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데이터 분석·컨설팅·가치평가, 정밀 의학 마중물로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9월 22일 1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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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정부와 의료계는 지금까지 풍부한 의료데이터를 쌓았다. 업계는 이제 병원과 공공기관, 웨어러블 기기가 모은 의료데이터를 분석·활용할 기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료데이터를 통합 분석, 결과물을 제도화해서 활용하도록 다학제적 임상연구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다. 전문가들은 의료데이터 분석 시장 활성화를 이끌 의료데이터 가치평가도 필수 요소로 꼽는다.

의료데이터의 범위는 아주 넓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치료한 결과와 연구자들의 임상 연구 자료, 공공기관이 가진 환자의 신상과 보험 정보, 사람의 심박수와 수면 습관 등 웨어러블 기기가 측정한 데이터 모두가 의료데이터다.

의료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면 개별 환자의 특성에 맞춘 질병, 질환의 예방과 치료법을 제공하는 ‘정밀 의학’을 구현한다. 의료계는 정밀 의학으로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고, 불치 혹은 난치병을 극복해 기대 수명을 늘릴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세계 의료 선진국이 의료데이터를 국가전략자산으로 정하고 적극 수집한 이유다. 이어 이들은 의료데이터의 분석·활용과 컨설팅으로 눈을 돌린다.

해외 의학, 제약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의료데이터의 분석·활용과 컨설팅 산업에 투자 중이다. 성과도 냈다. 핀란드는 2007년부터 환자들의 의료 기록을 모아 플랫폼에 저장했고, 2013년에는 민간 기업의 의료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허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이어 2017년에는 의료데이터와 유전자 정보를 융합해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만드는 사업을 진행했다. 2019년에는 의료데이터의 2차 활용 허가 법률이 나왔다. 덕분에 의료데이터 헬스케어 산업을 집중 육성한 핀란드는 2018년에만 수출액 약 23억 유로(약 3조 2894억 원)를 거둔다.

의료데이터의 분석·활용과 컨설팅 시장 규모가 성장한다 /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일본도 2009년부터 의료기관의 전자건강기록정보, 입원보장 사보험정보와 보험금 청구 결과 등 의료데이터를 약물역학 연구의 가이드라인을 세우는데 활용 중이다. 이어 2011년에는 의약품의 안전성 평가 시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도록 돕는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덕분에 오늘날 일본 제약 기업과 학계는 의료데이터로 연구를 더욱 활발하게 한다.

우리나라도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힘을 합쳐서 ▲의료데이터 보호·활용 기술 개발 사업 ▲보건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 ▲개인주도형 의료데이터 사업 등을 펼친다. 이들 사업에서 확보한 기술에 인공지능,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을 더해 상승 효과를 낼 청사진도 그렸다.

앞서 우리나라에서 열린 ‘제 5차 보건의료데이터 혁신 토론회’에서도 의료데이터의 활용을 장려하고 이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조발표자인 지의규 서울대학교병원 실장은 “데이터 활용의 근본 목표는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다.”’라며 “(의료데이터의) 가치 창출은 연구 단계를 거쳐 사업화, 현장에서 활용될 때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같은 행사에서 최귀선 국립암센터 암빅데이터센터 센터장은 바람직한 의료데이터의 활용과 도입 사례를 공개했다. 국립암센터에 내원한 암 환자의 임상 자료를 건강보험공단의 청구 자료, 통계청의 사망 원인 자료와 결합한 것이다. 목적은 진료 후 암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합병증과 만성 질환 등 중요한 정보를 장기 추적관찰하는 것이다.

최귀선 센터장은 “가명정보간 결합의 유용성을 확인했지만, 개선할 사항도 많다. 잠재 가치가 아주 크지만, 민감한 정보가 많고 개인정보 침해 위험이 있으니 다양한 수준에서 의료데이터 활용의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의료데이터 분석·활용과 컨설팅 산업을 차근차근 강화 중이다. 보건복지부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이 사례다. 수요자 맞춤형으로 의료데이터를 제공하는 체계를 만들어 여러 방면의 연구자가 편리하게 쓰도록 돕는 사업이다. 의료데이터 분석 기반, 암·심뇌혈관·호흡기 등 주요 질환의 특화 의료데이터를 만드는 내용도 담았다.

의료데이터 분석과 컨설팅과 함께 가치평가가 유망한 시장으로 떠오른다 /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이 사업은 최근 ‘의료데이터 공동활용연구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의료데이터의 가공과 연구, 컨설팅을 지원하고 연구자와 의료기관의 계약 체결을 중개하는 내용이다. 이들 사업이 자리 잡으면 고형암과 종양 등 사망률이 높은 질병, 만성질환처럼 환자가 많은 질병의 치료 기술을 연구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업계는 의료데이터 분석·활용과 컨설팅에 이어 ‘가치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치평가는 모든 데이터 산업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의료데이터 산업에서도 그렇다. 의료데이터 분석·활용의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해야 유통과 거래 또한 활발해진다. 데이터의 오남용을 막고 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수단 또한 가치평가다.

의료데이터 시장에 가치평가가 자리 잡으면 데이터 제공자와 확보자, 분석·활용과 컨설팅 관계자 모두가 가치를 나눈다. 이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가명화된 의료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여러 개 만들어졌다. 그러면 수요자는 원하는 것을 골라 사서 임상 연구나 제약에 활용한다. 이런 데이터 선순환 구조의 이음새가 가치평가다.

의료데이터 분석 기업 가운데 이미 가치평가 기준을 연구하는 곳도 나왔다. 의료데이터 솔루션 ‘올리(AllRe)’를 개발한 메디플렉서스는 회계·법무·특허법인과 임상 전문가를 섭외해서 의료데이터의 가치평가 방법을 연구 중이다. 여기에 쓸 가이드라인도 함께 개발한다.

메디플렉서스는 “모집단을 추정할 때 표본 집단의 품질이 중요하듯, 의사결정 정보를 내는데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베이스의 가치평가도 중요하다. 가치평가는 의료데이터 분석 정보를 거래하는 유통 시장을 활성화할 마중물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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