연구소 연구원이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기 위해 채혈된 혈액을 분석용 용기에 주입하고 있다. 홍콩=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에 대한 간편하고 신속한 예측·진단법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퇴행성 뇌 질환의 진단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에 의존해 왔다. 환자들이 자주 검사를 받지 못해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잦았던 배경이다. 편의성을 높인 진단 기술이 보편화되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처치를 받는 치료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 40개 이상 유전자 분석으로 발병 예측

15일 학계에 따르면 에이미 후 홍콩과학기술대(HKUST) 교수 연구팀은 70%의 정확도로 알츠하이머병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유전자 분석 모델을 4월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메디신’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AI 기반 알츠하이머병 예측 모델을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밝혔다.

후 교수 연구팀의 AI 모델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40개 이상의 유전자를 분석해 환자 개인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한다. 기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유전자 분석 기반 예측 모델이 단일 유전자만을 분석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번에 개발한 모델은 훨씬 많은 유전적 발병 원인을 반영해 예측 정확도를 높인 것이다.

후 교수는 “기존 유전자 분석 모델에선 ‘APOE-y4’란 유전자 정보만을 활용해 발병 위험성을 예측했지만 문제는 이 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의 핵심적인 발병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이번에 개발된 모델은 현재까지 밝혀진 알츠하이머병에 관여하는 거의 모든 유전적 요인을 바탕으로 위험성을 예측하기 때문에 높은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딥러닝’을 질병 예측에 활용한 것도 이 예측 모델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연구에 참여한 레이 첸 홍콩과기대 교수는 “인간의 뇌신경 네트워크를 모사한 인공신경망(ANN)을 활용해 방대한 유전자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학습했고 질병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업그레이드된 혈액검사법도 주목

홍콩과기대 신경과학연구소는 간편한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 진단법도 개발했다. 정확도 높은 혈액검사 진단법을 개발하기 위해 인간의 혈액 속에 담긴 1100개 이상의 단백질을 분석했다. 이 중 알츠하이머병 진단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19개의 단백질을 추렸다. 그러고는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했을 때 각 단백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표준화했다.

이렇게 개발된 진단법은 96% 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환자가 초기, 중기, 말기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까지 가려내는 정밀함을 보였다. 연구를 이끈 낸시 입 신경과학연구소 소장은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비침습적인 혈액검사 진단법은 알츠하이머 진단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본 연구진은 최근 파킨슨병을 간편하게 진단하는 혈액검사 진단법을 내놨다. 핫토리 노부타카 일본 준텐도대 교수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비정상적으로 변화·축적되는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을 혈액에서 검출하는 방법을 4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혈액에서 극히 미량으로 발견되는 이 단백질을 증폭시켜 병의 유무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핫토리 교수는 “현재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축적으로 발생하는 파킨슨병은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지만, 이 진단법을 사용하면 내과 전문의도 진단할 수 있다”며 “환자들이 이른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에서도 퇴행성 뇌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혈액검사법 연구가 활발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지난해 혈액검사로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발견하는 진단시스템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바이오센서스 앤드 바이오일렉트로닉스’에 발표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혈액에서 마이크로RNA의 일종인 ‘miR-574’가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검출하는 방식의 시스템이다.

임은경 생명연 책임연구원은 “혈액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의 바이오마커를 고감도로 검출할 수 있는 것이 이 진단시스템의 우수한 점”이라며 “노인성 치매 초기 진단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치매 가능성#ai#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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