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정복 포럼서 비전-한계 논의
암 부위에만 발사해 치료 효과 크고 피폭량 적어 환자 생존율 증가
간암-소아암 등은 양성자로 치료… 중입자 치료는 전립샘암에 첫 적용
기존 치료와 단순 비교 어려워, 임상 연구 추가해 데이터 쌓아야
‘암 치료의 새로운 기회, 양성자 치료와 중입자 치료’라는 주제로 최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제78회 암 정복 포럼이 열렸다. 양성자와 중입자는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불리는 암 치료 방사선 기기들이다. 이들은 수소, 탄소이온 등의 입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입자방사선 치료라고도 불린다. 수소를 이용한 입자방사선 치료를 ‘양성자 치료’, 수소보다 12배 무거운 탄소 입자를 이용한 입자방서선 치료를 일반적으로 ‘중입자 치료’라고 부른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입자방사선 치료는 일반 방사선 치료와 비교해 암 부위에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는 물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치료 효과 향상은 물론이고 정상 장기에 대한 피폭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이들 치료는 아직 임상 연구 및 개발 연구를 더 진행해야 한다. 임상 근거에 기반해 적응증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중입자 치료는 아직 임상 활용 기간이 짧아 양성자 등 기존 치료 방법과의 차이점을 평가하기엔 축적된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
국립암센터 차세대입자방사선치료 연구사업 김학수 사업기술연구팀장은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입자방사선 치료는 3∼9㎜의 작은 빔이 종양 부위에 정확하게 들어가야 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라면서 “치료 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한 품질 검증 연구와 입자방사선 치료의 비용 대비 효과 분석,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입자방사선 치료 미국-일본-중국 순으로 많이 해
입자방사선 치료는 1946년 로버트 윌슨 하버드의대 교수가 양성자 치료를 처음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일본에선 1993년 탄소 입자를 이용한 중입자 치료가 시작됐다. 2021년 기준 양성자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27만8727명, 탄소 입자를 이용한 중입자 치료는 4만1544명이다. 이외에도 헬륨을 이용한 입자방사선 치료도 2054건, 소립자(Pion)를 이용한 입자방사선 치료도 1100건이 시도됐다.
양성자 치료 기기는 미국이 54대로 가장 많고, 중입자 치료 기기는 일본이 7대로 가장 많다. 국내 양성자 치료 기기는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에서 보유하고 있으며 중입자 치료 기기는 세브란스병원에서 가동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부산 기장에서 중립자 의료 기기가 건설 중이며 2027년에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김태현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장은 “입자방사선 치료 기기가 크기는 작아지고, 고선량을 빠르게 전달하고, 암의 위치를 정확하게 조사하는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선 이미 입자방사선 치료를 시작하고 있으며 한국도 그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양성자 치료, 간암-폐암-전립샘암 순으로 많이 시행
양성자 치료는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인 양성자를 가속해 암 치료에 활용하는 치료법이다. 양성자 치료에는 양성자가 가진 물리학적 성질인 ‘브래그 피크’, 즉 양성자가 인체를 투과하면서 양성자가 갖는 에너지 정도에 따라 특정 깊이에 있는 암 조직이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는 현상이다. 목표한 암 조직에 최대한 에너지를 발산하다 보니 정상 세포엔 손상이 거의 없다. 양성자 치료엔 방사선 치료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이유다.
대한암학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9년까지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는 총 5만4035명, 이 중에 10%에 해당하는 5398명이 양성자 치료를 받았다. 박희철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양성자 치료센터장은 “간암, 소아암, 두경부암, 식도암 등 상부 위장관암에서 활발하게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치료를 많이 받는 암 분야는 전립샘(전립선)암(13%), 소아암(12%), 간암(25%), 폐암(14%), 척추종양(5%), 뇌종양(3%), 부인암(4%), 유방암(2%) 등의 순이다”면서 “다만 전립샘암은 보험 적용이 되지 못해 양성자 치료 환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성자 치료의 경우 보험 수가는 1000만∼2000만 원 정도로 높지만 환자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때문에 그 비용의 5%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다만 비뇨기암과 유방암은 아직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중입자 치료, 전립샘암부터 시작해
세브란스병원은 4월 국내 처음으로 전립샘암을 대상으로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다. 이번 암 정복 포럼에서도 관심이 뜨거웠다. 기존 치료법보다 부작용이 적고 치료 시간이 짧으면서도 효과가 크다는 기대 때문이다. 중입자 치료는 탄소 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빔을 활용, 암세포를 정밀 타격해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중입자 치료의 생물학적 효과는 X선보다 2∼3배가량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이익재 연세의료원 중입자센터장도 “난치성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암 치료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일 것”이라며 “근거 기반 연구에서 앞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입자 치료가 가능한 암은 양성자처럼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다. 현재는 전립샘암만 대상이지만 치료실을 2개 더 오픈하는 내년엔 타 고형암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주로 초기 암 환자가 대상이다. 특히 골·연부 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같은 희소암의 치료는 물론 특히 3대 난치암으로 꼽히는 췌장암과 폐암, 간암 등에도 확산할 예정이다.
치료 기간 및 과정은 질병에 따라서 다양하다. 한 번에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러 번에 걸쳐서 치료를 한다. 전립선암의 경우에는 12회 정도로 치료가 필요하며 대부분의 암이 4∼16회 치료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립샘암의 경우 보험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5000만∼5500만 원의 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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