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걸이 바꾸는 ‘신경인적 간헐적 파행’… 추간공확장술로 개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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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혜병원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 발병… 팔자걸음으로 절뚝이며 걷거나
보행거리 짧아지면 의심해야… 정밀 검사로 신경 원인일땐
물리적인 압박 제거가 중요… 하지 혈류 개선에도 도움

게티이미지코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오래전부터 척추관협착증으로 고생해온 P 씨(여, 78세). 최근 들어 100m도 채 못 가 다리가 퉁퉁 붓고 종아리가 터질 것 같은 통증 때문에 허리를 구부려 아픈 부위를 한참 주무르고서야 다시 걷는 상황이 반복됐다.

P 씨를 진단한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은 “진료실로 들어오는 환자의 자세와 걸음걸이만으로도 환자의 병증이 예상됐다”며 “정밀한 검사 결과 척추관협착증의 신경 압박에 의한 ‘신경인적 간헐적 파행(NIC)’ 증세”라고 말했다.

신경인적 간헐적 파행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척추질환 중 가장 빈번한 척추관협착증과 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의 통증 발생 원리 차이를 살펴봐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 다발이 지나는 척추 중앙부의 척추관 혹은 신경 다발의 양쪽으로 2개씩 갈라져 나가는 추간공이 좁아지고 신경을 압박해 주로 발생한다. 해당 공간 주변의 뼈와 인대가 퇴행성 변화로 두꺼워지고 탄력이 줄면서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대표적인 척추 퇴행성 질환이다.

허리 디스크는 중심의 수핵부와 이를 겹겹이 나이테처럼 둘러싸고 있는 섬유륜으로 구성되는데 주로 반복적인 하중이 누적돼 섬유륜이 약화된 상태에서 갑작스런 하중과 급한 동작으로 섬유륜이 찢어지면서 내부의 수핵이 흘러나와 신경을 압박해 발생한다.

척추관협착증 자가 진단법
이처럼 척추관협착증과 허리 디스크는 통증 발생 원리가 달라 자가 진단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서서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거나 누워서 다리를 드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즉, 허리를 구부리고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을 할 때 큰 불편감이나 통증이 없고 오히려 오래 허리를 꼿꼿이 세워 걷는 것이 힘든 경우는 척추관협착증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걷는 동작은 해당 척추관과 추간공을 긴장시켜 좁게 하므로 척추관협착증의 경우는 구부리거나 쪼그려 앉을 때 상대적으로 긴장이 풀리고 편하게 느껴지게 된다.

반대로 허리를 구부리거나 다리를 들어 올릴 때가 더 불편하고 뭔가 빠지는 느낌이 들면서 통증이 심해지면 주로 허리 디스크에 가깝다고 판단할 수 있다. 허리 디스크는 일반적으로 척추의 앞(배)쪽이 아닌 뒤(등)쪽으로 탈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구부리고 들어 올리는 동작이 이미 탈출·파열이 진행된 디스크 상태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더욱 불편하거나 상대적으로 더 심한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신경인적 간헐적 파행이란?
척추관협착증 환자의 경우 걷다 쉬다를 반복하고 허리를 구부리거나 쪼그려 앉아 아픈 부위와 허리를 주무르고서야 다시 걸을 만해지는 대표 원인으로 신경인적 간헐적 파행이 있다. 우선 간헐적 파행은 신경이 원인인 경우와 혈관이 원인인 경우로 크게 구분이 되는데 호소하는 증상은 유사하므로 원인에 대한 정밀한 검사와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즉, 신경이 원인인 경우는 해당 신경 가지가 지나는 공간이 여러 원인으로 좁아진 상태에서 신경의 물리적 압박이 주요인이 된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통증을 줄이는 방식으로 점차 걸음걸이가 변화되면서 팔자걸음으로 절뚝이며 걷는 형태로 바뀌게 돼 ‘파행’이라 한다.

특히 통증이나 불편한 양상이 지속되지는 않고 주무르거나 구부려 휴식을 취하면 일시적으로 괜찮아지는 것이 반복되기 때문에 ‘간헐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또한 위 지표를 평가하기 위한 단위는 보통 거리가 된다. 즉, 무리 없이 허리를 꼿꼿이 세워서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점점 더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관련 치료의 경과 및 예후가 좋아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치료 방법은?
추간공확장술로 기계적·생화학적 치료를 진행 중인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대표원장.
추간공확장술로 기계적·생화학적 치료를 진행 중인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대표원장.
박 대표원장은 “우선 근본적으로 간헐적 파행의 원인이 신경인지 혹은 혈관인지를 정확한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혈관이라면 그에 적합한 치료를 해야 하며 만약 신경이라면 신경 압박을 유발하는 추간공 혹은 척추관의 물리적인 압박 요소를 추간공확장술로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좁아진 추간공의 경우에는 해당 통로로 신경가지와 혈관, 자율신경이 지나기 때문에 추간공확장술로 해당 공간을 물리적으로 넓혀 주는 것이 하지 쪽의 혈류 순환 개선에도 상당 부분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추간공확장술은 특수 키트로 추간공 중에서도 신경가지나 혈관, 디스크 등의 조직이 위치한 전방부인 배쪽 경막외강을 피해 후방부인 등쪽 경막외강의 안전 지역으로 진입해 추간공 내·외측 인대와 척추관 후방부에 위치한 황색 인대를 절제해 물리적 공간을 확보한다. 이어 해당 공간으로 신경 주변의 생화학적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들을 배출한다.

이때 추간공 외측 인대 절제로 확보된 공간은 신경가지에 대한 압박을 줄이며 추간공 내측과 척추관 후방부 황색 인대를 공략해 확보한 공간은 아래 마디로 갈라져 나가는 신경가지의 출발 부위 쪽이 눌리는 것을 풀어준다. 한 번의 공간 확보로 2개의 신경가지에 대한 물리적 압박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박 대표원장은 “추간공확장술을 통해 좀 더 긴 거리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무리 없이 걸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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