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호박벌이 향후 40∼60년 내 더 심각한 멸종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유럽에 서식하는 호박벌 46종 중 75%가 2080년경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호박벌의 ‘집단 실종’이 목격되고 있지만 이는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시몽 들리쿠르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공간역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구분돼 있지 않은 유럽 호박벌(학명 Bombus) 38∼76%의 서식지가 2061∼2080년 사이 최소 30% 줄어들어 멸종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13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꿀벌보다 몸집이 크고 통통하며 털로 뒤덮여 있는 호박벌은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화분 매개자다. 전 세계 작물의 90% 이상이 벌과 나비 같은 화분 매개 곤충의 수분에 의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벌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경우 식물 자원도 덩달아 사라지고, 인간은 식량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
호박벌은 비행을 하거나 수분 활동을 할 때면 체온이 크게 오른다. 이들이 주로 온도가 낮은 한랭지역에 서식하는 이유다. 지구 온난화로 유럽 전역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호박벌에게 적합한 생태 환경이 사라지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유럽 호박벌 46종에 대한 40만1046건의 데이터를 시기별로 나눠 분석했다. 1901∼1970년, 2000∼2014년, 2021∼2080년 호박벌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생태 환경이 유럽 대륙에 얼마만큼 존재할지 조사했더니 시간을 지날수록 서식지가 줄어들었다. 2080년대엔 호박벌 서식지의 최소 30%는 사라질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현재 제시하고 있는 멸종위기종 분류가 실제 호박벌 종별 개체 수 추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겨울에만 꿀벌 78만 마리가 집단 폐사하는 등 위기 상황이 보고되면서 지난달 27일 기후 변화에 따른 국내 양봉산업 지원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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