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불면증 이기는 수면법
환기-냉방으로 시원하게 하고, 취침 전엔 영상 시청 자제해야
바로 누웠을 때 답답함 느낀다면… 수면다원검사로 원인 찾아야
최근 폭염으로 인한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밤새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열대야란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으로 2009년 기상청이 정의했다. 기상청은 태풍 ‘카눈’이 남쪽에서 따뜻한 공기를 몰고 오면서 이번 주에도 열대야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열대야 시기엔 아침에 일어나도 잠을 잤나 싶을 정도로 상당한 피로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또 직장과 가정에서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연신 하품을 하며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렇게 밤새 깊게 잠들지 못하고 잠을 자다가 자주 깨며 그로 인해 낮에 졸리고 피로감이 생기는 증상이 ‘불면증’이다.
신홍범 코슬립수면의원 원장은 “불면증은 잠들기 힘들고, 수면 중에 자주 깨면서 수면의 질 저하, 수면 부족 등을 야기한다”면서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낮 동안의 피로, 무력감, 집중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고 이런 상태가 4주 이상 지속되면 불면증이 고착화되고 불안, 우울증과 같은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기 열대야를 이길 수 있는 수면법과 불면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신 원장과 오상훈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봤다.
나의 수면 환경을 체크하라
불면증이 나타나면 수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은 덥고 습한 취침 환경으로 인해 생긴다. 수면 상태를 유지하고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체온이 평소보다 0.8도 정도 떨어져야 하고 이 상태가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침실이 덥고 습하면 체온이 떨어지지 않고 수면 중 우리 몸이 체온을 낮추기 위해서 심장박동 수를 높이고 땀 분비를 늘리게 된다. 이 과정 자체로도 수면에 방해를 받고 자다가 중간에 깨게 된다.
따라서 잠들기 전 침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한 후 적정 온도(섭씨 24도 내외)의 에어컨이나 선풍기로 시원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좋다. 특히 차가운 수건을 걸어두거나 머리 옆에 얼음주머니를 두면 잠드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에어컨 사용 시 추위를 느낄 정도의 낮은 온도면 수면 시작을 방해할 수 있다. 오 교수는 “덥고 습한 날씨에도 수면 시간과 기상 시간을 평소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면서 “자기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 또는 족욕을 해 편안한 심신 상태를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영상물은 잠드는 시간엔 금물
잠이 오지 않는다고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서 영상물을 보면서 침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잠이 오지 않아서 영상물을 보지만 영상물 자체가 흥미를 유발하고 지속적으로 뇌를 자극하기 때문에 더 잠들기 힘든 악순환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면 시간대를 정하고 잠들기로 돼 있는 시각이 되면 스마트폰을 치우고 영상물 시청을 중단하는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심한 스트레스로 잠들기 힘든 경우, 시차 문제로 인한 불면, 그리고 수일간 불면 증상을 경험하고 있고 그 결과 불면에 대한 공포가 심해지는 경우 등에서는 단기간 의사 처방에 따라 수면제를 복용할 수 있다. 수면제도 점차 진화해오고 있으며 수십 년 전에 사용했던 강하고 부작용이 많은 수면제보다는 지속 시간이 짧고 부작용이 적으며 기억력 등 인지기능에 영향을 덜 주는 약물이 개발돼 처방되고 있다.
또 멜라토닌계 수면제는 과거 수면제에서 보이는 부작용에서 상당히 자유롭다. 불면에 대한 공포로 불면증이 고착화되기 전에 앞서 언급한 수면제의 도움이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는 의사 처방에 따라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수면 중 호흡곤란으로 인한 불면증
불면증은 심리적 스트레스, 더운 날씨 등 외부 원인으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비만이나 기도 조직의 노화와 같이 몸이 구조 변화 같은 내부 원인으로도 생긴다.
신 원장은 “바로 누워서 잠을 청하면 답답해서 잠들기 힘들고 그래서 옆으로 누워야만 잠이 온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들 중엔 몸의 구조 변화로 인해 생긴 ‘기도 폐색’을 앓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누우면 혀가 중력에 의해서 아래로 늘어지면서 기도를 좁히고 막게 되는데 이때 답답함을 느낀다”면서 “이를 심리적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기도 폐쇄로 인한 답답함, 불안은 심하면 공황장애와 같은 불안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코골이 없이도 수면 중 호흡곤란으로 잠들기 힘들고 수면 중에 깨는 경우가 생긴다. 잠을 자고 난 후 입 마름이 있거나 자고 난 후에도 피로감을 느낀다면 수면 중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수면무호흡증일 가능성이 있다. 신 원장은 “잠들기 힘들고 자다가 깨며, 바로 누울 때 답답함을 느끼는 상태가 1달 이상 지속될 경우 수면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수면다원검사를 받아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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