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개발사 오픈AI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는 3월 초거대 생성형 AI의 영향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직업을 조사해 발표했다. 초거대 AI가 대량의 정보를 처리하고 정확하면서도 정교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학력·고소득 직종이 다수 포함됐는데, 그중 하나가 기자였다. 해당 조사 결과 챗GPT를 사용할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평균 37%(약 10분) 더 빠르게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4개월 전 예측은 최근 현실이 되고 있다. 초거대 AI 개발 경쟁에 열을 올리는 미국 AI 기업들이 언론 분야로 손을 뻗치고 있어서다.
구글은 얼마 전 미국 유력 언론사 경영진을 상대로 자사 뉴스 생성 AI를 시연했다. 7월 1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구글은 현재 ‘제네시스(Genesis)’라는 임시 명칭을 가진 뉴스 생성 AI를 시험하고 있다. 이 AI는 특정 주제나 사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스스로 뉴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 기존 기사에서 문체, 형식 등을 학습한 뒤 그에 맞는 뉴스를 생성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최근 이를 NYT,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언론사 임원진 앞에서 선보인 것이다.
구글, 언론사에 뉴스 생성 AI 시연
오픈AI도 언론사와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7월 13일 오픈AI가 AP통신과 뉴스 콘텐츠 사용에 관한 제휴계약을 맺은 게 대표적이다. 오픈AI는 이 계약으로 1985년부터 축적된 AP통신의 뉴스 콘텐츠를 자사 AI 학습에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반대로 AP통신은 오픈AI의 AI 기술을 자사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오픈AI는 7월 18일 미국 지역 언론이 뉴스 생성에 챗GPT를 활용할 수 있도록 비영리단체 ‘미국저널리즘프로젝트(AJP)’에 500만 달러(약 63억7700만 원)를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 AI 기업은 AI가 언론 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라는 입장이다. 구글은 7월 20일 성명을 통해 “현재 개발 중인 AI가 기사 제목과 다양한 기사 스타일에 대한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AI가 기자의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AI가 기자의 본질적 역할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며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AI-언론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AI 기업과 언론사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두 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I업계는 최근 AI 학습 데이터 수집에 관한 글로벌 규제에 직면했다. 이들 기업이 AI 학습을 위해 온라인상의 데이터를 무분별하게 모으고 있는 데다, 거기에 개인정보가 다량 포함돼 있어 각국의 개인정보보호 관련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성배 연세대 AI대학원장은 “저작권 소송에 휘말린 오픈AI 등 AI 기업들이 합법적인 AI 학습 데이터 수집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며 “이들이 AI 학습에 적합한, 정제된 뉴스 콘텐츠를 갖고 있는 언론계와 손잡으려 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언론 산업계에서도 AI는 새롭게 적응해야 할 도구로 인식된다. AI를 활용해 뉴스 제작 과정을 혁신하는 것은 물론, AI 기업에 뉴스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수익 창출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미국 언론사들은 뉴스 콘텐츠 제공 대가로 AI 기업에 연간 500만~2000만 달러(약 63억7700만~255억 원) 금액을 제시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챗GPT: 미디어의 기회인가, 위기인가?’ 보고서도 “언론사 입장에서 뉴스 소비를 인간에서 인공지능으로 확장할 기회”라고 분석했다.
다만 언론사의 모든 뉴스 콘텐츠가 AI 기업으로 빨려 들어가 데이터 주권이 훼손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사가 AI 기업에 당분간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독자적인 AI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아직 상용화 전 단계이긴 하지만 자사 뉴스 콘텐츠를 활용해 금융 특화 초거대 AI ‘블룸버그GPT’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최근 AI 기업의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은 ‘믿음의 영역’이 되고 있다”며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수집한 데이터를 나쁜 의도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는 어떤 구속력을 가진 약속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라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지금은 AI 기업에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그들의 AI를 사용하되, 언론사 자체적으로 뉴스 생성 AI를 보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AI가 언론 산업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그 데이터로 더 큰 이득을 보는 쪽은 AI 기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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