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다가 별안간 샐러드를 먹고싶어졌지만, 마트가 영업을 마쳤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말 때. 계란과 채소, 우유 등 신선식품을 사야 하지만, 일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쁠 때. 제철 과일과 신선한 채소를 먹고 싶지만, 집과 마트 사이 거리가 멀어 쓴 입맛만 다실 때.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일이다.
오늘날 유통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들을 위한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앞다퉈 마련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서비스에 한계는 있다. 새벽배송 상품 품목의 종류가 적거나 가격이 비싼 경우, 배송 과정에서 상품의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다. 오랜 시간 냉동식품 제조와 배송을 한 어느 기업의 대표는 이 단점을 직접 해결하려 마음 먹고 스타트업 '주식회사빙고'를 세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진구 대표다.
2019년 4월 문을 연 주식회사빙고는 처음에는 전국 곳곳의 무인 매장과 사무실, 학교 매점과 골프 연습장 등지에 IOT 스마트 자판기를 공급했다. 이진구 대표가 냉동식품 제조 사업을 할 때 소비자로의 접근성을 높이려 개발한 제품이다. 이 제품의 장점은 냉동 식품을 다루는 점이다. 기존의 자판기는 냉동식품을 다루지 못했다. 저온을 다루는 탓에 내외 온도 차이에 성에가 생겨 기계 고장을 일으키는 까닭이다.
이진구 대표는 기존의 자판기와 모습과 동작 방식 모두 다른 ‘쇼케이스형 자판기’를 고안했다. 기존의 자판기는 상품 전시대 뒤에 냉장 보관 설비를 배치하고,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을 냉장 보관 설비에서 꺼내 전달했다. 반면, 주식회사빙고의 쇼케이스형 자판기는 음식점에 설치된 대형 주류 냉장고처럼, 상품 전시대와 냉장·냉동 보관 설비를 같은 곳에 배치한다.
그는 여기에 RFID(Radio Drequency IDentification, 비접촉 무선인식기술)와 센서 키오스크를 더했다. 사용자가 주식회사빙고의 쇼케이스형 자판기를 이용하는 과정을 보자. 살 상품을 정한 뒤 문을 열고 그냥 꺼내면 된다. 문을 여닫는 단 수 초만에 결제는 자동으로 이뤄진다. 상품을 여러 개 꺼내도 그렇다. RFID로 상품의 입출고 현황과 개수를 실시간 파악하는 덕분이다.
이 제품은 소비자에게 냉장·냉동 상품뿐만 아니라 결제 편의까지 함께 제공한다. 매장 점주는 쇼케이스형 자판기를 들이는 것만으로 24시간 운영 가능한 무인 매장을 꾸민다. 여닫이식 문과 잠금 장치로 보호하니 상품 도난 우려가 적고, 기기와 서버 사이 통신 이력이 남는 덕분에 오작동이나 오결제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주식회사빙고는 쇼케이스형 냉장고의 성능을 높이고, 다루는 제품군의 개수를 늘려 활용 영역을 넓힌다. 넓은 곳에서 쓰기 좋은 양문형과 소형 단문형, 크기와 무게가 각기 다른 비정형 농축산물을 다루는 전자저울과 실시간 연동 가능한 특화 제품이 각각 태어났다. 이들 제품을 만들려고 농산물의 계량 데이터로 순식간에 상품 코드를 생성, RFID 태그를 만드는 기술도 개발했다. 실속형 저가 장비도 만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비대면·무인화의 수요가 늘자 주식회사빙고는 적극 활동에 나선다. 무인 유통 기업과 가정간편식 기업, 프랜차이즈 기업 등이 주식회사빙고의 제품을 애용한다. 이진구 대표는 최근 CJ프레시웨이와 손을 잡았다. 대형 리조트와 제조 공장, 학교와 기업 등 단체 급식 시설을 위한 상품 판매와 영업 무인화를 함께 연구할 목적에서다. 이들은 스마트 푸드, 자판기를 포함한 식품 기반 시설의 고도화를 연구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무인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함께 주고받을 파트너로도 자리 잡았다.
냉장·냉동 모두 가능한 IOT 스마트 자판기, 식품 기반 시설의 무인화와 유통 기술을 개발한 주식회사빙고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온오프라인 신선식품 배달 플랫폼 ‘모두의 냉장고 빙고(이하 빙고 앱)’다.
빙고 앱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사는 소비자들이 농산물, 신선식품을 언제든지 주문해서 집 바로 앞에서 받도록 돕는 서비스다. 주식회사빙고가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특정 공간에 스마트 냉장고를 설치하고, 소비자들이 농산물이나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구해서 이 곳에 넣어주는 식이다. 소비자들은 주문 후 QR 코드를 받는다. QR 코드를 스마트 냉장고에 장착된 키오스크에 가져다 대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주문한 상품을 가져갈 수 있다.
빙고 앱은 다른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와는 다른, 세 가지 장점을 가졌다. 먼저 택배가 아니라 직접 배송하는 방식이므로 박스·포장지와 냉매를 쓰지 않는 친환경 배송이다. 두 번째로는 신선도 유지 기능이다. 소비자가 빙고 앱으로 주문한 신선식품은 스마트 냉장고에 냉장 혹은 냉동 보관된다. 소비자가 찾아갈 때까지 콜드체인으로 보관하니,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처럼 안팎의 온도 차이가 커도 상품의 품질을 보장한다. 세 번째는 가격 경쟁력이다. 포장재를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주문을 한데 모아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스마트 냉장고에 한 번에 입고하는 덕분에 물류 효율이 높다. 단순하고 효율적인 유통 구조 덕분에 판매가를 더욱 낮춘다.
이진구 대표는 빙고 앱의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려 다양한 파트너 기업을 섭외했다. 농산물은 농협, 축산물은 보리네, 양계 상품은 마니커와 조인주식회사와 함께한다. 볶음밥과 주먹밥 기업으로 유명한 엄지식품, 허쉬 아이스크림 등 이름난 기업이 주식회사빙고의 상품 조달을 맡는다. 최근에는 CJ프레시웨이도 상품 공급 파트너가 됐다. 상품 배송 파트너 기업은 고성능 콜드체인을 가진 연세유업이다. 주식회사빙고는 야채와 정육, 계란과 밀키트 등 냉장·냉동 상품 전반의 파트너도 확보해 더 많은 상품을 소비자들이 받도록 할 예정이다.
빙고 앱으로 오후 1시까지 상품을 주문하면, 당일 오후 6시까지 IOT 스마트 자판기에 상품이 도착한다. 여기에서 빙고 앱의 또 하나의 장점이 두드러진다. 다른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는 상품을 전용 보냉 박스나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전달한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냉기가 사라져 상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빙고 앱으로 주문한 상품은 냉장·냉동이 완벽한 IOT 스마트 자판기에 담긴다. 시간이 오래 지나도 선도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다.
주식회사빙고는 빙고 앱을 서울 금정 인근의 아파트 단지와 일부 오피스텔에서 운용 중이다. 서비스 정식 공개 후 대응 지역을 꾸준히 늘릴 예정이다. 빙고 앱은 사용 방법만큼 신청 방법도 쉽다. 앱을 설치하고 메뉴 안 ‘신청하기’만 선택하면 된다. 그러면 주식회사빙고가 신청한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텔로 찾아가 단지의 규모를 측정하고, 협의를 거쳐 IOT 스마트 자판기를 설치한다. 설치 비용은 무료다.
기술과 서비스, 사업 경험과 기반을 잘 닦은 주식회사빙고지만, 그럼에도 아직 해결할 문제는 많다. 우선은 자금 확보가 시급하다. 이진구 대표는 빙고 앱과 서비스 시설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거래가 일어나면 그 때 비로소 수수료를 토대로 수익을 만들려 한다. 그래서 초기 설치 비용을 많이 써야 한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할 상품 개발·수급 역량 강화도 과제다. 주식회사빙고의 빙고 앱과 서비스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시장을 함께 일굴, 상품 선정과 서비스 운영 전략을 꾸릴 인재도 섭외하려 한다. 자금을 확보해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인재와 함께 고도화한 후에는 해외 시장 진출도 검토한다. 물론, IOT와 앱 서비스의 시스템 안정화와 하드웨어 개선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3년째 주식회사빙고의 손을 잡고 성장을 이끈다. 최근 이들을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정해 인도네시아와 태국, 싱가포르 등지에 소개했다. 이진구 대표는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해외 VC를 만나 투자금을 유치할 계획을 세웠다. 세계 곳곳에서 늘어나는 신선식품 배송의 수요에 선제 대응할 계획도 함께다.
주식회사빙고는 이미 올 상반기, 지난해 전체보다 400% 많은 매출을 거뒀다. IOT 스마트 자판기만으로 거둔 성과다. 9월 이후 빙고 앱이 자리 잡으면 매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진구 대표는 올해 IOT 스마트 자판기와 빙고 앱의 성장 터전을 닦은 후, 2024년부터 사업을 본격 확장한다.
그는 먼저 빙고 앱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한다. 공동구매 기능을 더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농산물이나 신선식품을 바로 전달한다. 기존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보다 저렴하게, 빠르고 정확하게 상품을 받는 장점을 강조해 신개념 하이퍼로컬 서비스로 개선한다.
친환경 기업 이미지도 강화한다. 주식회사빙고는 유통 스타트업 가운데 드물게 탄소배출권을 취득하려 한다. 자체 조사 결과, 주식회사빙고의 빙고 앱으로 신선식품을 배송하면 일반 배송보다 온실가스를 회당 680g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송 규모가 커지면, 서비스 제공 지역이 넓어지면 이 효과는 더욱 커진다. 주식회사빙고는 탄소배출권으로 만든 이익을 고스란히 서비스에 투입, 이용 가격을 낮출 예정이다.
이진구 대표는 “IOT 스마트 자판기와 빙고 앱을 아파트 주민 모두가 사랑하는 서비스로 만들겠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그 날 바로, 가장 신선한 상태로 배송하는 플랫폼의 대명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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