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진이 차세대입자가속기(FCC)를 활용한 실험과 연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입자가속기는 양성자나 전자를 가속한 다음 서로 충돌시켜 물리학에서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던 입자의 성질을 규명하는 연구 등에 활용된다. FCC는 신의 입자로 불린 ‘힉스 보손’ 발견에 기여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가속기(LHC)의 뒤를 이어 입자물리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국내 가속기 및 입자물리 공동연구팀은 7일 CERN과 FCC 연구개발(R&D)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CERN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입자물리연구소다.
앞서 2012년 CERN은 FCC의 선배 격인 LHC를 활용해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보손(주로 에너지를 전달하는 우주 기본입자)을 발견했다. 힉스 보손은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인 쿼크와 렙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설명하는 현대 물리학 ‘표준모형’의 핵심 근거다. LHC가 힉스 보손을 발견하면서 표준모형이 비로소 완성된 것이다.
힉스 보손 발견을 통해 입자물리학에 크게 기여한 LHC의 뒤를 잇는 FCC는 힉스 보손을 사용한 다양한 실험을 하는 데 사용될 계획이다. LHC와 비교했을 때 6배 강한 충돌에너지를 다룬다. 시설 규모도 대폭 커진다. 총길이가 25km였던 LHC보다 4배 긴 100km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FCC는 프로젝트의 1단계 실험에서 전자와 양전자를 충돌시켜 힉스 보손을 대량 생산하고 그 성질을 정밀하게 측정한다. 이를 위해 양성자 빔을 가속하고 100TeV(테라전자볼트) 에너지로 충돌시킨다. 2단계 실험에선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물리 현상을 발견하는 것이 목표다. 2030년 건설에 착수해 2040년 중반 가동이 목표인 FCC 프로젝트는 1단계 실험에만 약 15조 원의 비용이 투입될 예정이다.
FCC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국내 연구자들은 2010년대 중반부터 설계 등의 분야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왔다. 2019년 가속기와 검출기의 이론적 설계가 이뤄지던 당시엔 가속기 건설 검증을 위한 연구를 주도했다. 이후 국제 공동연구팀과 함께 가속기가 실제로 가동했을 때 정상적인 실험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시뮬레이션을 실시했고 시제품을 제작했다.
국내 연구진은 FCC 프로젝트 중 이중정보판독열량계 연구에 주도적으로 관여할 예정이다. 이중정보판독열량계는 입자가속기에서 생성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장치다. FCC가 만든 강한 에너지를 분석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이번 업무협약에 참여한 포항가속기연구소는 가속기를 활용해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10GeV(기가전자볼트)에 이르는 충돌에너지를 연구해 왔다.
국내 가속기 및 입자물리 공동연구팀에 소속된 유휘동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번 업무협약은 그동안 한국 연구자들이 진행해 온 차세대 가속기와 검출기 기술 개발 연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관련 분야 연구 발전에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