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오사AI의 제품과 비즈니스를 고려하면 글로벌로 나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나 퓨리오사AI의 리더십과 제품을 접했을 때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느낌이 왔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에 대한 프로덕트가 탄탄한 만큼,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스토리 텔링 등의 요소를 더한다면 성장세에 한계란 없을 것이다”
지난 7월 31일,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 기업 퓨리오사AI의 디자인 책임자(Head of design)인 크리스 채(Christiana Chae)를 만나 퓨리오사AI에 대한 디자인 전략 및 구상에 대해 묻는 시간을 가졌다. 크리스 채는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일리노이 대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초반에는 시카고 일대에서 웹 디자인, 반응형 웹 등 디지털 프로덕트에 대한 경력을 쌓았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도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등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실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페이스북 본사로 입사해 페이스북 선임 프로덕트 디자이너, 디자인 매니저를 거쳤고, 페이스북 앱 뉴스피드의 새로운 게시물 포맷 디자인, 페이스북 검색 경험 재설계 등에 참여했다. 2019년에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새로운 프로덕트 콘셉트를 기획하는 메타 AI 신규 상업팀의 디자인 책임자로 부임해 조직 전체 관리를 맡았다. 이후 뉴욕 지사에서 AI 윤리 디자인 팀에서 디자인 전략자로도 활약했다.
그리고 21년부터 크리스 채는 안식년을 보내기 위해 잠시 커리어를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직원 만족과 경쟁력을 함께 키우는 조직문화 7’라는 책을 집필함과 동시에 국내 유수의 대학 및 기업, 기관 등에서 메타 AI에서 겪은 경험을 전파하며 한 해를 보냈다. 이때 우연한 기회로 퓨리오사AI에 디자인 조언을 하게 됐는데,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에 합류해 스케일업을 하고 싶다는 뜻이 맞아 퓨리오사AI에 합류했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 그녀가 바라보는 퓨리오사AI는 어떤 기업일까. 브랜드부터 프로덕트까지, 디자인 가치 전반을 구상하다
크리스 채는 글로벌 IT 기업에서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을 토대로 현재 퓨리오사AI의 디자인 전략 및 기획, 관리 업무 등을 추진하고 있다. 디자인 전략은 디자인이 비즈니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시장을 분석하고 소비자에게 이미지를 심는 큰 의미의 디자인 활동이다. 크리스 채는 “퓨리오사AI에서는 디자인 전반을 맡고 있다.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브랜드와 프로덕트의 사용자 경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해서고, 마케팅, 데모 시연 등 다방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크리스 채는 지난 1월 합류해 인공지능 비즈니스의 성격과 산업에 대한 이해, 그리고 퓨리오사AI의 특성과 강점을 학습하는 데 시간을 보냈고, 지난 6월 마무리된 2023 CVPR(컴퓨터 비전과 패턴 인식 콘퍼런스)도 디자인 기획을 맡았다. 약 6개월 간은 시장 조사에 시간을 들였고, 지금부터는 1세대 반도체 워보이에 대한 전략과 내년 중 출시될 2세대 반도체인 레니게이드의 성공적인 제품 출시를 도울 팀 빌딩을 진행한다.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전문 인재를 확보하고 나선 것이다.
‘워보이(WARBOY)’와 별도로 소프트웨어 프로덕트 디자인도 시작했다. 크리스 채는 “하드웨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지원 도구도 중요하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덕트 디자인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활용할 때 얼마나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는지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작업이다. 또 데모를 통해 얼마나 제품이 잘 사용되는지에 대한 구성도 짜고 있으며, 고객 사례나 실제 사용 경험 등을 만드는 과정도 진행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NPU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물론 유저 사용성도 중요하다. 이것을 어떻게 잘 설명하는지가 핵심이므로 웹사이트를 개선하고, 여러 버전으로 나눠 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누구든지 AI 가속기를 검색했을 때 퓨리오사AI가 나올 수 있도록 검색 엔진 최적화(SEO), 블로그 작업, 엔지니어링 작업 등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워보이에 이어 내년 상반기 중 출시될 2세대 반도체 ‘레니게이드(Renegade)’부터는 직접 글로벌 기획 및 전략 수립에 관여한다. 크리스 채는 “1세대 반도체는 내가 참여하지 못했지만, 2세대 반도체인 레니게이드부터는 직접 전략 및 기획에도 참여하고 있다. 레니게이드가 글로벌에서 주목받을 수 있도록 매일 유럽과 미국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하고 있으며, 차별화된 디자인 경험 및 전략을 세우기 위해 실리콘밸리에서 실력파 인재들을 하나둘씩 고용하고 있다”라는 뜻을 밝혔다.
흥미로운 부분은 크리스 채 스스로가 프로덕트 디자인 업무를 넘어 인재 채용에도 적극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사 쪽에서만 인재 채용을 맡는 우리나라 기업 문화와 달리, 실리콘밸리에서는 리더 급 직원들이 직접 적격자를 찾고 헤드헌팅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업무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일은 인사팀보다도 그 업무를 구축한 관리자가 더 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대목에서 퓨리오사AI가 글로벌 기업들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실리콘밸리 수준의 글로벌 기업 만들고자 노력 중”
국내외 동종업계와 차별점을 주기 위해서는 어떤 디자인 전략을 구상하고 있을까. 크리스 채는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퓨리오사AI의 NPU는 엔비디아의 GPU보다 성능이나 가격 측면에서 효율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사용성이 불편하다면 이런 장점들이 퇴색될 수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사용 측면에서도 훨씬 나은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그러려면 소비자 사용성과 피드백을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메타 AI 출신의 파이토치(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유저 리서처를 고용해 소비자 분석을 맡겼고, 전 세계 레벨에서 유저 피드백을 수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우리의 프로덕트와 사용자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직책들로 팀을 만들고 있다. 특히나 브랜드, 마케팅, 유저리서치, 사용자 경험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직원까지 모든 분야에서 실리콘밸리에 정통한 인원들을 고용해 글로벌 기업들과 수준을 맞출 예정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직원을 구성하고 협업하는 것이 글로벌화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인 셈”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진출에 눈앞에 둔 마음가짐도 언급했다. 크리스 채는 “스타트업이 효과적으로 성장하려면 나만의 강점을 잘 짚어서 영향력이 큰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메타AI에서의 마지막 몇 년은 디자인 리더면서도, AI 신규 사업팀과 AI 윤리 팀 등 새로운 분야에서 조직을 구축하는 리더로서의 역할이 더 컸다. 스스로가 이 경험을 강점이라 생각한다. 퓨리오사AI에서도 한 조직의 리더로서 글로벌 팀을 잘 구축하는 것이 나 자신과 조직 모두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퓨리오사AI, 넥스트 엔비디아 꿈꾼다
메타 AI에서 나와 안식년을 보내던 그녀가 퓨리오사AI에 합류한 것은 오롯이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보아온 시각과 눈높이에서 보더라도 퓨리오사AI는 한국을 넘어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잠재력과 역량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크리스 채는 메타 AI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크리스 채는 “앞으로 글로벌 인재들이 합류할수록 업무와 소통의 어려움이 생긴다. 하지만 퓨리오사AI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겪어야 할 길이고, 또 그것을 극복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다. 그리고 창의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빠른 흐름 속에서도 잠시 쉬어도 보고, 천천히도 가보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을 돌보고, 좋은 아이디어와 품질이 갖춰진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퓨리오사AI의 목표에 대해서는 ‘넥스트 엔비디아’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크리스 채는 “퓨리오사AI가 넥스트 엔비디아가 되리라고 마음먹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와 차별화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야 하고, 글로벌 기업다운 도전 정신도 가져야 한다. 퓨리오사AI는 한국적인 기업이면서도, 글로벌 기업 수준의 도전 정신과 신선함을 가지고 있으니 꾸준히 성장하는 꿈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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