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증상 계속된다면 조현병 초기일 수도[마음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6일 2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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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아내와 길을 걷다 만성 조현병이 의심 가는 사람을 마주친 적이 있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차림, 빈곤한 위생 상태, 문장의 구조가 뒤섞이고 혼란스러워 알아듣기 힘든 외침까지. 정신과 의사라면 누구나 익숙할 그 모습을 보며, 아내의 손을 잡아 멀찍이 길을 돌아갔다. 아내는 “의사가 환자를 두려워하는 거냐.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없애자고 꾸준히 주장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치료받는 조현병 환자들은 안전하고 문제없어. 하지만 치료받고 있지 않은 사람은 예측할 수가 없어.”

최근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긴 ‘묻지 마’ 사건들에서 가해자들의 조현병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신과 의사인 내 눈길을 끈 것은 기사마다 여지없이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문구였다. ‘(가해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질환이 그렇겠지만 조현병의 경우 조기 진단과 치료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 조현병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가장 많이 발병하는데, 이때 치료 시기를 놓치면 평생에 걸쳐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에는 대인관계, 학업, 직업 등의 모든 분야에서 적절히 생활할 수가 없게 된다. 망상과 환청 등 비현실적 세계에서 잘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조현병의 초기 단계, 즉 ‘조기정신증’ 단계에서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조기정신증은 뚜렷한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인 ‘정신증 고위험군’ 시기와 명백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부터 5년 이내의 ‘초발정신증’ 시기로 나뉜다.

다음은 이 조기정신증 단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간이 체크리스트다. △우울하고 의욕이 없다 △쉽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낸다 △의심, 불안에 자주 휩싸인다 △누군가 내 험담을 하는 것 같다 △집중하거나 기억하는 것이 어렵다 △생각이 너무 빠르거나 혹은 느리게 진행된다 △평소 익숙한 사물, 언어, 사람들이 다르게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거나 듣는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기 싫고 혼자 있고 싶다 △잠들기 어렵다.

누구나 이 10개 항목 중 1, 2개, 기분 상태에 따라 2, 3개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5개 이상 ‘그렇다’는 답변이 나올 경우 꼭 전문가를 만나 상담하기를 권한다. 특히 단기간이 아니라 몇 달에 걸쳐 이런 변화가 지속되고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면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 때문에 치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청년층의 정신건강에 대한 조기 개입의 필요성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지역 곳곳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청년정신건강조기중재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니, 병원이 두려운 분들은 이런 곳부터 방문해 편한 마음으로 상담을 받아보면 좋겠다.

※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10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7만 7000명이다. 에세이 ‘어쩌다 정신과 의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 원장의 ‘이런 증상이 있다면 조현병으로 가는 길일 수 있습니다. 조기정신증,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세요!’(https://youtu.be/cXh1rXjPiN4?si=6QlHO6mwAUY4drpG)
#조현병#자가진단#체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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