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에 따라 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다른 과학적 이유가 밝혀졌다. 남성 염색체가 종양의 신체 침입을 촉진하고 정상 세포를 더 공격적으로 파괴해 암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라 다른 암 치료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로날드 데피노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연구원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대장암 종양 유전자가 수컷 쥐에게서 더 쉽게 자주 전이된다는 연구 결과를 2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암 발생률이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결과는 규명된 바 있다. 하지만 암 발생률이나 사망률이 다른 이유에 대해선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 암연구소(NCI) 산하 암 역학·유전학 연구실이 미국 50~71세 성인 남녀 29만4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갑상선암과 담낭암을 제외한 모든 암의 발병률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높았다.
식도암 발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10.8배 컸다. 후두암, 위 본문암, 방광암도 남성 발생률이 여성보다 3배 이상 높으며 간암, 담관암, 피부암, 대장암, 직장암, 폐암 발생률 역시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다. 사망률 또한 암 종류에 따라 성별로 상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성별이 암 발생률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암을 일으키는 단백질인 ‘KRAS’에 대장암 종양 유전자를 배양해 경과를 관찰했다. 수컷 쥐와 암컷 쥐에서 이 단백질이 대장암을 어떻게 일으키는지 과정을 확인했다.
그 결과 수컷 쥐에게선 암컷 쥐보다 대장암 유전자가 더 잘 침입하고 면역반응을 잘 회피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수컷 쥐의 Y염색체가 체내에서 암 종양의 활발한 활동을 촉진하는 효소와 작용해 종양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Y염색체는 수컷 개체에는 있으나 암컷 개체에는 없는 성염색체다.
Y염색체는 암에 의한 사망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방광암에 걸린 300명의 남성 환자를 대상으로 Y염색체의 손실 정도와 암 진행양상 간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환자의 체내에서 돌아다니는 암 종양 중 Y염색체를 가진 종양은 Y염색체가 없는 종양보다 더 공격적으로 정상 세포를 파괴했다. 면역세포인 T세포에 대해서도 높은 면역 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은 “그간 성별은 암 발생률과 암의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자세한 원리는 밝혀지지 않아 왔다“며 ”이번 연구에선 남성의 Y염색체가 암 발생과 진행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성별에 따라 다른 치료법을 연구하는 ‘성차의학’은 최근 의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성별에 따라 질환의 원인 등이 달라질 수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폐암 환자 4분의 1에서 발견되는 유전자 돌연변이인 EGFR(상피세포 정상인자 수용체)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흔하다. 남성 폐암 환자와 여성 폐암 환자의 암 발생 원인이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약물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수면작용이 있는 의료용 마악류 ‘졸피뎀’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약물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 2000년 캐나다에선 심장박동을 조절하는 약물을 남성보다 심장박동 간격이 긴 여성에게 투여하자 환자가 심정지를 일으킨 사례가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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