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도 치유했어요”…전국에 몰아친 맨발걷기 열풍[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2일 12시 00분


한마디로 ‘맨발걷기 열풍’이다. 맨발걷기가 건강 회복 및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국이 맨발걷기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전립선암 말기 환자였던 박성태 씨(오른쪽)가 경기 남양주 와부 금대산을 맨발로 걷고 회복됐다는 소식에 금대산은 맨발걷기의 명소가 됐다. 남양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지난해 전립선암 말기 환자였던 박성태 씨(오른쪽)가 경기 남양주 와부 금대산을 맨발로 걷고 회복됐다는 소식에 금대산은 맨발걷기의 명소가 됐다. 남양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경기도 성남시는 최근 공원에 ‘100세 건강 맨발 황톳길’ 6곳을 조성해 9월 말까지 차례로 개장한다고 발표했다. 수진, 대원, 위례, 중앙, 율동공원과 구미동 공공공지에 조성되는데 총사업비가 34억5100만 원이다. 수정구 수진동 수진공원 내 맨발 황톳길이 7월 10일 개장했다. 수진공원 맨발 황톳길은 길이 525m, 폭 1.5m 규모로 조성됐다. 7월 11일엔 중원구 하대원동 대원공원 내 400m 길이의 맨발 황톳길이 시민에게 개방됐다.

경기 하남시는 최근 미사 강변 뚝방길에 4.9km 모래 맨발길을 조성했다. 7월 15일 울산시에선 태화강 황토 맨발길이 개장됐다. 하늘과 땅, 사람이 맞닿는 생명의 땅 전남 무안의 황토갯벌에서는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토갯벌축제’를 벌이고 있다.

경기도 하남 미사 강변 뚝방길에 조성된 맨발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하남지부 제공.
경기도 하남 미사 강변 뚝방길에 조성된 맨발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하남지부 제공.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를 만들어 맨발걷기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전북 전주시의회는 2월 ‘전주시 도시공원 맨발걷기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서울시, 인천시, 경기 화성시 용인시, 전북 남원시 장수군, 광주시 서구 등도 비슷한 조례를 발의해 통과시켰거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에서도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맨발걷기 활성화를 위해 대표 발의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심사를 받고 있다.

맨발걷기는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 2020년 9월 24일 ‘면역력 높이는 맨발걷기를 아시나요’를 시작으로 ‘간암 말기 환자 완치 지적’…맨발걷기의 놀라운 효과(2020년 9월 26일 dongA.com), ‘맨발걷기, 코로나 예방 치유에 효과있다’(2021년 5월 11일 dongA.com), ‘마라톤에 빠진 괴짜…계족산에선 대통령보다 유명해요’(2021년 7월 3일 dongA.com). ‘말기암 판정 2개월 만에 완치…맨발걷기가 기적 만들어’(2022년 9월 10일 dongA.com)….

전남 무안의 황토갯벌에서 포즈를 취한 맨발로 걷는 사람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무안지부 제공.
전남 무안의 황토갯벌에서 포즈를 취한 맨발로 걷는 사람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무안지부 제공.
특히 지난해 추석 연휴 때 쓴 칼럼 전립선암 말기 환자였던 박성태 씨(74)가 경기 남양주 와부 금대산을 맨발로 걷고 회복됐다는 소식이 dongA.com을 통해 알려진 뒤 전국적으로 맨발걷기 열풍이 시작됐다. 서울 대모산 맨발걷기숲길힐링스쿨엔 3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열리는 스쿨엔 평소 30~50여명이 참여하는데 기사가 나간 뒤 거의 10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이젠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곳이면 언제나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2016년부터 서울 대모산에서 맨발걷기숲길힐링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71)은 “박성태 씨 소식이 알리지면서 주말 산행에 맨발로 걷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서울 수도권 북한산과 관악산은 물론 영남알프스, 제주도 한라산과 오름에서도 맨발로 걷는 인파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 소셜네트어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을 통해서 이어지고 있다.

2016년부터 매주 토요일 서울 대모산에서 맨발걷기숲길힐링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회장.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제공.
2016년부터 매주 토요일 서울 대모산에서 맨발걷기숲길힐링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회장.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제공.
맨발걷기의 효과를 직접 체험하고 관련 책을 다수 출간한 박 회장은 “맨발로 걸으면 지압효과와 접지효과(Earthing)로 면역력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지표면에 놓여 있는 돌멩이나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 다양한 물질이 발바닥의 각 부위와 상호마찰하고, 땅과 그 위에 놓인 각종 물질이 발바닥의 각 반사구를 눌러준다. 발바닥 자극은 오장육부 등 모든 신체기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고대 중국과 이집트에서부터 이어졌다.
맨발로 맨땅을 만나는 접지.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제공.
맨발로 맨땅을 만나는 접지.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제공.
접지는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다. 시멘트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다. 황톳길이 가장 좋다. 우리 몸에 30~60 밀리볼트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맨발로 땅을 만나는 순간 0볼트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되는데 이때 우리 몸에 쌓인 활성산소가 빠져나간다. 박 회장은 “원래 활성산소는 몸의 곪거나 상처 난 곳을 치유하라고 몸 자체에서 보내는 방위군이다. 치유하고 나면 활성산소는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멀쩡한 세포를 공격해 악성 세포로 바뀌게 한다. 암 등 각종 질병이 활성산소의 역기능 탓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접지가 활성산소 제거에 효과적”이라며 “박 씨도 접지의 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했다.

맨발로 걷기 전  맨발로 포즈를 취한 사람들. 동아일보 DB.
맨발로 걷기 전 맨발로 포즈를 취한 사람들. 동아일보 DB.
일부에서는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반박하지만 박성태 씨를 비롯해 최근 맨발걷기로 건강을 되찾은 사례는 많다. 박 씨는 지난해 1월 말 전립선암 말기 판정을 받고 맨발걷기로 2개월 만에 건강을 되찾았다. 박 씨 스토리다.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정밀조사 결과 PSA(전립선 특이 항원) 수치가 935 ng/ml라는 겁니다. PSA 4 ng/ml 이하가 정상인데…. 전이가 돼 흉추 9, 10번이 시커멓게 썩었다고 하더군요. 의사가 더 치료가 불가능하니 그냥 집에서 운명대로 살다 가시라고 했어요.”

청천벽력이었다. 포스코에서 오래 일했고 서울교통교사 연수원에서 교수로 일하면서도 건강을 위해 주기적으로 산을 찾았던 그였다. “대한민국에 내가 오르지 않은 산이 없다”고 할 정도로 등산에 열성적이었다. 충격에 누워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딸 민정 씨(44)가 박동창 회장이 2021년 쓴 ‘맨발로 걸어라’란 책을 사다 줬다. ‘맨발로 걸으면 암도 이길 수 있다’는 내용의 책이었다. 박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책을 읽었고 집 근처 금대산을 찾아 맨발걷기를 시작했다.

지난해 전립선암 말기를 극복한 박성태 씨. 남양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지난해 전립선암 말기를 극복한 박성태 씨. 남양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처음엔 맨발과 팔로 기어서 올랐다. “팔다리에 힘이 없어 한 100~200m 정도도 못 올랐다”고 했다. 그런데 한 일주일 기어오르니까 다리에 힘이 조금씩 생겼다. 그는“한달 정도 돼서는 왕복 4km를 걸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 2시간이면 다녀오는 길을 저는 4,5시간 걸었다. 그렇게 맨발로 걷고 2달여 만에 병원에 갔더니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다.

지난해 4월 29일 검사에서 PSA 수치가 0.059ng/ml로 떨어져 있었다. 그는 “MRI(자기공명촬영) 결과 새까맣던 흉추도 하얗게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말기암 판정 5개월여 뒤인 7월 29일 검사에선 PSA 수치가 0.008 ng/ml였다. 그는 “그 때 의사가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고 했다.

박 씨가 말기암을 극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금대산은 맨발걷기 명소가 됐다. 박 씨가 걷는 새벽에 100여명, 하루 전체적으로는 2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금대산을 맨발로 걷고 있다. 지역주민 외에 타지에서도 찾고 있다. 박 씨는 요즘엔 매일 금대산 황톳길 8km를 맨발로 4~5시간 걷고 있다.

5월 전북 장수군 장수읍 승마레저파크 승마로드 10km에서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4회 생명살리기 맨발걷기 축제.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제공.
5월 전북 장수군 장수읍 승마레저파크 승마로드 10km에서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4회 생명살리기 맨발걷기 축제.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제공.
박 씨와 거의 동시에 금대산을 걷기 시작한 74세 남성은 뇌경색 수술 후유증으로 온 마비와 언어 장애가 개선됐다. 만성 습진으로 머리에서 진물까지 흐르던 정영신 씨(80)는 맨발걷기 5개월 만에 정상 피부를 되찾았다.

2006부터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직접 깔아 거의 매일 맨발로 걷고 달리는 ‘마라톤 마니아’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64)은 “혈색이 좋아졌고 친구들로부터 젊어졌다는 소릴 듣는다”고 했다. 조 회장은 “술도 많이 마시는데 다음날 새벽 맨발로 달리고 나면 모든 피로가 날아간다”고 했다.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달리고 있다. 대전=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달리고 있다. 대전=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런 맨발걷기 열풍에 KBS는 7월 12일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맨발로 걸으면 생기는 일’을 약 50분간 다뤘다. KBS는 4주간 맨발걷기를 한 뒤 몸에서 생기는 변화를 측정하는 실험을 했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없애준다는 ‘NK세포가 20~30배 증가’했다는 결과까지 보여줬다.

박동창 회장은 이런 맨발걷기 열풍에 “맨발걷기가 몸에 좋기는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도 있다”며 주의 사항을 강조했다.

먼저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 걷기지만 맨발로 산을 오르는 운동이기 때문에 스트레칭과 각 관절을 돌려주는 준비운동을 해야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시선을 항상 1m 앞을 주시하라. 맨발로 걷기 때문에 돌 조각이나 유리 조각 등 위험물을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요즘 가을이라 밤송이가 떨어져 있어 밤 가시에 더 유의해야 한다. 셋째, 발을 질질 끌지 말고 또박 또박 걸어야 한다. 피부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넷째, 사람들이 걷는 길만 걸어라. 옆길로 새면 가시 등 위험 물질을 밟아 다칠 수 있다. 다섯째, 파상풍예방접종을 맞아라. 혹 쇳조각 같은 것을 밟을 수 있으니 미리 조심하는 게 좋다. 파상풍예방접종은 10년에 한 번만 맞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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