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도로교통법과 지능형로봇법 개정안 시행으로 실외 이동로봇의 인도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로봇 업계가 분주하다. 규제의 벽이 허물어지고 기회의 문이 열리자, 그간 실증으로 기술력을 축적하던 업계는 실전을 맞아 본격적인 경쟁 체제로 돌입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법 개정으로 실외 이동로봇, ‘차’에서 ‘보행자’로 규정
최근 국회를 통과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차로 분류하던 실외 이동로봇이 보행자로 규정된다. 개정 전 도로교통법에는 실외 이동로봇이 차로 규정돼 있어 인도를 다닐 수 없었지만, 개정 후 보행자로 분류되면서 인도를 통행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지능형로봇법 개정안에는 배달로봇 등의 상용화를 위한 세부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인도를 통행할 실외 이동로봇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운행안전인증과 로봇으로 발생할 손해에 대한 인적·물적 손해 배상을 위한 보험 가입 등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했다.
그간 로봇업계는 실내외에서 로봇을 적극 활용하는 주요국가와 달리, 높은 규제의 벽으로 실증에 머물러 있는 국내 규제 탓에 제품 고도화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글로벌 배달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2억1,000만달러(약 2,700억원)에서 2026년 9억6,000만달러(약 1조2,500억원)로 4배 이상 확대될 전망(마켓앤드마켓 분석)이지만, 급팽창하는 시장을 두고 실증에만 머물러 있다가 해외 공략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법 개정으로 본격적인 로봇배달의 시대를 앞두고 각 업체는 그간 쌓아온 기술에 대한 막바지 테스트에 매진하고 있다.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플랫폼 ‘뉴빌리티’는 세븐일레븐과 함께 서울 방배동 일대와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를 중심으로 오는 10월 말까지 로봇배달 서비스에 나선다. 본격적인 로봇배달 시대를 맞이할 준비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방배동 소재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실증 사업을 펼친 뉴빌리티는 올해 방배 1동 전역과 방배 3·4동 일부 지역, 건국대 서울캠퍼스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다.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이번 실증은 규제 해소로 빠르게 열리고 있는 로봇배달 시장에서 뉴빌리티의 다양한 솔루션을 통해 도심 라스트마일 시장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사업화 로드맵의 일환이다”며 “앞으로 합리적인 가격, 안정적이고, 편안한 이용 방식 등 로봇배달의 특성을 살려 저변을 넓히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경기 광교호수공원에서 ‘로봇배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로봇 딜리드라이브가 배달하는 방식이다. 공원녹지법 시행령 50조에 따르면, 무게 30kg 이상 로봇의 공원 출입과 영리행위가 금지돼 있지만, 2020년 9월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승인 덕분에 시범 운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30kg 이상 동력 장치의 공원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원녹지법 개정은 지난해 9월 정부 규제혁신 TF가 발표한 개선과제에 포함됐지만, 아직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논의 중에 있다.
자율주행 배달로봇 개발 기업 로보티즈는 배달 로봇 집개미와 일개미를 통해 실내외 배달 실증을 이어왔다. 지난달에는 서울 강동구 고덕센트럴아이파크에 배달로봇 일개미를 공급하기도 했다.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단지 내 카페에서 입주민이 앱과 키오스크를 통해 음료를 주문하면, 일개미가 단지 중앙의 티하우스까지 배달하는 방식이다. 이 기업은 인근 아파트 단지와 마트,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배달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을 밝혔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자사는 최근 일본 호텔에 로봇 ‘집개미’를 공급해 로비에서 웰컴 드링크나 안내 등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돕고 있다”며 “이처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배달로봇이 창출하는 수요를 잡기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주요국가는 이미 배달로봇을 적극 활용하며 관련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데 국내만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기업 성장의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이번 법 개정으로 국내 시장이 커지면, 제품 고도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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