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를 발견했다면…
최근 대학교 기숙사 등서 발견
6 9㎜ 몸집의 6배까지 흡혈… 물리면 가렵고 고열 동반하기도
야간에 활동하며 좁은 틈 선호… 발견 즉시 지역 보건소에 신고를
‘후진국 해충’이라는 빈대가 난데없이 다시 출몰했다. 1980년대 들어 토종 빈대는 사실상 종적을 감췄다. 그런데 2006년 무렵부터 ‘빈대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빈대가 나온 장소 대부분은 ‘외국인이 머문 곳’이란 공통점이 있다.
최근 빈대가 발견된 대구시 달서구 계명대 기숙사에선 긴급 방역을 벌였다. 빈대가 나온 침대는 영국 국적 학생이 쓴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이 자주 찾는다는 인천 서구의 한 찜질방에서도 매트에서 빈대가 발견돼 임시 휴업 후 방역 작업을 벌였다. 빈대는 완전 박멸이 어렵고 이미 다른 곳으로 번졌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빈대는 납작한 타원형 몸통에 다리는 6개이고 길이는 6∼9㎜ 정도다. 빈대는 빛을 싫어한다. 낮에는 가구나 벽 틈에 숨어 있다가 야간에 사람 피를 빤다. 저녁보다 이른 새벽에 더 활발하다. 빈대는 유충일 때보다 성충일 때 더 오래 사는 곤충이다. 실내 어두운 곳에서 알을 까며 번식한다. 유충으로 6∼8주, 성충으로 12∼18개월을 산다. 성충은 가정집 실내 온도인 18∼20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한번 부화해 성충이 되면 2∼3년간 한집에 사는 경우가 많다.
빈대는 몸집의 2.5∼6배까지 흡혈할 수 있다. 또한 빈대는 피를 소화하는 일주일 동안 흡혈 활동을 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질병을 전파하는 매개체는 아니지만 계속 흡혈하기 때문에 상당히 고통을 주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빈대에게 물리면 피부가 빨갛게 붓고 가렵다. 모기에게 물렸을 때와 비슷하지만 빈대는 모기보다 7∼10배 많은 피를 빤다. 더 가렵고 붓는 면적도 넓다. 많은 빈대가 동시에 문다면 고열이 생길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심하게 가려우면 병원에서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거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것이 좋다”고 했다. 냉찜질도 증상을 완화한다. 헤어드라이어를 이용해 가려운 부위에 더운 바람을 쐬거나 온찜질을 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시설 내에 빈대가 어느 정도 개체군으로 서식하고 있는지 진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거지에 빈대가 있는지 알아보려면 빈대가 배설한 흔적을 찾아야 한다. 빈대는 좁은 틈을 좋아한다. 침대 주변, 가장자리 재봉선, 침대 프레임의 이음 부분 등에서 빈대가 배설한 흔적을 찾아본다. 빈대의 배설물은 독특한 냄새가 난다. 처음 맡아보면 잘 모를 수 있지만 약간 퀴퀴하고 좋지 않은 냄새다.
실내에서 빈대를 발견했다면 박멸에 가장 좋은 방법은 고열 처리다. 빈대는 고온에 약해 45∼50도 열을 쏘이면 죽는다. 고열로 2시간 정도 증기를 쐬어주면 건조돼 말라 죽는다. 침대보나 옷은 삶거나 건조기에 넣고 헤어드라이어를 이용해 물건에 뜨거운 바람을 쐬어주는 것도 좋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빈대는 해외에서 유입된 개체로 추정되는데 해외에서는 살충제 사용이 잦아 이에 대한 저항성이 발달한 개체가 많다.
빈대를 발견하면 지역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해충의 경우 생태계를 교란하면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전염병을 옮기면 질병관리청이, 한국에 없는 외래종이면 국립생태원이 관리한다. 그런데 빈대는 이 조건에 모두 들어맞지 않아 평소 관리되는 대상이 아니라 출몰했을 때마다 방역을 통해 조치하고 있다. 최근 후진국은 물론 일부 선진국에서도 빈대가 출몰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빈대 습격이 더 잦아질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위생 관념이 높아 평소 관리만 잘해도 크게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