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이거 직접 찍은 것임?” 타사 사진기자에게 불꽃놀이 가득한 여의도 사진을 보냈더니 이색적인 풍경에 놀란 반응이 나왔다가, 이내 “불꽃 쏜 적이 있나?”라며 긴가민가한 반응을 보였다. 불꽃축제 기간도 아닐뿐더러 평소 볼 수 없는 앵글의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위의 사진은 불꽃을 합성한 가짜다. 어도비 포토샵(Adobe Photoshop)의 ‘생성형 채우기’ 도구를 활용했다.
어도비사는 올해 초 생성형 AI툴인 파이어플라이(Firefly)가 통합된 포토샵 베타를 공개했다. ‘생성형 채우기’ 도구를 쓰면 포토샵의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다. 사용자는 간단한 단어나 문장을 입력해 이미지에 원하는 콘텐츠를 간편하게 추가·확장 또는 제거할 수 있다. 위의 불꽃놀이 사진도 원본 사진 바깥쪽에 빈 공간을 만들어 선택하고 “Fireworks(불꽃놀이)”를 적은 후 엔터만 눌렀더니 결과물이 완성됐다.
생성형 채우기를 사용하다 보니 재밌는 사진들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아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다. 백화점에서 찍은 사진에 비어있는 공간들을 생성형 채우기로 채웠다.
물줄기가 끊겨있는 부분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폭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수영선수와 물고기는 원본 사진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크게 합성됐고, 특히 물고기는 분수대에 맞는 관상어가 아닌 생선이 등장했다. 크기는 사각형 선택 도구를 이용할 때 맞춰서 해야 하는 듯했다. 다만 합성한 행인은 위에서 바라본 각도에 맞게 나타나 주변부를 확실히 인식하고 합성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성형 채우기의 또 다른 놀라운 기능은 사진의 일부분을 통해 더 큰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이다. 작게 자른 사진의 바깥 부분을 선택한 후 단어 입력 없이 엔터를 누르면 사진을 인식하고 나머지 부분을 완성해준다.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넓은 사진의 일부분을 잘라내 가운데 놓고 생성형 채우기로 바깥 부분을 합성해봤다. 왼쪽 위 구석의 나뭇가지를 인식해 큰 나무를 만들어냈다. 계곡과 산도 위화감 없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원본 사진과 비교했을 때는 다른 점이 보였지만 합성된 사진 자체만으로는 가짜 이미지라는 것을 분간하기 쉽지 않았다.
사람을 합성했을 때는 얼굴이 뭉개져 있거나 동작이 어색한 경우가 많았다. 축구 경기인데 미식축구 선수가 등장하는 등 재미있는 상황도 펼쳐졌다. 테러 대응 훈련 사진에서는 추가로 군인 이미지를 추가해보려고 “Soldier(군인)”를 입력했더니 지침에 의해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는 문구가 떴다.
최근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가짜 사진’의 유포가 ‘가짜 뉴스’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행되는 가짜 사진이 유포됐고, 지난 5월에는 펜타곤 인근에서 폭발하는 사진이 유포돼 잠깐이나마 증권시장이 요동쳤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도 13일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에서 “가짜뉴스가 인공지능(AI)과 디지털을 이용해 빛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훼손하고, 우리의 미래와 미래세대를 망칠 수 있다”라며 가짜뉴스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디지털 윤리 규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누구나 AI를 활용해 이미지를 합성하고 생성하는 시대가 왔다. 포토샵도 아직은 베타버전의 미흡한 점을 보이고 있지만 점점 더 정확해지고 정교해질 것이다. 일부 IT 업체에서는 AI로 조작한 이미지인지 검증하는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정확도는 떨어지는 듯하다. 사진기자로서 ‘진짜 뉴스’를 검증하고 전달할 책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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