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겉은 그대로지만, 속은 알차게 바뀐 ‘고프로 히어로12 블랙’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10월 6일 2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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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카메라의 대명사 고프로(GoPro)가 올해도 어김없이 간판 제품인 히어로 시리즈 신제품인 ‘히어로12 블랙(이하 히어로12)’을 선보였다. 매년 새 버전이 출시되는 제품들이 으레 그렇듯 어떤 해에는 대대적인 변화를, 어떤 해에는 틀을 유지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히어로12는 어느 쪽일까?

얼핏 살펴보면 히어로12는 전작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어 보인다. 생김새도 거의 그대로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이 힘들다. 특히 1/2.3인치 센서에서 1/1.9인치로 센서가 업그레이드됐던 히어로11과 달리, 이번 히어로12은 히어로11과 동일한 센서를 탑재했다. 센서 업그레이드를 기대하며 이번 신제품을 기다렸을 소비자에겐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최대 5.3K 해상도, 10비트 색상, 8:7 비율 풀프레임 촬영 등 사양도 그대로 유지했다.

고프로 히어로12 블랙 / 출처=IT동아

다만 변화의 면면을 살펴보면 기능, 편의성 등 여러 방면으로 확실한 개선이 이뤄져 전작과의 변별력은 충분하다. 전작에서는 8:7 풀프레임을 모두 사용할 경우 일부 촬영 모드 사용이 제한됐지만 이번 히어로12에서는 제약이 줄었다. 전작보다 더 폭넓은 촬영 모드에서 8:7 풀프레임 촬영이 가능해 활용도가 높아졌다.

이번 히어로12의 핵심 신기능이라 할만한 건 HDR 촬영 기능이다. HDR은 밝기, 색상, 명암 등을 기존 영상(SDR)보다 더 폭 넘게 담아내 훨씬 더 풍부한 화상을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이다. HDR 영상 출력을 지원하는 TV, 스마트폰 등에서 재생했을 때 훨씬 생동감 넘치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다만 HDR 촬영을 할 경우 그만큼 배터리 소모도 높아지므로 긴 시간 촬영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유념할 필요가 있다.

고프로 히어로12 블랙. 겉모습은 전작과 거의 동일하다 / 출처=IT동아

새로 추가된 9:16 촬영 모드도 주목할 만하다. 틱톡,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세로 화면비의 쇼트폼 영상이 대세가 된 흐름에 발맞춰 추가한 기능이다. 8:7 풀프레임의 좌우를 잘라내 세로 화면비를 구현하는 방식인데, 전작처럼 풀프레임 촬영 후 편집 과정에서 화면을 자르거나, 촬영할 때 카메라를 옆으로 돌릴 필요 없이 기기에서 바로 쇼트폼 영상에 최적화한 촬영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블루투스 동시 연결이 지원된다는 점도 편의성에 큰 보탬이 된다. 전작에서는 볼타 그립이나 스마트폰 퀵앱처럼 블루투스 연결이 필요한 액세서리나 기능은 한 번에 하나만 쓸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동시에 활용이 가능하다.

고프로 히어로12 블랙 촬영 영상

고프로 히어로12 블랙 촬영 영상

여기에 더해 무선 이어폰 지원이 추가되어 에어팟 프로 등을 연결해 마이크로 쓸 수도 있다. 운전 장면을 촬영할 때 카메라는 외부에 설치하고, 소리는 이어폰으로 운전석 내부를 담는 식의 촬영 설정으로 활용해 볼 수 있다. 이어폰을 통해 히어로12 음성 명령 기능도 쓸 수 있으니 블루투스 연결이 닿는 거리라면 원격 제어 용도로도 쓸 수 있다.

1/4-20 나사 구멍이 추가된 점도 작지만 반가운 변화다. 1/4-20 나사는 DSLR, 미러리스 등 기존 일반 카메라를 삼각대에 장착할 때 널리 사용하는 규격이다. 히어로12도 별도 어댑터 없이 일반적인 카메라 삼각대와 조합해서 쓸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 촬영 환경에 고프로 카메라를 추가할 때, 액세서리 호환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물론 기존 고프로 특유의 핑거 마운트도 건재하므로 기존의 다양한 고프로 액세서리와의 조합도 여전히 가능하다.

1/4-20 규격 나사 추가로 일반 카메라나 스마트폰용 삼각대도 별다른 어댑터없이 장착할 수 있게 됐다 / 출처=IT동아

이번 제품은 특히 전문가를 위한 여러 기능이 추가됐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후보정을 위한 로그 촬영 기능인 ‘GP-로그’나 고프로 여러 대를 동기화할 수 있는 타임코드 동기화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 예능 등 전문적인 영상 제작에 고프로가 활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보니 전문 프로덕션이 필요로 할만한 기능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개인 사용자들에게는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고 사용할 일도 없는 기능일 수도 있지만, 영상 제작을 생업으로 삼는 이들에겐 분명 반가운 기능일 듯하다.

배터리 사용 시간은 2배로 제조사 측정 기준 2시간 개선됐다. 고프로에 따르면 5.3K 해상도 60프레임 촬영 기준으로 최대 70분, 4K 해상도 120프레임에서 최대 58분 촬영이 가능하다. 배터리는 전작들과 같은 엔듀로(Enduro) 배터리를 채택했지만,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전력 관리 효율을 최적화했기 때문이라는 게 고프로 측의 설명이다. 다만 개선된 배터리가 무색하게 발열로 인해 연속 촬영이 어려운 문제는 여전하다.

고프로 히어로12 블랙으로 촬영한 사진 / 출처=IT동아

이에 대해 파블로 리마 고프로 글로벌 제품 매니지먼트 부문 부사장은 지난 9월 방한 당시 이용자들의 이용 행태를 고려해 발열 제어와 제품의 화질 및 성능 사이의 균형을 맞췄다고 답한 바 있다. 실내 혹은 고정된 환경에서 장시간 촬영보다는 원활한 통풍으로 냉각이 더 잘 이뤄지는 실외 환경에서 짧은 영상을 촬영할 때 더 높은 효율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라는 것이다. 결국 실내에서 장시간 연속 촬영을 하는 게 주된 용도라면 고프로의 제품이 최적의 선택지는 아닐 수도 있는 셈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히어로12는 고프로의 명성에 걸맞은 완성도 높은 제품이다. 전작과 비교해 천지개벽할 변화가 일어난 제품은 물론 아니지만, 크고 작은 기능이 추가되고 개선되면서 전반적인 이용 편의성이나 완성도가 꽤 큰 폭으로 개선됐다. 특히 전문가라면 그 부재가 꽤 아쉽게 느껴졌을 기능들이 이번 히어로12에 대거 추가되면서 부족함을 채웠다.

가장 큰 미덕은 무엇보다도 전작보다 대폭 낮아진 가격이다. 히어로12 정가는 55만 8000원으로 69만 8000원이었던 히어로11 정가보다 낮은 건 물론이고, 유료 구독자 대상 특가였던 58만 8000원보다도 저렴해진 가격이다. 액션 카메라를 새롭게 장만하려는 이들에게 가장 무난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선택지가 될 것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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