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모바일 프로세서는 열설계전력(TDP)이 15~28W 사이인 U 시리즈와 45~65W 사이인 HX 시리즈가 주축이다. U 시리즈는 고효율 위주의 성능을 반영해 가볍고 배터리가 오래가는 휴대용 노트북에 탑재되며, HX 시리즈는 고성능을 앞세워 게이밍이나 워크스테이션 등에 주로 탑재된다. 그 사이에 있는 라인업이 35~54W 사이의 TDP를 지닌 HS 시리즈다. U 시리즈는 가볍고 효율적이지만 성능이 부족하고, HX 시리즈는 성능은 뛰어나지만 무겁고 배터리 효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성능과 배터리 효율을 모두 잡기 위해 설정된 라인업이 HS 시리즈다.
AMD는 지난해 8월, 젠4 아키텍처 기반의 AMD 라이젠 7000 시리즈 데스크톱 프로세서를 공개했고, 올해 1월 들어 동일한 아키텍처 기반의 7040 U 시리즈와 7045 HX 시리즈를 각각 선보였다. 7040HS 시리즈는 두 제품이 출시된 이후인 지난 5월에 별도로 공개한 시리즈다. 젠4 아키텍처는 프로세서 전반의 세대를 한층 끌어올린 설계로, 전작 대비 성능이 최대 29%까지 향상됐다.
5월에 공개된 7040HS 시리즈는 6코어 12스레드인 라이젠 5 7640HS와 8코어 16스레드인 7840HS, 7940HS 세 종류가 각각 출시되며, 인공지능 가속을 위한 ‘라이젠 AI’ 엔진을 최초로 탑재한다. AMD 라이젠 7040HS 시리즈의 상위 프로세서인 AMD 라이젠 9 7940HS를 탑재한 레이저 블레이드 14 R9 젠4를 바탕으로 프로세서의 성능 및 특징을 짚어본다. 한 세대만에 상당한 성능 향상, 활용도 높아져
레이저 블레이드 14 R9 젠4는 AMD 라이젠 9 7940HS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70 및 4060을 탑재한 게이밍 노트북이다. 리뷰 제품은 RTX 4070과 16GB DDR5 메모리를 탑재한다. 레이저는 키보드 및 마우스 등 게이밍 기어로 잘 알려진 브랜드지만, 델 에일리언웨어나 에이수스 ROG와 비견되는 수준의 하이엔드 게이밍 노트북도 만든다. AMD가 레이저 블레이드 14로 프로세서를 선보이는 이유는 HS 시리즈의 강점인 고성능과 휴대성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제조 능력을 반영하고 있어서다.
AMD 라이젠 9 7940HS의 적정 TDP 덕분에 레이저 블레이드 14는 16:10 비율의 14인치 디스플레이와 CNC(컴퓨터 수치 제어) 가공된 전체 알루미늄 몸체를 갖추고도 두께는 17.99mm, 무게는 1.84kg에 불과하다. 외장 그래픽이 없는 맥북프로 14가 1.6kg인데, R9 7940HS의 성능과 RTX 4070 그래픽 카드를 갖추고도 1.84kg이니 성능 대비 무게로는 가벼운 편이다.
프로세서의 연산 처리 성능을 직관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시네벤치 R23과 블렌더 3.6 테스트를 각각 진행했다. 시네벤치 R23은 10분간 특정 화상을 처리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CPU의 단일 코어 및 다중 코어 성능을 측정한다. 테스트에서 AMD 라이젠 9 7940HS가 획득한 점수는 단일 코어 1천764점, 다중 코어 1만5921점으로 확인됐다.
직전 세대인 AMD 라이젠 9 6900HS는 TDP가 35W인 모델로 테스트해 예상보다 10%가량 성능이 낮은 단일 코어 1천562점, 다중 코어 1만2517점을 획득했었는데, 레이저 블레이드 14는 TDP가 54W로 최대 성능을 낼 수 있어서 기대보다 성능이 잘 나왔다. 특히 단일 코어는 5980HS와 6900HS 모두 1천500점 대였는데, 7940HS로 들어서며 약 200점가량 올랐다. 데스크톱과 비교해도 AMD 라이젠 5 7600X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정된 3D 렌더링을 분당 몇 프레임 처리했는지로 점수를 환산하는 블랜더 벤치마크도 실행했다. AMD 라이젠 9 7940HS는 전체 243.38점을 획득해 R9 6900HS의 186.6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3D 렌더링 작업에서는 인텔 코어 i5-13900H, 12600K보다 소폭 높으므로 메인스트림 급 데스크톱 수준의 성능으로 보면 된다.
오픈소스 기반의 영상 인코딩 프로그램 핸드브레이크(Handbrake)를 활용해 2분 13초 길이의 1.79GB 4K 해상도 영상을 최고품질 1080p30 서라운드 규격으로 변환하는 속도를 측정했다. 영상 변환 속도가 빠를수록 작업 성능이 높은 프로세서다. AMD 라이젠 9 7940HS이 영상을 처리한 속도는 초당 27.2프레임씩 전체 2분 30초였다.
현재 최고 성능의 데스크톱 프로세서인 인텔 코어 i9-13900K의 처리 속도가 1분 20초, 최신 모바일 프로세서인 인텔 코어 i7-1360P의 속도가 3분 29초임을 감안하면 휴대가 가능한 노트북 중에서는 최상위권의 결과다. AMD 라이젠 R9 7945HX나 i9-13980HX 등 상위 제품과 비교하면 50~60% 수준에 머무르는 성능이지만, 두 제품 모두 2.7~3.5kg대 제품이니 무게 대비 성능을 타협한 수준에서는 충분하다고 본다. AMD 라이젠 AI 엔진 추가, 활용처 늘리려 노력 중
AMD 라이젠 7040HS 시리즈는 처음으로 심화학습(딥러닝), 이미지 처리 등 인공지능 연산 처리를 위한 전용 하드웨어인 ‘라이젠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를 탑재했다. 라이젠 AI는 AMD가 인수한 자일링스의 기술로 제작되었으며, 최대 10TOPS의 처리 성능을 갖췄다고 알려져 있다.
이제 막 출시된 기능인 까닭에 아직까지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의 화상 회의 기능 등에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나, 올해 말까지 수많은 OEM 및 독립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가 라이젠 AI 생태계에 합류할 수 있다. AMD 라이젠 AI가 얼마나 많은 활용도를 갖추게 될지는 전적으로 AMD에 달렸다. 만약 성공적으로 라이젠 AI 생태계가 확보될 경우 사용자는 클라우드 없이 장치에서 AI 기능을 활용한다거나, 화상 회의, 인공지능 개발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배터리 성능 인상적, 고성능임에도 8시간은 거뜬
레이저 블레이드 14의 경우 68.1와트시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으며, 최장 10시간동안 사용할 수 있다. 저전력 제품군인 7000U 시리즈에 비하면 몇 시간 더 짧은 사용 시간이지만, HX시리즈보다는 훨씬 오래쓸 수 있다. 휴대 용도로 쓰면서 배터리까지 안배하는 목적에 적합하다.
모니터의 밝기를 50%로 설정하고, 전원 설정을 ‘균형잡힌’으로 설정한 다음 PC마크 10 배터리 테스트를 실행했다. 해당 테스트는 웹 서핑이나 화상회의, 사진 및 영상 편집, 3D 렌더링 작업 등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며 실 제품의 배터리 성능을 대략적으로 확인한다. 이 테스트에서 레이저 블레이드 14가 배터리 2%가 남기까지 걸린 시간은 8시간 6분으로 TDP 56W급 노트북으로는 매우 긴 사용 시간을 보여주었다.
이전 세대인 6900HS 탑재 노트북이 TDP 35W로 8시간 15분 정도를 기록했으니, 노트북의 전력 제한을 낮추거나 TDP를 조절하면 몇 시간은 더 사용할 수 있다. 그만큼 전력 효율이 상승했다는 의미다. 한결 나아진 게이밍 성능, RTX 4070이면 부족함 없어
게이밍 성능을 확인해 보고자 게임 성능을 변별력 있게 측정하는 프로그램, 3D마크 파이어스트라이크 및 타임스파이 테스트를 각각 실행했다. 파이어 스트라이크에서 AMD 라이젠 9 7940HS 및 엔비디아 RTX 4070 모바일이 획득한 점수는 물리 점수 2만8805점, 그래픽 점수 3만732점으로 확인된다. 전 세대인 R9 6900HS가 동일 테스트에서 2만3943점의 물리 점수를 획득했으니 소폭 오른 점수다.
타임스파이의 경우 CPu 점수가 1만819점, 그래픽 점수가 1만2205점으로 확인된다. R9 6900HS의 경우 CPU 점수에서 9천102점, 5980HS는 8천888점을 획득한 바 있다. 즉 R9 5950HS와 R9 6900HS는 세대 차이에 따른 성능 변화가 없었지만 R9 7950HS는 확실한 성능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게이밍 노트북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은 성능을 기대해도 된다.
울트라 기준 사양이 AMD R5 3600 및 RTX 3070으로 높은 게임인 사이버펑크 2077을 실행해 실사용 성능을 확인했다. 테스트는 CPU 자원을 많이 활용하는 설정인 FHD(1920x1080) 해상도에 울트라 옵션으로 설정되었으며, 2회차는 레이트레이싱(실시간 광선추적)을 울트라로 설정하고 엔비디아 DLSS(딥러닝 슈퍼 샘플링)를 자동으로 설정했다.
1회 차에서 R9 7940HS와 RTX 4070 모바일이 보여준 성능은 최소 55.22프레임, 평균 101.19프레임으로 매우 안정적이었으며, 2회차에서도 평균 107.73프레임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성능을 보여주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게임 화면을 업스케일링하는 DLSS 특성상 레이트레이싱을 활성화하고도 프레임이 더 높게 나온 만큼, QHD(2560x1440) 해상도 수준에서는 현재 출시된 어떤 게임이든 QHD 60프레임 이상을 낼 수 있는 성능이다.
CPU의 영향력이 큰 고프레임 게임은 어떨까? 레인보우식스:시즈에 탑재된 내장 벤치마크를 활용해 FHD 및 QHD 해상도 최고 옵션에서 RTX 4070 모바일의 프레임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다. FHD에서 확보한 프레임은 최소 240, 평균 308프레임으로 레이저 블레이드 14의 240Hz 주사율을 모두 활용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보여주었으며, QHD 해상도에서도 최소 210, 평균 245프레임으로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주었다.
AMD R9 7940HS보다 성능이 더 높은 게이밍 프로세서들이 있긴 하지만, 엔비디아 RTX 4090을 제외한 하위 라인업의 그래픽 카드라면 R9 7940HS의 조합으로도 성능에 부족함이 없다. 제대로 강화된 7040HS 시리즈, 시장 주도권 챙길까
작년 5월 진행한 AMD 라이젠 6900HS 리뷰의 경우, 성능은 나아졌지만 존재감이 아쉽다는 평가를 내렸었다. 사실 성능 측면에서도 전작인 5980HS와 비교해 크게 나아지지 못한 모습이었고, 시장에서도 12세대 인텔 코어 H 시리즈에 밀린 감이 없지 않다. 반면 AMD 라이젠 7040HS 라인업은 젠4 아키텍처를 앞세워 성능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고, 새로운 라이젠 AI 온칩 가속기와 XDNA 아키텍처를 활용해 인공지능 기능까지 대응할 예정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인공지능이 큰 매력으로 다가오진 않으나, 추후에 시장 상황에 따라서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가격 경쟁력도 상당히 좋아졌다. 리뷰에 사용된 레이저 블레이드 14는 프리미엄 노트북인 까닭에 가격대가 399만 원에 달하지만, R9 7940HS에 RTX 4050을 탑재한 제품 중에는 195만 원대 제품도 있다. RTX 4070을 탑재한 제품도 210만 원대부터 시작하고, 7040HS의 취지인 경량화의 이점을 살린 1.3kg대 노트북도 있다. 5000HS와 6000HS 시리즈의 구성을 발판으로 더 많은 선택지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7040HS 시리즈는 전작 대비 향상된 성능을 통해 독자적인 영역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자체적인 성능을 높여 HX 시리즈를 사용하면서도 실사용 시간까지 고려하는 소비자층을 흡수했고, U 시리즈의 성능에 부족함을 느끼는 사용자도 잡았다. 데스크톱과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성능에 예상보다 오래가는 배터리 시간, 그러면서도 비교적 가벼운 무게까지 갖춘 덕분이다. 1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출시되기까지의 공백 기간 동안, 7040HS 시리즈가 시장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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