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의 보급화와 무선 네트워크의 발전은 교육 분야에 변화를 가져왔다. 빽빽한 글자로 가득한 두껍고 무거운 교과서에 밑줄을 그어가며 외우고, 분필가루 날리는 칠판을 보며 열심히 받아 적던 과거의 모습은 이제 보기 어렵다.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인강(인터넷 강의)를 보고,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담은 전용 스마트 러닝 기기를 사용한다. 교실 한쪽 벽을 가득 채웠던 초록색 칠판은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동영상과 학습 콘텐츠를 보여주는 전자칠판으로 바뀌었다.
이른바 스마트 러닝(Smart Learning)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이북(e-Book) 단말기 등 스마트 모바일 기기와 이러닝 신기술을 융합한 개념으로, 학습자 중심의 맞춤형 학습방법을 뜻한다.
하지만, 유아동 교육 시장의 변화는 더디다. 미취학 아동이 주로 머무는 가정, 어린이집, 유치원 등의 환경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종이 책과 놀이 교구 등을 사용한다. ‘ㄱ’, ‘ㄴ’, ‘ㄷ’, ‘ㅏ’, ‘ㅑ’, ‘ㅓ’ 등 한글 모양의 아날로그 교구를 사용해 글자를 배우고, 색연필을 사용해 그림을 그린다. 여전히 아날로그 세상이다.
엘포박스(L4BOX)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트업이다. 아날로그에 머물고 있는 유아동 교육 환경을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렇게 찾은 것이 ‘대형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스마트 러닝 기기와 전용 교육 플랫폼이다.
톡톡박스, 유아동 교육 플랫폼의 시작점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엘포박스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웃음). 작년 말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통해 엘포박스를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유아동용 대형 디스플레이 스마트 러닝 기기 ‘톡톡박스’를 개발하고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장현우 대표(이하 장 대표): 맞다. 약 6개월 전이었던 것 같다. 당시 톡톡박스 완성도를 높이고, 유아동을 위한 전용 앱과 콘텐츠 확보에 정진하고 있던 시기였다(웃음). 이후 여러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얻고, 다양한 유아동 콘텐츠 개발사와 협력하며 플랫폼 완성을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웃음). 2022년 12월 서울 국제유아교육전과 키즈페어에서 톡톡박스를 처음 선보였고, 유아동 교육 기관에서 톡톡박스에 관심을 보내 주시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판매도 시작했다. 서울시 서초구, 동대문구, 마포구, 성북구, 강서구 등에 위치한 국공립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톡톡박스를 구매해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반 가정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고… 요즘 직접 제품을 들고나가 설치해 드리고 있다.
IT동아: 이제 시장에서 경쟁을 시작한 셈이다.
장 대표: 유아동 교육 발전의 디지털 혁신 발전에 우리가 선택한 경영 정체성을 설득하는 중이다. ‘더 큰 창으로(Large Interactive Screen)’, ‘상호작용 교육 배움 (Learning Together)’, ‘생생한 온라인 교육(Live Class)’, ‘가정 내 새로운 교육 라이프(Life Education)’라는 4개의 ‘L’이 제공하는 가치 전달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큰 화면이 필요한 이유
IT동아: 맞다. 엘포박스는 확실히 큰 화면, 대형 디스플레이를 유독 많이 강조했었다.
장 대표: 유아동을 위한 스마트 러닝 기기는 큰 화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생각은 엘포박스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사실 유아동 스마트 러닝은 엄청나게 혁신적인,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 않나. 아이들을 위한 스마트폰, 태블릿PC용 교육 콘텐츠는 이미 많이 찾아볼 수 있고, 인터넷TV에서 시청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도 많다.
하지만, 스마트폰, 태블릿PC, TV 속 유아동 교육 콘텐츠가 정말 우리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일까? 4~7세 미취학 아동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 주변의 어른과 정서적 유대감을 겪으며 세상을 배운다. 그런데 스마트폰, 태블릿PC처럼 작은 화면을 쳐다보는 것으로는 이러한 유대감을 얻기 어렵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볼 때 자세도 아이에게 좋지 않다. 소파나 침대, 바닥에 엎드리거나 누워서 보는 자세는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비교적 큰 화면인 TV용 교육 콘텐츠는 괜찮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TV는 상호작용을 하기 어려운 도구다. TV에는 카메라도 없고, 터치 인터페이스도 없으며, 마이크도 없다. 그저 보고 듣기만 하는 일방적인 내용을 전달받아야만 한다. 즉, 단절되고 일방적인 소통 방식이다.
IT동아: 음… 맞다. 아이들이 보는 교육용 콘텐츠라고 해도 혼자서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시청하기만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TV는 대부분 리모컨으로만 제어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입력 방식이기도 하고.
장 대표: 맞다. 문제는 더 있다. TV는 대부분 고정되어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처럼 쉽게 옮길 수 없는 고정형 가정기기다. TV 화면 속에 날아가는 나비가 등장했을 때, 아이가 따라가며 손으로 건드릴 수 없다. 벽에 걸어 놓은 TV 속 교육 콘텐츠를 아이가 보다가 자칫 세게 때리기라도 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고… 즉, 스마트폰, 태블릿PC, 기존 TV는 유아동을 위한 스마트 러닝 기기에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고민하고 개발한 것이 톡톡박스다. 기존 TV처럼 큰 화면(55인치)에 쉽게 옮길 수 있는 이동 장치를 부착했다. 전동형 높낮이 스탠드다. 카메라, 터치 인터페이스, 마이크를 넣었으며, 아이들을 위한 아날로그 교구 ‘쑥쑥펜’과 ‘톡톡펜’, ‘쓱싹 디지털 지우개’ 등도 연동할 수 있다.
톡톡박스는 성인용 전자칠판이 아닙니다
IT동아: 유아동용 전자칠판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장 대표: 큰 화면이라는 점에서 전자칠판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전자칠판과 톡톡박스는 사용자 대상이 다르다. 전자칠판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연령이 높은 성인 대상 기기이며, 톡톡박스는 4~7세의 유아동을 위한 기기다. 이건 매우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일종의 사용자경험이다. 성인의 사용자경험과 사용자인터페이스, 유아동의 사용자경험과 사용자인터페이스는 다르다. 여기에 맞춰 제품을 설계하고 만들어야 한다.
비단 제품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성인용 전자칠판의 앱과 콘텐츠, 유아동용 톡톡박스의 앱과 콘텐츠도 달라진다. 일례로 성인은 리모컨, 레이저 포인터 등을 전자칠판과 연결해 복잡한 작업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유아동은 성인처럼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없다. 이러한 사용자경험, 사용자인터페이스에 맞춰 앱을 설계하고 콘텐츠를 기획해야 한다. 회의, 토론, 프로젝트 공유 등이 아닌 유아동을 위한 교육이라는 목적에서도 차이점을 지닌다.
IT동아: 단순히 큰 화면의 기기가 아닌, 사용자에 맞춰 앱을 설계하고 콘텐츠를 기획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톡톡박스는 유아동을 위한 대형 디스플레이 스마트 러닝 기기에 맞춰 교육용 앱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라는 뜻인가.
장 대표: 맞다. 정확하다. 스마트폰 생태계와 같다. 스마트폰이 단순히 PC처럼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터치 인터페이스 입력 방식이라는 성능과 기능 때문에 지금의 생태계를 구축했을까? 아니다. 스마트폰을 원활하게 실행할 수 있는 운영체제, 앱, 콘텐츠가 있었기에 스마트폰이라는 생태계,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었다.
톡톡박스는 지금까지 없었던 유아동을 위한 대형 디스플레이 기기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55인치 크기의 큰 화면이다. 여기에 어울리는 전용 앱과 콘텐츠를 묶어 하나의 플랫폼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것이 엘포박스의 목표다. 목적은 유아동의 교육, 스마트 러닝인 것이고.
IT동아: 어떤 의미인지 이해했다.
장 대표: 톡톡박스는 철저하게 유아동을 위해 고민하고 기획해 개발한 대형 디스플레이 스마트 러닝 기기다. 아이들이 입력 도구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악세서리도 준비했고, 전용 앱과 콘텐츠를 확보했다.
아이들이 사용해도 안전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전동식 높낮이 스탠드는 KC 인증, 어린이 적합성 인증까지 받았다. 관련 인증을 받을 때, 인증기관으로부터 55인치 크기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유아동용 기기로 인증받은 것은 처음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웃음). 그만큼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앱, 콘텐츠도 철저하게 검수했다. 기존 스마트 모바일 기기, TV용으로 교육용 콘텐츠를 제공한 정상어학원, 호두랩스와 같은 업체와 협력해 톡톡박스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기획했다.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대화하고, 손으로 만지는 등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한 기능을 담았다. 큰 화면의 장점은 여기서 나타났다. 톡톡박스로 영어 선생님과 1:1 화상 수업을 하면, 작은 화면의 스마트 기기와 달리 집중도가 높았다.
대형 디스플레이로 만들고 있는 유아동 교육 플랫폼
IT동아: 스마트폰 보급 이후 스마트폰에 최적화한 앱, 콘텐츠가 늘어난 것과 같은 느낌이다.
장 대표: 톡톡박스는 기존에 없던 스마트 러닝 기기라는 증거다. 톡톡박스를 실제 구매한 부모님들의 소비자 반응도 좋았다. 5살 아이를 키우는 어머님은 톡톡박스 사용 이전에 아이가 TV로 유튜브만 봤는데, 이제는 톡톡박스로 교육 콘텐츠를 즐긴다고 말했다. 아, 초기 기획에는 없던 내용인데, 이전에는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면 어떤 콘텐츠를 보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는데, 톡톡박스는 화면이 커서 아이가 즐기는 콘텐츠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톡톡박스용 앱과 콘텐츠를 선택하는 데 있어 우리만의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첫째, 대형 화면에 적합한가. 둘째, 교육적인가. 셋째,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가. 이 원칙을 지키고 있다. 교육용 영상이 5,000개 있다고, 1만 개 있다고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우리 아이들 수준에 맞는 콘텐츠를 제대로 준비해 제공하는 것을 우선하고 있다.
유아동 교육용 앱, 콘텐츠 개발사로부터 협력 제안도 받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출판사에서도 연락을 받았고… 감사할 따름이다.
IT동아: 엘포박스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장 대표: 지난 2021년 1월, LG디스플레이 사내 벤처로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 연구소에서 12년 동안 일하며 대형 화면에 최적화한 터치 알고리즘 등 기술을 연구개발하며 지금의 톡톡박스를 생각했다. 톡톡박스처럼 큰 화면은, 생각 외로 일상생활에 많은 편의를 제공한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 가보면 화이트보드 한두 개는 꼭 있다. 여기에 글을 썼다 지우고, 그림을 그렸다 지운다. 벽에는 아이들 교육을 위한 종이가 덕지덕지 붙어 있기 일쑤다. 이걸 큰 화면 속에 담으면 한결 깨끗하고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지 않겠나.
현재 팀원은 8명이다. LG전자에서 일했던 하드웨어 전문가, 소프트웨어 총괄 팀장을 비롯해 안드로이드 플랫폼 개발자, UX/UI 디자이너, 교육 기획자, 콘텐츠 개발자 등이 함께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IT동아: 제품 판매 시작 후 많이 바빠졌을 것 같은데.
장 대표: 준비할 것이 더 늘어났다. 톡톡박스를 구매한 소비자의 요구에도 대응해야 하고, 아무래도 부피가 큰 제품이다 보니 설치를 위해 직접 현장에도 나가야 한다. 아, 판매 현장에 직접 나가는 이유는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함이다.
톡톡박스를 개발하고, 실제 시장에 선보이며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제서야 밝힐 수 있는 얘기지만, 톡톡박스를 개발하는 단계에서 주변으로부터 실패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스타트업이 이렇게 큰 제품을 어떻게 만들 수 있냐는 질문도 들었다. 특히, 톡톡박스를 통해 앱과 콘텐츠를 연결하는 플랫폼에 대해서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가장 큰 의문 부호는 ‘이걸 가정에서 사겠어?’였다. 사실 우리에게도 의문부호였다(웃음).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제품 출시 후 유아동 교육기관과 가정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마케팅,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톡톡박스를 통해 만들고 있는 플랫폼, 생태계는 여전히 발전하며 성장 중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객 요구에 맞춰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도 엘포박스가 만들어 갈 ‘대형 디스플레이’ 유아동 교육 플랫폼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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