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엔비디아 지포스 10 시리즈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4K(3840x2160) 게이밍 환경이 열리는 듯했지만, 7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4K 게이밍 환경은 조금 먼 얘기다. 최신 그래픽 카드를 활용하면 4K 60프레임도 무리가 없고, 4K 모니터도 이제는 1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4K 60프레임을 만족하려면 새 게임이 나올 때마다 최고 성능의 그래픽 카드가 필요한 점이 부담스럽다. 게다가 고성능 카드를 써도 4K 60프레임이 어려운 경우도 많아서 4K 환경을 고집하는 게이머들이 많이 줄었다.
그렇다 보니 QHD(2560x1440) 해상도가 대세가 되고 있다. QHD는 FHD(1920x1080) 해상도보다 선명하면서도, 4K보다 필요한 자원도 적고 가격 부담도 훨씬 적다. 게다가 몇 년 사이 DLSS나 AMD FSR 등 화면 해상도를 끌어올리는 업스케일링 기술이 크게 진화했다. 굳이 하이엔드 그래픽 카드를 사서 4K를 사용하지 않고, 그보다 아래 등급의 퍼포먼스 급 그래픽 카드를 활용해 QHD 144프레임을 주력으로 하고 필요할 때 업스케일링으로 4K나 실시간 광선 추적(레이 트레이싱)을 쓰는 식이 자리 잡았다. 지난달 말 개최된 게임스컴 2023에서 등장한 AMD 라데온 RX 7800 XT 및 7700 XT가 이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RDNA3로 성능과 효율 모두 잡은 라데온 RX 7800 XT
AMD 라데온 RX 7800 XT 및 7700 XT는 AMD 라데온 7000 시리즈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제품군이다. 위로는 4K 게이밍에 대응하는 RX 7900 XTX와 RX 7900 XT가 있으며, FHD 게이밍에는 RX 7600이 대응한다. 라데온 RX 7800 XT 및 7700 XT는 그 중간 라인업으로 QHD 게이밍에 적절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 시리즈와 비교하면 지포스 RTX 4060 Ti 및 4070에 해당하는 라인업이다.
제품 메모리는 RX 7800 XT가 64MB 인피니티 캐시 메모리와 256비트 16GB GDDR6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고, RX 7700 XT가 48MB 인피니티 캐시와 192비트 12GB GDDR6 메모리를 탑재한다. 경쟁 제품인 RTX 4070이 192비트 12GB GDDR6, RTX 4060 Ti가 127비트 16GB GDDR6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으니 대역폭이나 VRAM 용량면에서는 우세하다.
인터페이스는 3개의 디스플레이 2.1 포트와 1개의 HDMI 2.1 포트를 장착하며, 2개의 8핀 보조전원을 요구한다. 길이는 267mm로 쿨링팬 두 개를 장착하고 있고, 피시아이 익스프레스 슬롯은 2.5개를 차지한다. 다만 해당 설명은 AMD 라데온 표준 모델 기준이므로 일반 제조사에서 만든 그래픽 카드는 슬롯이나 쿨링팬 구성, 인터페이스 등이 다를 수 있다. 권장 파워 서플라이는 AMD 라이젠 9 7950X가 장착된 시스템을 기준으로 두 그래픽 카드 다 700W인데, CPU 등급이 이보다 낮다면 조금 더 낮은 파워 서플라이에서도 동작한다. QHD 해상도에 부족함 없는 게이밍 성능
라데온 RX 7800 XT 및 7700 XT 모두 현세대 최신 게임을 기준으로 QHD 게임 환경에 적합하다. 고사양 게임이더라도 QHD 60프레임은 거뜬히 넘기고, 사양이 좀 더 낮은 조건에서는 100프레임도 문제없다. 그래픽 카드의 성능을 변별력 있는 점수로 환산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3D마크의 파이어스트라이크, 타임스파이를 각각 실행해 봤다. 파이어스트라이크는 다이렉트X 11 기반의 FHD 게임 성능을 가늠할 때 쓰이고, 타임스파이는 다이렉트X 12 기반의 QHD 게임 성능을 비교할 때 쓰인다.
테스트 벤치는 AMD 라이젠 9 7950X와 32GB DDR5 메모리를 조합했다. AMD 라데온 RX 7800 XT의 파이어 스트라이크 점수는 4만9274점으로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70 Ti의 5만3000점에 근접한다.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의 4만2000점, RTX 4070의 4만 4천 점보다 높은 수치다. 타임스파이는 1만9425점으로 RTX 4070 Ti의 평균인 2만470점과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RTX 4070보다 높은 성능을 갖췄으니 QHD 해상도 게이밍에서는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실제 게임 환경에서는 어떨까?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를 최고 옵션으로 설정하고, FHD 해상도로 구동했다. 일인칭 슈팅게임은 게임 흐름 및 전환이 빠르고, 조작에 걸림이 없도록 부드럽게 플레이하는 것을 중시한다. 따라서 화려한 그래픽보다는 FHD 수준의 적정 해상도에 고주사율로 플레이하는 설정이 기본이다. 물론 배틀그라운드 자체가 사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높은 주사율과 성능 두 가지를 모두 잡기는 쉽지 않다.
FHD 해상도 및 최고 옵션을 설정하고 약 3분간 튜토리얼 구간을 플레이한 결과를 바탕으로 평균 및 최소 프레임 등을 가늠해 봤다. 이때 AMD 라데온 RX 7800 XT는 최소 181.3프레임, 평균 201.9프레임으로 고품질 게이밍 환경인 QHD 144프레임을 훌쩍 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특히 하위 1% 프레임도 167.1프레임을 기록해 어떤 조건에서도 QHD 144Hz 모니터의 모든 성능을 끌어낼 수 있는 수준을 보여줬다. 배틀그라운드의 사양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일인칭 슈팅 게임 장르에서 144~360프레임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AMD 라이젠 및 라데온 그래픽 카드 구매 시 번들로 제공되는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의 스타필드를 플레이했다. 스타필드는 최소 사양이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70 Ti 및 AMD 라데온 RX 5700, 권장 사양이 RTX 2080 및 RX 6800 XT로 지금까지 출시된 게임 중 가장 높다. 어중간한 성능의 컴퓨터로는 FHD 중간 옵션으로도 플레이할 수 없는데, AMD 라데온 RX 7800 XT는 QHD 해상도 60프레임은 무난하게 소화한다.
스타필드를 FHD 및 QHD 해상도 울트라 옵션으로 약 3분간 플레이한 뒤, 평균 및 최소 프레임을 확인했다. 테스트는 변인 통제를 위해 야외 환경에서 정해진 구간을 플레이했고, 프레임이 뛰는 인터페이스는 열지 않았다. QHD 울트라에서 RX 7800 XT는 평균 73.6프레임, 최소 62.7프레임을 기록했으며 최소 1%가 46.6프레임을 기록했다. FHD 울트라는 평균 97.9프레임이며, 최소 1%에서 72.7프레임을 기록했다.
현존하는 게임 중 가장 사양이 높은 게임임에도 QHD 울트라 옵션은 60프레임으로 충분히 방어하고, 사양 조정을 하면 FHD 해상도에서 144프레임도 무난하게 가능한 수준이다. AMD 하이퍼-RX 활용해 QHD 라인업으로 4K 넘본다
QHD 라인업 그래픽 카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업스케일링 기술의 대중화도 한몫한다. 원래 권장 게임 해상도는 그래픽 카드의 순수 처리 성능이 결정했지만, 화면을 작게 렌더링 한 다음 늘려서 제공하거나 어두운 부분은 뭉쳐서 처리하는 등의 기술을 결합해 실성능보다 더 높은 권장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AMD 슈퍼 피델리티 해상도 등의 기능을 지원하는 게임이면 QHD 성능으로 4K를 운용한다거나, FHD 해상도에서 프레임을 30~40%까지 끌어올리는 게 가능하다.
이번에 AMD가 공개한 AMD 하이퍼-RX 기능을 활용하면 AMD 라데온 7000 시리즈의 활용도가 한층 더 진보한다. AMD는 우선 업스케일링 기술인 AMD 피델리티 슈퍼 해상도를 3.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며, 앞으로 모든 GPU에서 AMD FSR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라데온 부스트와 지연 방지, 슈퍼 해상도 세 가지 기능을 동시에 사용하는 AMD 하이퍼-RX 기능을 통해 프레임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다.
AMD 하이퍼-RX 기능은 AMD RDNA 3 아키텍처 이후 제품부터 지원하며, AMD 아드레날린 드라이버에서 그래픽 프로파일을 하이퍼-RX로 바꾸면 지원 게임에서 자동으로 활성화한다.
AMD 하이퍼-RX 기능을 활용해 AMD 라데온 RX 7800 XT의 성능 향상점을 체감해 봤다. 테스트는 사이버펑크 2077을 QHD 해상도 울트라로 설정한 다음, 벤치마크를 활용해 프레임을 구해봤다. 이때 AMD 라데온 RX 7800 XT는 평균 95.89프레임, 최소 62.26프레임으로 충분히 안정적인 값을 내놨다. 다만 QHD 144프레임이나 4K 60프레임으로 플레이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수준이다.
여기에 AMD 하이퍼-RX 기능을 활성화한 조건에서 다시 한번 테스트했다. 이때 평균 프레임은 133.69로 40프레임 가까이 늘었고, 최소 프레임도 72.30으로 크게 늘었다. 조금만 사양을 조정하면 QHD 144프레임도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고, 4K 60프레임 플레이도 노려볼만하다. 업스케일링 된 조건이긴 해도 고사양의 RX 7900 XTX 등을 대신하기에 충분하다. 성능과 해상도 모두 적절한 QHD 대응 카드, 가격도 매력적
게이밍 그래픽 카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품군은 엔트리 바로 윗 등급인 메인스트림 급 제품이다. 엔트리 급으로는 성능이 부족하고, 그 이상 제품부터는 가격 부담이 있다. 그래서 성능이나 옵션을 타협하고 메인스트림 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업스케일링 기술이 자리 잡으면서 이제 퍼포먼스 급 제품군의 활용도가 재해석되고 있다.
과거에는 메인스트림보다 조금 높은 성능으로 한 두 세대 지나도 쓸만한 성능을 유지하는 라인업 정도 인식이었다면, 업스케일링 기술이 등장하면서 완벽하진 않지만 하이엔드 급에 가까운 성능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제품군이 되고 있다. 무조건 최상의 조건을 바란다면 하이엔드로 가는 게 맞지만, 합리적인 가격대를 추구하면서 성능까지 높아야 한다면 상당히 이상적이다. 특히나 내년 초에는 AMD 하이퍼-RX에 프레임 보간 기능인 플루이드 모션 기반의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어서 프레임 향상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AMD 라데온 RX 7800 XT의 정식 출시가는 499달러, RX 7700 XT의 출시가는 449달러로 환율을 계산하면 각각 66만 원, 59만 원대다. 국내 출시에 맞춰 가격이 조정돼도 85만 원대인 RTX 4070, 105만 원대인 RTX 4070 Ti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RX 7800 XT는 성능면에서는 RTX 4070 Ti에 가깝고, AMD 하이퍼-RX의 도움을 받으면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 안정적인 QHD 고주사율 게이밍 환경을 노리면서, 가격까지 고려하는 조건이라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