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마이크로소프트가 150여 개의 인공지능(이하 AI) 기능이 결합된 윈도우 코파일럿 기능을 선보였다. 윈도우 코파일럿은 사용자가 직접 환경을 구축해야 했던 다른 AI 서비스와 달리, 윈도우 11 운영체제에 직접 내장돼 접근성이 뛰어나다. 아직은 빙AI만 이식됐지만, 올 연말쯤이면 오피스부터 기본 애플리케이션, 채팅 기반의 명령, 생성형 AI를 비롯한 다양한 기능을 윈도우 11 운영체제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윈도우 코파일럿을 포함한 거의 모든 AI 서비스는 네트워크가 있어야 쓸 수 있다. 일반 컴퓨터의 CPU와 GPU만으로는 AI 연산을 처리하기 어렵고, 또 처리한다고 해도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스마트폰과 노트북용 프로세서 제조사들은 장치 내에서 AI가 효율적으로 구동되도록 별도의 하드웨어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AMD 라이젠 7040 시리즈에 탑재된 라이젠 AI 엔진이 대표 사례다. AI 구현을 위한 하드웨어를 탑재한 CPU는 어떻게 다를지, 에이서 스위프트 엣지 16으로 AMD 라이젠 7 7840U를 리뷰했다.
AI 탑재하는 AMD 노트북 프로세서, AMD 라이젠 7 7840U
AMD는 올해 초 CES에서 AI 기능을 탑재한 AMD 라이젠 7040 시리즈의 주요 정보를 공개했고, 지난 5월에 처음으로 라이젠 AI 엔진을 탑재한 AMD 라이젠 9 7940HS를 공개했다. HS 라인업의 경우 열설계전력이 35~54W 사이의 고성능·고효율 특화 모델로 작업 및 게이밍 노트북에 주로 사용된다. 이번에 출시된 AMD 라이젠 7 7840U는 28W급의 성능 및 전력 효율 안배 모델로, 15인치 급의 사무용, 경량 노트북에 많이 쓰인다. 에이서 스위프트 엣지 16 역시 16인치 대화면에 두께 12.95mm, 무게 1.23kg의 초경량 노트북이다.
AMD 라이젠 7 7840U는 8코어 16스레드를 탑재하고 있으며, 기본 3.3GHz에 최대 5.1Ghz의 속도로 동작한다. 메모리는 DDR5-5600 및 LPDDR5X-7500을 지원하며, 리뷰 제품은 16GB LPDDR5가 사용됐다. 또한 일반 노트북용 내장 그래픽보다 성능이 조금 더 높은 AMD 라데온 780M을 함께 탑재하고 있으며, 10 TOPS 성능의 AMD 라이젠 AI 엔진도 함께 탑재됐다. TOPS는 초당 1조 번의 연산을 처리한다는 단위인데, 전용 AI 연산 장치인 엔비디아 젯슨 자비에 NX가 21TOPS니 내장 AI 엔진으로는 무난한 성능이다.
프로세서 성능을 변별력 있는 값으로 측정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블렌더 3.6 테스트와 시네벤치 R23 테스트를 각각 수행했다. 블렌더는 일정 3D 화상을 분당 몇 프레임씩 생성하는가를 나타낸 값으로, 처리 프레임이 많을수록 성능이 높은 프로세서다. 해당 테스트에서 AMD 라이젠 7 7840U의 프레임 총합은 132.7로 AMD 라이젠 5 3600X 혹은 인텔 코어 i7-12800H와 비슷한 결과를 냈다. 동일 프로세서를 탑재한 타사 노트북의 점수는 174~183점이지만, 경량 노트북이어서 점수가 좀 더 낮게 나왔다.
시네벤치 R23 테스트의 경우 단일 코어 기준 1686점, 다중 코어 기준 9070점으로 확인된다. 비슷한 콘셉트의 LG 그램 중 인텔 코어 i5-1340p를 탑재한 모델의 점수가 비슷한 것을 감안하면, 기대보다는 성능이 조금 떨어진다. 데스크톱으로 비교하면 AMD 라이젠 5 3600X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래픽 성능은 무난하다. 그래픽 카드 성능을 테스트하는 3D 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그래픽 점수는 5964점, 물리 점수는 2만 1943점으로 확인됐다. 그래픽 점수의 경우 기본 제공 드라이버에서 5900점 대, 별도의 최신 업데이트 적용 시 6300점 정도로 나왔다. 다만 에이서 스위프트 엣지의 방열 성능이 떨어져서 6천 점대일 뿐, 타사 제품에서는 평균 8184점 대의 점수를 낸다. 보급형 그래픽 카드인 엔비디아 MX450의 4000점 대보다는 훨씬 높고, GTX 1050의 8000점 대와는 비슷한 성능을 낸다.
일반 사용자부터 개발자까지 활용하는 AI 기능
AMD 라이젠 AI 엔진은 지난 7월 진행한 AMD 라이젠 9 7940HS에서도 다룬 바 있다. 당시에는 출시 초기여서 라이젠 AI 엔진을 활용할 방안이 거의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협업 도구인 팀즈(Teams)로 화상회의를 진행할 때, 자동으로 피사체를 따라가고 눈매를 교정하며, 주변부 배경을 자동으로 흐리는 기능 정도만 소개됐다.
그나마 이 부분은 최근 업데이트된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의 AI 기능을 지원하는 용도로 업데이트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x86 PC에서도 CPU와 GPU로 연산을 처리해 AI 기능을 쓸 수 있지만, AMD 라이젠 AI 엔진처럼 전용 가속기가 있으면 전력을 더 적게 소비하면서도 효율적으로 AI 기능을 쓸 수 있게 된다.
AMD 라이젠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지원해 AI 개발자를 위한 활용도도 조금씩 늘리고 있다. 개발자는 파이토치 또는 텐서플로에서 훈련된 기계학습 모델을 라이젠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가져와 실행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아나콘다 또는 미니콘다 최신 버전과 파이썬 3.9.13 버전 이상, cmake 3.26, 비주얼 스튜디오 2019 버전 이상이 요구되며, 조건을 맞추면 AMD 라이젠 AI 엔진 탑재 PC의 드라이버에 IPU(Intelligence Processing Unit)를 추가해 개발 용도로 쓸 수 있다.
AMD 라이젠 AI 엔진, AI PC 시대의 첨병 될까?
AMD 라이젠 9 7940HS이 출시된 지 6개월이 다되어가지만 아직 라이젠 AI 엔진 자체는 뚜렷한 활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개발자들은 여전히 노트북보다는 고사양 그래픽 카드를 탑재한 데스크톱 PC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코파일럿으로 AI 생태계를 열었고, 어도비 파이어플라이나 스테이블디퓨전, GPT 등 보다 대중적인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가벼운 AI 하드웨어 PC도 조금씩 주목을 받을 상황이다.
AMD가 인텔보다 앞서 모바일 프로세서에 AI를 이식한 이유는 결국 선점효과 때문이다. AI 하드웨어가 대중화되면 많은 사람들이 노트북 및 데스크톱을 교체하려 할 것이고, 이 수요를 받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선택할 수 있는 제품군을 만들어놔야 하기 때문이다. 인텔의 경우 2016년부터 모바일 환경을 위한 AI 딥러닝 솔루션 ‘모비디우스’를 개발해 왔고, 올 연말 출시할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에 인공 신경망 반도체(NPU)를 탑재한다. AMD와 인텔의 AI 하드웨어 경쟁이 AI 대중화 시대를 열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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