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공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낮과 밤 구분 못해 번식-사냥 지장
곤충은 비행법 못 배우고 이상 행동
인공조명이 과도하게 사용돼 밤에도 낮처럼 밝은 상태가 유지되는 ‘빛 공해’가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과학자들이 샅샅이 조사했다. 밤과 낮이 자연스럽게 순환하지 않는 환경이 되면서 다양한 생물 종에서 생존을 위협하는 이상행동이 관찰됐다.
서식지가 줄어들고 먹이를 제대로 사냥하지 못하는 생물 종들이 늘어나면 생태계 먹이사슬이 무너질 수 있다. 빛 공해는 사람에게도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만큼 빛 공해를 줄이기 위한 체계적인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16일(현지 시간) 논문 다섯 편을 통해 빛 공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조명했다.
안니카 예예르브란드 스웨덴 예블레대 교수 연구팀은 15년에 걸친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빛 공해에 노출된 식물과 동물에게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확인했다. 새들의 경우 야간에 조명에 이끌려 등대나 선박, 건물에 충돌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빛에 이끌리는 습성 때문이다. 낮과 밤을 구분하지 못하면서 번식과 사냥 타이밍을 놓치는 모습도 관찰됐다. 포유류인 박쥐에게서도 비슷한 양상이 관찰됐다. 빛에 이끌려 먹잇감이 적은 곳에 둥지를 튼 박쥐들은 생존에 어려움을 겪었다.
곤충들은 개체 수가 뚜렷하게 감소할 정도로 더 치명적인 영향을 받았다. 전자기기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에서 나오는 블루 라이트는 곤충을 강하게 끌어들이면서 이상행동을 유발했다. 날개가 달린 곤충들은 블루 라이트를 쫓으면서 비행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물에 사는 곤충들은 땅으로 올라가면서 생존에 필요한 서식 환경을 잃게 됐다. 양서류의 경우 인공 빛에 노출된 두꺼비의 수정 성공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제때 휴식을 취하지 못해 수정에 필요한 신체 기능이 약화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파충류 중에선 빛에 교란된 바다거북이 방향감각을 상실해 서식지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깊은 물속에 사는 물고기는 상대적으로 빛 공해의 영향을 덜 받았지만 연구팀은 어두운 밤을 밝히는 조명이 물고기들을 포식자들에게 노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물은 합성 주기가 교란됐다. 특히 낙엽수는 비정상적인 시기에 잎의 색깔이 갈변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인위적인 빛은 다양한 방식으로 생물 종의 생존에 해로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빛 공해는 인간의 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카롤리나 지엘린스카동프코프스카 폴란드 그단스크대 교수는 “다양한 선행 연구를 검토한 결과 야간 조명은 인간의 시각 기능을 긴장시키고 다양한 생리 현상을 방해하며,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방해해 수면의 질을 악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망막에 존재하는 광수용체 세포를 통해 빛을 신경 자극으로 바꾸는데, 장기간 인공 빛에 노출되면서 과도한 신경 자극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신경 자극은 인간의 일주기 리듬을 무너뜨려 장기적으로 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인공조명으로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지 못하게 돼 정서적 안정감을 잃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빛 공해를 막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대규모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르탱 모르간테일러 프랑스 드몽포르대 교수는 빛 공해를 줄이기 위해선 야간 실외 조명을 사용하는 민간 기업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