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를 배워야 하는 이유[지나영의 마음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4일 23시 33분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포모(FOMO)란 ‘Fear of Missing Out(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약자다. 자신만 새로운 정보나 경험 등에서 제외되고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을 말한다. 이런 불안감이 있는 사람들은 일이면 일, 레저면 레저 등 뭐든지 남이 하는 것이면 다 하려고 애쓴다. 당연히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필자도 포모를 가진 사람이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의대에 입학했고, 잠을 줄여가며 수련해 교수가 되었다. 연구하랴, 진료하랴, 연애도 한번 제대로 못 해보고 40세가 되어서야 결혼했다.

그런데 41세 생일 전날 갑자기 근육통과 오한이 심하게 왔다. ‘어제 복싱 클래스에서 너무 격하게 운동해서 몸살이 났나’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가도 낫지 않았다. 몇 달 만에 일어나 앉아 있는 것도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1년 가까이 일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절망적인 마음이었다.

그때 그렉 맥커운의 책 ‘에센셜리즘(Essentialism)’을 만났다. 책이 강조하는 것은 ‘less but better(적지만 더 좋게)’다. 중요한 것들을 추려내 역량을 집중하면서 ‘더 적은 일을 하지만 더 잘하자’는 뜻이다. 우리가 하는 일들을 떠올려 보자. 다 중요해 보이지만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몇 개 안 된다. 친구 생일잔치나 직장 동료의 돌잔치는 정말 가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꼭 가야 하는 일은 아니다.

저자는 말한다. ‘에센셜리스트는 남이 정해놓은 대로 살지 않고 자신이 디자인한 대로 산다.’ 당시 필자의 눈을 번쩍 뜨게 하는 문장이었다. 지금껏 많은 일을 내가 진정으로 하고자 선택해서 한 일인지 돌아보게 됐다.

에센셜리즘은 ‘삶의 미니멀리즘’과 같다.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분하여 선택하고 그 외의 것을 내려놓는 것이다. 이런 행동에는 강한 결단력이 필요하다. ‘결단’은 ‘결심할 결(決)’과 ‘끊을 단(斷)’이 합친 말이다. ‘결정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decide’도 라틴어 ‘decaedere’에서 온 말인데, 하지 않을 것을 잘라 버린다(cut off)는 뜻이 있다.

맥커운은 ‘No를 어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집중하고 있는 것 외에는 ‘No’라고 답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내려놓는다면 우리의 삶은 더 생산적일 뿐만 아니라 더 여유롭고 평온해질 것이다. 이것저것 할 일과 가질 것을 더하기보다 불필요한 것들을 잘라내고 비우는 훈련을 해보면 어떨까? 모두 FOMO에서 ‘JOMO(joy of missing out·놓치는 것에 대한 즐거움)’로 삶의 방향을 바꿔 보길 바란다.

※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닥터지하고’를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와 명상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7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9만 7000명이다. 에세이 ‘마음이 흐르는 대로’와 육아서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나영 교수의 ‘에센셜리즘, 최소 노력의 법칙’(https://www.youtube.com/live/i5o6SLKHSAw?feature=share)

#내려놓는 즐거움#삶의 미니멀리즘#에센셜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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