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 정신건강 문제로 상처받은 아이들… 꿈 실현 도와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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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취약가정 자녀 꿈 지원
월드비전, 복지사각 아동 진로 상담

11일 정신재활시설 ‘비타민’의 홍선화 시설장(왼쪽)이 강지연(가명) 씨를 상담하고 있다. 강 씨는 월드비전 ‘정신건강 문제 취약가정 자녀 꿈 지원 사업’을 통해 청소년 상담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11일 정신재활시설 ‘비타민’의 홍선화 시설장(왼쪽)이 강지연(가명) 씨를 상담하고 있다. 강 씨는 월드비전 ‘정신건강 문제 취약가정 자녀 꿈 지원 사업’을 통해 청소년 상담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제 꿈을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올해 초 국내 한 대학 심리학과에 진학한 강지연(가명·19) 씨는 이렇게 말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꿈꿔왔던 ‘청소년 상담사’라는 목표에 한 발짝 다가간 것. 그는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 상담사라는 꿈을 구체화할 수 있었던 것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월드비전의 ‘정신건강 문제 취약가정 자녀 꿈 지원 사업’ 덕분이라고 했다.

강 씨가 상담사의 꿈을 품게 된 건 가정 환경의 영향이 컸다. 알코올의존증인 아버지는 술에 취하면 폭력까지 행사했다. 그로 인해 어머니는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언니와 오빠가 성인이 된 후 타지로 떠나면서 강 씨가 기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루하루 공포와 불안에 떨면서도 막연하게 ‘나처럼 가정에서 평안을 찾지 못하고 고통받는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런 강 씨의 생각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

강 씨의 상황이 달라진 건 지난해 초 정신재활시설 ‘비타민’의 홍선화 시설장을 만나고부터였다. 홍 시설장은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가 월드비전과 함께 정신건강 문제를 지닌 보호자의 아이들에게 진로 탐색을 후원하는 걸 알고 있었다.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에 따르면 정신건강 취약 가정의 자녀는 언어적, 신체적 학대에 시달리다가 불안과 우울까지 겪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공적 지원은 이들에게까지 미치지 않는다. 복지 사각지대인 셈이다.

홍 시설장의 추천을 통해 월드비전의 후원을 받게 된 강 씨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됐다. 값이 비싸 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전문 서적을 구해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을 땄고, 입시에 매진한 끝에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다. 무엇보다 강 씨의 처지에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돕고 싶어 한다는 사실 자체가 살아갈 용기가 됐다.

강 씨는 “막연했던 장래 희망이 적성에 맞는지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덕에 큰 도움이 됐다”며 “청소년 상담센터에서 일하며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고, 더 나아가 나만의 상담 기법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이 4억 원을 들여 ‘정신건강 문제 취약가정 자녀 꿈 지원 사업’을 시작한 건 2021년 12월. 그간 강 씨를 포함해 162명의 아동이 후원금을 통해 진로 관련 활동에 도움을 받았다. 문제집을 살 돈도 없었던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은 후원 덕에 독서실에 등록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폭력 가정에서 자라 덩달아 거친 성정을 보였던 다른 한 아동은 상담과 후원 덕에 행동을 개선할 수 있었다. 월드비전은 한편으로는 관계가 악화된 부모와 자녀 사이를 증진하는 프로그램도 아동청소년정신건강지원시설 ‘아이존’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김순이 월드비전 국내사업본부장은 “정신건강 문제를 지닌 가정의 아이들은 사회적 편견이 두려워 어려움을 드러내지 못하고, 여러 지원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그 수는 적지만 반드시 도움을 받아야 할 아이들인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기관과 협력해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상담사#정신건강 취약가정#자녀 꿈 지원#월드비전#진로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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