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위험 권고부터 발암물질 지정까지… 제로슈거의 미래는?[신문물 1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7일 12시 00분


7월 14일 세계보건기구(WHO) 암연구기관인 IARC가 아스파탐을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했다. (출처 : 유튜브 채널 씨즈)
승승장구하던 제로슈거 시장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연달아 제동을 걸었다. 5월 15일 제로슈거 제품을 체중 조절 목적으로 먹지 말라는 권고안을 발표한 데 이어, 7월 14일 WHO의 암연구기관인 IARC(국제암연구기관)가 ‘아스파탐’을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한 것이다. 아스파탐은 제로콜라 등 제로 슈거 음료에 주로 들어가는 설탕 대체 감미료다.

제로슈거 제품에 쓰이는 설탕 대체 감미료(이하 대체 감미료)는 설탕 없이도 단맛을 줘 주목받아 왔다. 단맛은 혀에 있는 단맛 수용체가 설탕 등의 성분과 결합할 때 느껴지는데, 대체 감미료는 설탕보다 단맛 수용체와 더 잘 결합해 설탕보다 보통 수백 배 달다. 그럼에도 소화가 되지 않아 설탕과 달리 칼로리가 없거나 극소량이며 혈당량도 급격히 변하지 않는다.

이런 특징은 대체 감미료를 설탕의 대안처럼 보이게 했다. 설탕은 소화가 지나치게 빠르고 혈당량이 급격히 오르는 특성 때문에 비만과 당뇨병의 원인으로 꼽혀 왔는데, 대체 감미료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비만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혈당량 조절이 중요한 당뇨병 환자들에게 대체 감미료는 중요한 대안이었다.

5월, WHO가 ‘대체 감미료 용법 : WHO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출처 : 유튜브 채널 ‘씨즈’)


대체 감미료 발암 논란, 이번이 처음 아냐
그럼에도 대체 감미료는 오랜 기간 인체 유해성 논란이 있었다. 특히 1970년대 미국에서 환경 운동으로 합성 화학 물질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들에 대한 동물실험도 활발해졌는데, 이 과정에서 사카린이 발암성 논란에 휩싸였다. 높은 농도의 사카린을 먹은 수컷 쥐가 방광암에 걸린다는 결과가 여러 번 보고된 것이다. 이에 사카린을 포함한 제품에 ‘동물에게 암을 일으킨 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내용의 경고 문구를 추가했고, 우리나라도 사카린은 일부 식품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사카린이 오명을 벗은 건 약 20년 뒤다. 1996년 사이클라메이트와 사카린이 수컷 쥐에게 방광암을 일으키는 기전이 밝혀진 것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어메리카헬스파운데이션’의 논문에 따르면, 수컷 쥐의 방광은 다른 동물보다 수소 이온 농도(pH)가 높아서 특정 단백질과 사카린이 결합하기 쉽다. 그럼 미세 결정이 생기기 쉽고, 이 미세 결정이 방광 안쪽에 종양을 생성한다. 하지만 사람 방광에서는 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논문의 결론이다. 사이클라메이트도 수컷 쥐에게 방광암을 일으켜 같은 발암성 논란에 휩싸였으나, 사카린과 함께 오명을 벗었다. 아스파탐은 1975년 뇌종양을 유발한다는 주장으로 미국 FDA에서 승인이 보류됐으나, 1981년 다시 시장에 출시될 수 있었다.

사카린을 먹으면 방광암에 걸리기 쉽다는 동물 실험 결과를 실은 논문. (출처 : 유튜브 채널 ‘씨즈’)


‘일일섭취허용량’ 안에서만 섭취하면 큰 문제 없어
이후 WHO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시중에 판매 중인 대체감미료에 대해 일일섭취허용량(ADI) 내에서만 섭취한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ADI는 사람이 특정 물질을 평생 동안 건강에 큰 위험 없이 매일 섭취할 수 있다고 보는 양이다. 이는 쥐와 비글 등 동물에게 독성시험을 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해지는데, 특정 물질을 동물에게 먹여 독성을 일으킨 최소량의 100배 적은 양으로 정한다. 권훈정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도 안전하도록 100배 적은 양을 허용치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체 감미료는 조금만 먹어도 매우 달기 때문에, ADI를 초과해 섭취하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아스파탐이 들어간 다이어트 콜라 1캔(250㎖·아스파탐이 약 43㎎ 기준)을 체중이 35kg인 어린이가 마실 경우 하루 55캔 이상 마셔야 ADI를 초과한다. 식약처는 “국민들의 식품첨가물 섭취량이 ADI를 초과하는지 여부를 주기적으로 재평가하고 있다”며, “2019년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감미료 섭취량은 ADI 대비 0.1~1.4%로 안전한 수준으로 평가됐다”는 입장이다.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에 포함하겠다는 IARC의 결정에는 이런 ADI가 고려되지 않았다. 7월 14일 JECFA(세계보건기구와 유엔식량농업기구의 합동 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도 아스파탐의 ADI를 기존처럼 40mg/kg/1일(하루에 섭취해도 되는 최대량이 체중 1kg당 40mg)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식약처도 JECFA의 발표와 2019년 아스파탐 섭취량을 고려한 결과, 현재 아스파탐 사용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ADI 내에서만 섭취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원래의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다.

0칼로리인데… 비만 위험 있다고?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제로슈거 제품들. (출처 : 유튜브 채널 ‘씨즈’)
대체 감미료를 체중조절 목적으로 먹지 말라고 한 WHO의 권고는 어떨까. 5월 15일 WHO는 당뇨병 환자 외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체 감미료 용법 : WHO 가이드라인’이라는 권고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체중 조절과 당뇨병 예방 목적으로 대체 감미료를 먹지 말라”는 내용이 담겼다. 대체 감미료가 장기적으로 먹었을 때 체중 조절에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비만 위험이 높아지고 성인의 경우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도 상승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이번 지침은 확실성이 낮은 근거를 기반으로 한 조건부 권고”라며, “권고안도 이를 정책에 반영하려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서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WHO가 검토한 283개 연구 대부분이 동물시험이나 세포실험이고, 사람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실험이 아닌 추적 관찰을 한 연구 등 대체 감미료의 유해성을 명확히 밝히기에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비용과 윤리적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인체 실험은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WHO의 권고를 고려해 대체 감미료를 조심해서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김대중 아주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설탕을 매일 많이 먹는 거랑 대체 감미료를 매일 조금씩 먹는 거랑 비교할 때 뭐가 더 나쁘냐에 대한 데이터는 지금 사실 없다”면서도 “대체 감미료도 비만과 당뇨병의 주된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는 등의 데이터들이 쌓이고 있어서 환자들에게도 마냥 안전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칼로리도 없는 대체 감미료가 장기적으로 먹었을 때 비만과 당뇨병을 일으킨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몇 가지 가설을 이야기했다. 자세한 내용은 씨즈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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