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기기와 같은 의료 영상 기술은 진단뿐만 아니라 수술 전 환자의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수술 과정에서의 안전을 확보한다. 우리나라의 CT, MRI 장비 보유 수준은 2022년 기준 인구 100만 명당 각각 40.6대, 34.2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중에서도 상위권이다.
그러나 이처럼 널리 활용되고 있는 의료 영상 기술에도 단점은 있다. 입체적인 환자의 몸속을 2D 단면 이미지로만 보니 의사 개인의 경험과 통찰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뇌혈관 질환이나 유방암과 같은 복잡한 병변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의료 스타트업 스키아는 이를 해결하고자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수술용 솔루션을 개발했다. CT, MRI를 통해 획득한 이미지 정보를 3D로 재구성하고 AR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신체 위에 투영시켜 정확하게 보여준다. 바이오·의료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스키아의 이종명 대표와 이대목동병원 외과 이준우 교수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키아는 무슨 뜻인가?
“스키아는 그리스어로 ‘그림자’를 의미한다. 우리말 ‘투영(投影)’ 역시 그림자를 상징하는 ‘영(影)’ 자를 사용하는데 이는 우리가 개발한 ‘수술용 AR 솔루션’의 본질을 담고 있다. CT 영상을 투영하듯이 환자 몸 위에 정확하게 구현해 의료진의 수술을 돕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미로는 환자의 피부 정보를 활용해 AR로 구현하는 ‘SKIN AR’을 줄여서 SKIA라고 부르고 있다.” (이 대표) ―어떻게 만들게 됐나?
“스키아를 만들기 전에 게임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2016년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가상현실(VR)과 AR을 결합한 호러 게임 체험장을 만든 적이 있다. 이 체험장에 평소 알고 지내던 이 교수를 초대했는데 직접 게임을 체험해 보더니 이를 의료 기술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뜻밖의 인사이트를 줬다. AR을 활용해 수술할 때 병변의 위치 정보를 정확하게 환자 몸에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이 대표)
“직접 체험해 본 만큼 AR의 잠재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 의료용으로 사용하던 AR이나 위치 로컬라이징 기술은 해상도가 낮아 품질이 좋지 않았다. 이 정도 기술력이라면 의료용으로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솔루션 개발을 제안했다.”(이 교수)
―수술용 AR 솔루션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가?
“수술용 AR 솔루션은 크게 ‘Processor’와 ‘App’으로 구성돼 있다. Processor는 병원에서 촬영된 CT, MRI 정보를 3D 정보로 모델링하고 전처리하는 소프트웨어다. Processor를 통해 구현된 3D 영상 정보는 라이다 센서가 장착된 스키아의 태블릿으로 전송되는데 이 태블릿이 App이다. App으로 환자 몸을 5초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스캔하면 몸 위에 3D 영상을 투영할 수 있다. 환자 몸에 바로 붙이듯이 3D 정보를 투영하기 때문에 병변, 혈관 등 수술에 필요한 주요 부분들을 육안으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이 대표)
―의사 입장에서 스키아의 장점은?
“외과 수술을 진행할 때 의사들은 초음파나 CT, MRI, C-ARM 같은 방법을 동원해 절개 및 절제 수술에 도움을 받는다. 기존 2D 의료 영상들은 단면의 모양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의사 개인의 감이나 경험에 의존해야 했다. 그래서 의료 서비스의 질에 있어 차이가 났다. 가령, 유방암 수술의 경우 악성 종양의 모양이 복잡하기 때문에 정상 조직을 보존하면서 정확하게 암 조직을 제거하기가 매우 어렵다. 의료 선진국에 속하는 미국이나 독일만 하더라도 유방암 절제술 이후 재수술을 하는 비율이 10% 이상이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하면 25%나 된다. 환자를 위해서라도 정확한 수술을 돕는 스키아의 기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이 교수)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의 비전은 수술실 내의 모든 기기와 스키아의 기술을 연동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수술 로봇과 같은 다양한 의료 장비가 개발될 텐데 이것들을 스키아의 인체 인식 기술을 중심으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해외에서도 우리 기술에 관심을 갖는 곳이 많다. 현재 센서 제조업체인 스트럭처와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 중이다.”(이 대표)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