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에선 조기 진단을 받고 싶어도 필요한 서비스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세계에서 섬이 가장 많은 나라인 인도네시아가 그렇다. 병원 접근이 어렵고, 인구 대비 의사 수가 적어 조기 진료를 받기 어려운 구조다. 이 경우, 환자들은 가벼운 증상을 무시하고 방치하다가 더욱 심한 고통을 겪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이에 의료기기 업체인 ㈜핵심가치의 유현민 대표는 5월 23일 남부 자카르타의 한 국립 장애 학교를 방문해 직접 개발한 헬스케어 카메라 ‘닥터클로보’로 아동들의 건강 상태를 검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바이오·의료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유현민 대표를 만나 따뜻한 의료기기, 닥터클로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닥터클로보를 소개해달라.
“닥터클로보는 몸체와 렌즈 3개로 구성된 헬스케어 카메라 세트와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해 질병을 좀 더 쉽게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고안한 플랫폼 서비스다. 특히 헬스케어 카메라를 통해 △입속 사랑니부터 후두를 손쉽게 보거나 △귓속과 콧속, 피부 등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사용의 편리성과 영상 퀄리티에 중점을 둬 의료 전문의가 환부의 관리 방법, 치료 방법, 응급성 등을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 닥터클로보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요양원에는 어르신들을 진료해 주시는 근처 병원의 담당 주치의가 있다. 갑자기 귀에서 물이 나온다거나 콧물, 피부 욕창 등의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거동이 힘든 어르신을 모시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경우 의사가 어르신들의 평소 상황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비대면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어린이의 경우 반복적으로 감기, 비염, 피부 질환, 치아 우식 등을 앓는데 닥터클로보를 이용해서 증상을 기록하고, 집에서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주면 아이가 건강한 습관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프로젝트는 어떻게 기획됐나.
“이번 프로젝트는 장애 아동들의 치아 건강을 검진하기 위해 계획됐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운영하는 학교였지만 구강 상태가 좋지 않은 아이들이 많았다.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이번 한 번으로 그치는 이벤트가 아니라 자카르타 지역사회에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고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뜻깊은 일이다. 닥터클로보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예전부터 해외 환자를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행해왔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개발도상국의 의료 체계가 너무나 쉽게 붕괴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에 대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남미의 페루, 콜롬비아, 칠레부터 아프리카, 케냐, 필리핀 등의 국가에서 환자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략 학생이 500명 정도 되는 학교에 반마다 1, 2대의 닥터클로보가 있다면 소수의 의사 선생님만으로도 모든 아이를 원격으로 진료해 질병 여부를 조기에 판단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업데이트된 2차 제품의 양산을 앞두고 있다. 11월부터 남미의 칠레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필리핀, 케냐 등 수많은 로컬 지역 시민 단체와 청년들과 함께 ‘닥터클로보’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미국에서는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진 업체와 보험회사 및 각 주정부 관계자와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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