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라는 단어를 보면 어떤 것이 먼저 떠오르나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개는 홍대 거리나 지하 클럽에서 공연하는 인디 밴드 같은 뮤지션을 연상하리라 봅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자신 자본으로 제작해 유통하는 그들을 보면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런 인디 뮤지션들은 주류 음악 시장에서는 접하기 힘든 개성 있고 독특한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요즘엔 아예 인디 음반을 위한 전용 레이블까지 등장했습니다.
게임 시장에도 음악처럼 ‘인디게임’ 분야가 있습니다. 음악과는 조금 다른 형태지만, 소수의 개발자들이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합니다. 아무래도 소수가 개발하다 보니 전반적인 게임 품질은 기존 상업용 게임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흥행에 성공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데요.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거센 인디 바람이 게임 시장에 불고 있습니다. ‘스팀’과 같은 대형 PC 게임 유통 플랫폼과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등의 모바일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인디게임을 개발해 일단 성공하면 수백억 원은 가볍게 벌 수 있는 유통망과 시장이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3억 달러를 번 ‘스타듀밸리’
실제로, 에릭 바론(닉네임 ‘컨선드에이프’)이라는 개발자는 4년 이상 게임 프로그래밍과 그래픽/사운드 작업까지 모두 혼자 개발한 ‘스타듀밸리’를 2016년에 시장에 내놨습니다. 스타듀밸리는 고단한 회사 생활을 하던 주인공이 어느 날, 할아버지가 삶이 지쳤을 때 열어보라던 편지를 읽고, 할아버지가 살던 농장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의 컨트리 라이프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아기자기한 그래픽을 통해 농사와 목축, 채집, 채광, 낚시는 물론 연애까지 농장의 삶을 그린 이 게임은 전 세계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출시 두 달 만에 200만 장을 판매하며 인기 인디게임에 등극했습니다. 2016년 인디게임 시장은 ‘스타듀밸리’가 단연 화제였죠.
이후 에릭 바론은 2018년 모바일 버전도 출시하고, 게임을 계속 업그레이드해 나갔습니다. 그 결과 출시 4년 만인 2020년 1월에 1000만 장, 2022년에는 20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22년 기준 매출 추정치는 무려 3억 달러(약 3900억 원)로 어마어마한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퍼블리싱 과정 등에서 일부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혼자서 게임을 만들어 수천억 원대의 수익을 올린 사례입니다.
25억 달러의 가치, ‘마인 크래프트’
이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한 ‘마인 크래프트’도 마르쿠스 페르손(닉네임 ‘노치’)이 혼자 개발을 시작한 게임입니다. 마커스 페르손은 인기 퍼즐 게임 ‘캔디 크러쉬 사가’의 개발 업체 ‘킹’에서 5년간 일하다가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독립했고, 2009년 칼 매네, 야콥 포르세르와 함께 ‘모장’이라는 개발사를 설립했습니다.
모장은 2009년 ‘마인 크래프트’ 프리 클래식 버전을 선보였는데요. 이 게임은 마치 레고처럼 모든 것이 네모난 블록으로 구성된 세상에서 농사도 짓고 집도 건설하는 등 창의력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어 게이머들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1:1 사이즈의 건물부터 복잡한 전자 제품의 내부 부품까지 거의 모든 것을 만들 수 있었죠.
출시 이듬해인 2010년에는 하루 만에 4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2011년 마인 크래프트를 정식 출시한 모장은 플랫폼을 모바일로도 확장했습니다. 디지털 레고와 같은 재미로 전 세계 게이머를 사로잡아,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눈에도 들게 됩니다. MS는 2014년 25억 달러(당시 약 2조 5000억 원)에 모장을 인수했습니다.
MS 인수 이후에도 마인 크래프트의 인기는 계속됐으며, 2020년 기준 2억 장 이상 판매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 게임에 등극했습니다. 2021년에는 유튜브에서 조회 수 1조 회를 돌파한 최고의 게임이 되기도 했죠.
인디게임 시장이 큰 기대가 되는 이유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려도 인디게임으로 시작해 큰 성과를 거둔 기업들이 있습니다. ‘드래곤 플라이트’라는 간단한 슈팅게임으로 시작해, 현재는 대형 게임사로 성장한 ‘라인게임즈’가 대표적입니다.
라인게임즈의 김민규 대표는 전신인 ‘넥스트플로어’에서 모바일 슈팅게임 ‘드래곤 플라이트’를 혼자 개발해 카카오톡 기반 플랫폼에 맞춰 이를 출시했습니다. 한 손가락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 게임은 100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했으며, 하루 매출이 5억 원을 넘어서며 지금의 기틀을 든든하게 다지게 됐습니다.
비디오게임 전문 리서치 기업 VG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으로 출시된 게임 중 96%가 인디게임이며, 스팀 내 매출 규모도 약 30%에 달합니다. 인디게임의 인기와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인디게임 시장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대형 게임사들도 적은 비용으로 큰 실적을 기대할 수 있는 인디게임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퍼블리싱은 물론 각종 지원과 게임 판매 플랫폼까지 마련해 둔 상황입니다. 특히 올해 11월에 개최되는 부산 ‘지스타 2023’에서도 별도의 인디게임 쇼케이스까지 마련됐습니다. 인디게임 시장이 이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발전할지 유심히 지켜봐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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