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생리통에 배란통까지? 원흉은 자궁내막증![건강 기상청 : 증상으로 본 질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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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재윤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매년 진료 환자 10%씩 증가… 카페인, 술 끊고 운동해야”
“통증·흉터 없고 가임력 보존하는 첨단 수술이 해답”

송재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송재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생리통은 월경의 자연스러운 증상이다. 신체 조직의 이상이나 어떤 질병의 결과물이 아니다.’ 우리 몸의 통증과 관련한 여성들의 대표적 오해 중 하나다. 실제 제약사들도 생리통은 진통제를 먹고 견뎌야 할 ‘어쩔 수 없는 통증’이라는 식으로 광고한다. 하지만 진실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는 것. 만약 생리통이 생식기관 부위 전반에 걸쳐 뻐근하게 나타나고 특히 난소가 있는 위치에서 심하며 배변통과 성교통, 배란통을 동반한다면 ‘그냥 아픈’ 게 아닌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통증일 가능성이 크다.

자궁내막은 난자와 정자가 만나 생성된 수정란이 착상하는 신체 조직이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가장 안쪽에 있어야 할 내막 조직이 자궁 밖에서 성장해 골반 주변 조직과 장기에 만성적 염증을 일으키는 상태를 가리킨다. 자궁내막은 배란기가 되면 수정란이 잘 착상할 수 있도록 두꺼워지는데, 만약 수정란이 만들어지지 않거나 착상에 실패하면 몸 밖으로 배출된다. 폐경기 이전 여성들이 매월 겪는 월경이 바로 그것. 월경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어야 할 내막이 자궁 밖에서 자라면 다른 장기와 유착을 일으키거나 만성염증이 생겨 생리통, 배란통, 성교통 등이 나타난다.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통증은 일상생활을 초토화할 만큼 심각하며 증상을 방치할 경우 자궁 주변 장기에도 통증을 유발한다. 특히 자궁내막증은 젊은 여성들의 가임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난임의 원흉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자궁내막증 환자가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는 데다 난소암이나 자궁내막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보고가 의학계에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 과연 자궁내막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최근 나온 혁신적 치료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임력 보존 자궁 종양(암) 수술의 대가인 송재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나 답을 구했다.



자궁암, 난소암으로 진행 가능성
자궁내막증의 대표적 증상은?

“월경 기간 중 통증을 호소하는 월경통(생리통)이 있을 수 있고, 월경 기간이 아닌 경우에도 골반통을 호소할 수 있다. 그 외에 성교통이나 배변 때 통증이 발생하는 배변통이 있을 수 있다. 난소에 내막증이 생긴 사람은 배란기 때 배란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골반에 더해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고 무증상인 사람도 있다.”

자궁내막증의 원인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가설은 여러 가지 있다. 먼저 월경할 때 나오는 피(월경혈)가 역류해 생긴다는 게 첫째고, 복막 세포 또는 흉막 세포가 자궁내막 조직으로 변성돼 발생한다는 게 두 번째다. 또 역류한 월경혈의 내분비 인자들이 난소 세포와 복막 세포를 자궁내막으로 변하게 한다거나 자궁내막 조직이 월경 중에 골반 이외의 장기로 퍼져 생긴다는 가설도 있다.”

여성호르몬과의 상관관계는?

“정상 자궁내막이 여성호르몬에 의해 증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궁내막증 역시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병변이 생겨날 수 있다. 프로게스틴 제제로 생리를 억제하면 자궁내막증의 악화를 지연시킬 수 있지만 근본적 치료책은 아니다.”

자궁내막증의 진단과 검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복강경과 같은 수술적 방법을 통해 직접 병변을 확인하고 조직학적 검사를 하는 게 가장 확실한 진단법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영상학적 검사법으로도 진단한다. 그 경우 초음파 검사보다는 자기공명영상 검사가 더 정확하다.”

자궁내막증이 자궁암이나 난소암과 연관성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렇다. 상피성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의 위험도 증가와 관련이 있다. 그렇다고 자궁내막증이 모든 여성에서 난소암이나 자궁내막암을 발생시킨다는 건 절대 아니다.”

자궁내막증이 심해지면 어떤 합병증이 생기나?

“난소 기능 저하 등 난임과 연관이 있다. 병변이 복막 표면으로 퍼지는 경우 심부 자궁내막증으로 진행돼 여성 생식기관 주변 장기인 장이나 방광과 자궁이 달라붙는 유착이나 당기는 견인 증상이 발생한다.”

자궁내막증의 약물치료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

“프로게스틴 제제나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 복합 경구피임약 복용 등 경구용 약물치료와 생식샘자극호르몬 방출 작용제 등의 주사 치료로 나뉜다. 통증을 조절하는 보조 치료로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도 함께 사용한다. 이 중 주사제는 배란 및 생리를 강하고 확실하게 억제하지만 골다공증 등의 부작용으로 장기 사용이 어렵다. 경구제제는 주사제보다 생리 억제 효과가 약하지만 수년간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술적 치료법은 어떤가?

“최근에는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대세다.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난소에 생긴 낭종인 자궁내막종을 절제하는 낭종절제술과 자궁내막증 병변을 소작(蘇綽)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가임력을 유지하는 수술과 시술도 많다. 난소에 생긴 자궁내막종을 떼어내지 않고 내막종(혹)에 구멍을 뚫어 그 안으로 알코올을 주입했다 빼내는 화학적 방식으로 자궁내막증 세포들을 죽이는 경화술도 그중 하나다.”

약물치료 불구, 재발 잦으면 수술해야
난소에 생긴 자궁내막증 병변을 수술로 제거하면 가임력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걱정을 하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복강경수술 혹은 로봇수술로 난소를 보존하면서 유착된 부위와 복막에 생긴 병변을 제거해주면 충분히 가임력이 보존되고 임신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난소 기능 저하와 재발이 우려되는 경우, 정상 난소가 많지 않은 경우 등에는 경화술을 이용하면 자궁내막증 세포가 더욱 억제되고 가임력을 높일 수 있다.”

약물치료가 잘 듣지 않는데도 두려움, 재발 등의 이유로 수술을 꺼리는 환자들이 많다.

“자궁내막증은 지속될 경우 난소암 혹은 복막암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약물치료가 잘 듣지 않거나 재발이 잦다면 반드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은 자궁내막증 병변을 제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치료법이다. 더욱이 최근의 복강경수술 혹은 로봇수술은 개복수술과는 달리 통증이나 흉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자궁내막증은 수술과 약물치료가 적절히,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난소와 복막에 생긴 병변 등을 수술로 확실하게 제거하고 약물치료를 장기간 유지해야 자궁내막증 재발을 막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자궁내막증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6~2020년 자료를 보면 2016년 10만4689명이었던 환자가 2020년 15만5183명으로 늘어났다. 연평균 10.3% 비율로 진료 환자가 증가한 것이다. 입원 환자는 2016년 1만5669명에서 2020년 1만7446명으로 11.3% 증가했다. 외래로 내원한 환자의 경우 2016년 10만1373명에서 2020년 15만2152명으로 약 50.1%나 증가했다. 이처럼 자궁내막증 환자가 급증한 이유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유전적 요인, 면역학적 요인, 환경적 요인이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알코올과 카페인의 과다 섭취가 위험도 증가와 관련이 있으며, 빠른 초경과 짧은 월경 주기도 발병 위험도를 증가시킨 것으로 보인다.”

수술이나 약물치료 외에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이 있다면?

“우선 발병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알코올과 카페인의 과다 섭취를 피해야 한다. 실제 자궁내막증 환자 중에는 알코올 또는 카페인 과다 섭취자가 많다. 붉은 육류와 지방을 피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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