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종류만 100가지 넘어… 다양한 과와 협력해 신중하게 진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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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말하는 혈액암의 진단과 치료법
뚜렷한 원인 없는 ‘다발골수종’
화학물질과 연관 ‘급성백혈병’
가장 흔한 ‘악성림프종’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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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혈액암’으로 불리는 암이 있다. 바로 다발골수종, 급성백혈병, 악성림프종이다. 혈액암은 혈액, 골수 및 림프절에 영향을 미치는 악성 종양이다. 흔히 알고 있는 위암이나 폐암과 같은 고형암은 암을 제거하기 위해선 수술적 치료가 중요하다.

반면 혈액암은 전신으로 연결된 혈액과 임파선에 발생하는 암이므로 수술적 치료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적다. 더구나 혈액암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혈액암 유형에 따라 100가지가 넘어 분류와 진단이 매우 복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진석 교수는 “혈액암의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내과 의사(혈액종양내과, 소아청소년과)와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등 다양한 과와 협력한다”면서 “혈액암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 전략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발골수종, 초기 치료 전략이 중요
70대 이상의 고령층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다발골수종은 국내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라 지속적으로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 질환은 골수에서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자라면서 생긴다. 다발골수종의 발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면역체계 이상, 방사선 및 화학물질 노출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뼈의 통증, 빈혈, 신장 수치 상승 및 고칼슘혈증 등이다. 다발골수종의 치료는 환자 질환 정도와 상태에 따라 다르게 시행하지만 기본적인 치료법은 전신 항암요법이다. 최근엔 신약이 많이 개발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완치는 10% 내외로 낮다.

김 교수는 “치료가 진행될수록 암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증가해 치료 약제에 대한 반응 지속 기간이 짧아지게 되므로 처음부터 효과적인 약제를 선택해 그 효과를 최대한 긴 시간 동안 유지해야 한다”며 “특히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들은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어렵고 치료 약제에 따라 전신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으므로 약제 선택과 용량 및 투약 일정 조정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한 급성백혈병
급성백혈병은 혈액 세포들을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가 분화 단계에서 암세포로 변해 증식하면서 생긴 병이다. 백혈병은 질환의 진행 속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분류한다. 또 암세포 변화가 주로 일어난 곳이 골수구 쪽이면 골수구성 백혈병, 림프구 쪽이면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구분한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가장 흔한 형태의 백혈병으로 주 발생 연령은 60대 이상이다. 반면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성인보다 어린이에게 많이 발생한다. 유기용매, 화학물질, 방사선 노출 등을 백혈병 발생과 관련지을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급성백혈병의 증상은 발열, 출혈, 체중 감소, 뼈의 통증, 잇몸 비대, 간 비대, 비장 비대 등이다. 중추신경계를 침범한 경우 오심, 구토, 경련 및 뇌신경 마비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급성백혈병의 치료는 항암화학요법이 근간이 된다. 대부분 1차 항암화학요법 이후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 추가로 시행된다. 급성백혈병은 발생하는 세포가 골수성인지, 림프구성인지에 따라 투여되는 항암제의 종류 및 일정 등이 다르다.

김 교수는 “급성백혈병 역시 완치율이 35∼40%에 불과하다. 최근 유전자 변이에 따른 표적치료제가 기존 항암 치료에 추가되는 등 치료 환경이 일부 개선됐지만 아직 치료제 선택과 관련해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치료 환경 개선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혈액암 중 가장 많은 환자 수를 보유한 ‘악성림프종’
혈액암 중 가장 많은 환자 수를 보유한 악성림프종은 혈액세포의 하나인 ‘림프구’가 종양으로 변화돼 발생한 암이다. 주로 림프구들이 모여 있는 림프절에서 발병하나 림프절이 아닌 조직에도 생길 수 있다. 악성림프종의 발생 원인도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특정 림프종의 경우 바이러스 감염과 연관성이 크다. 특히 위에 발생하는 악성림프종 중 일부는 헬리코박터와 같은 세균 감염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또한 만성 염증이나 발암 물질과의 접촉을 발병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악성림프종의 증상은 림프종의 종류에 따라 상이하다. 침범 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며 목이나 신체 일부분에 종괴를 형성하면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소화기계에 침범하면 장폐색, 출혈, 천공 등이 발생한다.

악성림프종 치료는 림프종의 악성도와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급성백혈병 치료와 마찬가지로 항암화학요법 치료가 기본이다.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경우 표적치료제인 리툭시맙과 항암치료제 병용 치료가 표준 치료로 권고된다. 방사선 치료나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요법이 추가로 고려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신약 개발 및 치료법의 향상으로 혈액암의 치료 성적이 향상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T-세포 림프종과 같은 일부 림프종은 신약 개발이 더딘 상태로 재발률이 높고 장기 생존율이 낮아 앞선 두 혈액암과 마찬가지로 치료 환경 개선의 여지는 남아 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생존율 향상이 입증된 여러 신약의 보험급여화 과정이 가능한 빠르게 진행돼야 환자들이 새로운 약제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국가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연구진 역시 혈액암에 대한 연구에 많은 관심과 적극적 참여로 동참한다면 앞으로 더 좋은 치료 약제의 개발 및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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