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새벽 2시(한국시간) 애플이 최신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17 배포를 시작했다. 이번 iOS 17의 주요 변화점의 핵심은 애플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소셜 기능의 강화로 꼽을 수 있다.
먼저 이번에 새로 추가된 연락처 카드는 내 연락처 정보에 사진과 이모티콘, 정보 등을 추가해 꾸밀 수 있는 기능이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전화를 걸면 미리 설정해 둔 연락처 카드가 표시된다. 마치 사회 관계망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에서 프로필을 설정하는 걸 연상시킨다.
이렇게 설정해 둔 연락처 카드를 명함을 교환하듯 공유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추가된 네임드롭 기능을 통해서다. 두 아이폰을 가까이하면 연락처 카드가 자동으로 교환되는 기능이다.
애플 제품 사용자 간의 무료 메시지 기능인 아이메시지(iMessage)도 대폭 강화했다. 특정 메시지에 답장하는 기능, 오디오 메시지를 텍스트로 변환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이모티콘에 해당하는 스티커 기능도 한층 진화했다. 미모티콘이나 서드파티 이모티콘 등을 한곳에 모아두고 쓸 수 있는 스티커 보관함, 내 앨범 속 사진을 스티커로 만들 수 있는 스티커 만들기 기능이 이번 iOS17에 새롭게 도입됐다. 웬만한 전문 메신저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이외 아이폰끼리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에어드랍 기능, 재생 중인 음악이나 영상을 공유하는 쉐어플레이 기능 등도 강화됐다.
이 모든 기능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이폰 혹은 애플 제품끼리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라는 점이다.
애플이 폐쇄적인 애플 생태계를 강화함으로써 이용자를 붙잡아 두는 전략을 구사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애플은 지금까지는 주로 한 이용자의 제품 간 연속성을 강화하는 데 주로 집중해 왔다. 가령 아이폰에서 보던 웹페이지를 아이패드에서 그대로 이어볼 수 있고, 맥과 아이패드를 하나의 키보드와 마우스로 자유롭게 넘나들듯 제어할 수도 있다.
반면 이번 iOS17는 서로 다른 애플 이용자들 사이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이폰 이용자끼리라면 아주 손쉽게 연락처 카드로 프로필을 공유하고, 아이메시지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에어드랍으로 파일을 공유하고, 쉐어플레이로 음악과 영상을 공유할 수 있다.
마치 아이폰 자체가 하드웨어 종속적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만큼 같은 아이폰 이용자끼리 소통할 때의 편리함과 즐거움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더욱 심화할 ‘초록 말풍선’ 논란
애플은 이런 연결성의 강화가 어떤 효과를 낳는지 아이메시지를 통해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상대방도 같은 아이폰 이용자라는 걸 알려주는 아이메시지의 파란색 말풍선은 아이폰 이용자 사이의 동질감과 결속력을 강화한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애플이 아이메시지를 통해 아이폰 이용자는 파란 말풍선으로, 안드로이드 이용자는 초록 말풍선으로 표시하면서 이들을 구분 짓고 있다는 것이다. 동질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또래문화가 강한 10대 사이에서 이는 종종 배타적 유대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른바 ‘초록 말풍선’ 논란이다.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은 아이폰의 선호도가 높은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초록 말풍선이 뜨는 안드로이드 이용자를 배격하는 분위기가 문화처럼 굳어지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단체 메시지 등에 안드로이드 이용자가 끼어드는 순간, 아이메시지가 아닌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로 전환되면서 아이메시지가 제공하는 여러 기능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iOS17은 이 ‘초록 말풍선’ 문제를 한층 더 심화한다. 이제 메시지 뿐만 아니라 전화를 걸거나 받을 때도 ‘연락처 카드’가 뜨냐, 안 뜨냐에 따라서 상대방이 아이폰인지, 안드로이드인지 즉각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 매체 더버지(The Verge)는 이에 대해 “애플은 지난 수년간 서서히 초록 말풍선을 열등한 메시지처럼 느끼게 했다”면서 “iOS17에서 애플은 이런 플랫폼 차이를 전화 통화로까지 확장해, 친구나 가족이 엉뚱한 스마트폰을 구입했다고 알리는 크고 요란한 표시를 추가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애플이 언제까지 이런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이 애플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EU와 애플은 아이메시지의 DMA 규제 적용 여부를 놓고 다투는 중이다. EU는 아이메시지가 규제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있지만, 애플이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다. 만약 애플의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애플은 아이메시지를 다른 메시지 앱과 상호운용 가능하도록 개방해야만 한다.
서드파티 앱 개발자 설 자리 갈수록 줄어든다는 비판도
애플이 서드파티(Third Party) 앱 개발자들의 영역을 남겨두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애플이 서드파티 앱의 기능을 운영체제 기본 기능으로 편입시키면서 기존 서드파티 앱을 사장시킨다는 비판이다. 과거 맥OS의 검색 앱이었던 ‘셜록’이 서드파티 앱이던 ‘왓슨’ 앱의 기능을 대거 채용한 사례에 빗대어 '셜록킹(Sherlocking)'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미국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네임드랍 기능은 ‘범프(Bump)’, 아이메시지의 스티커 기능은 ‘스티커 드롭’과 ‘스티커.ly’, 일기 앱은 데이원(Day One) 등을 셜록킹한 것으로 지목했다. 특히 올해 후반 추가될 일기 앱에 관해서는 “애플의 일기 앱 분야 진출은 애플이 인기 앱 카테고리를 ‘셜록킹’한다고 종종 비난하는 앱 제작자들을 화나게 할 것이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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