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감기를 달고 살았다. 한약방에 갔더니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 때문이라고 했다. 의학적으로는 큰 문제 없다고 했지만 20대 초반 아버지 역할을 하던 큰 형에게 신장을 이식해준 탓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보약을 먹으면서 운동을 시작했다. 체력이 좋아야 면역력도 좋아질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배드민턴과 축구, 헬스로 20년 넘게 건강을 지켰다. 1년 전부터는 수영을 시작했다. 유인종 전 쿠팡 안전부문 부사장(63)은 “지나고 보니 운동을 더 빨리 시작해야 했다”고 했다. 운동을 더 빨리 시작했으면 더 건강하게 더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1990년 후반부터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해 최근 생활체육 대회에 나가서 입상할 정도로 즐기고 있지만 몸이 예전과 달라진 것을 느꼈어요. 한쪽으로만 라켓을 사용해서인지 몸의 균형이 깨졌고, 무릎에도 통증이 오기 시작했죠. 그래서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운동을 찾았는데 수영이 눈에 들어왔죠.”
유 전 부사장은 새로운 운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영을 시작했다. 그는 기존 수영장은 대부분 여러 명을 대상으로 강습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가지 못하면 수영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부탁해 ‘개인레슨’을 제대로 받는 곳을 찾아 달라고 해 지난해 10월부터 경기 성남의 엔드리스풀(Endless Pool) ‘헤엄하다’에서 수영을 배우고 있다.
최근 국내에 도입된 엔드리스풀은 러닝머신처럼 물을 흐르게 하는 개인 전용 수영장이다. 혼자 혹은 2명만 수영할 수 있어 레슨 전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를 지도하고 있는 신영연 헤엄하다 원장(25)은 “초보자들은 물에 뜨는 것도 힘든데 물이 기계의 힘으로 흐르기 때문에 부력이 생겨 잘 뜬다. 그리고 지도자가 온전히 수강생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 교육 효과도 좋다”고 말했다.
“수영을 하면서 몸의 균형이 잡혔어요. 수영은 한 팔, 한 다리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전신을 활용하기 때문에 밸런스를 잡아줘요. 그리고 배드민턴과 달리기, 웨이트트레이닝과는 다른 근육을 쓰기 때문에 그동안 하던 운동과는 전혀 다른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안전공학을 전공한 뒤 삼성코닝 안전관리자로 입사한 유 전 부사장은 30대 후반부터 꾸준하게 운동을 하고 있다. “여름에도 감기를 달고 살아 한약방에 갔더니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약을 먹기도 했지만 몸이 건강해야 면역력도 좋아질 것 같아 운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초반엔 테니스와 수영을 배우려는 시도도 했지만 정해진 시간을 맞출 수 없어 회사 내에 활성화된 배드민턴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했다. 그는 “1997년 삼성코닝 수원공장에서 구미공장으로 발령받았을 즈음부터 운동을 시작할 마음을 먹었는데 구미공장에 배드민턴 동호회가 활성화돼 있었다”고 했다. 테니스와 수영은 시설 및 시간 활용면에서 그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았다. 배드민턴은 조그만 공간에서도 언제든 칠 수 있어 좋았다. 회사 직원들과 축구도 즐겼다.
“2006년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던 삼성에버랜드로 발령이 나면서 너무 바빠 한동안 운동할 시간을 내지 못했죠. 2009년 임원으로 승진하면서는 6개월 넘게 밤늦게까지 매일 야근을 하면서 운동을 전혀 못 했죠. 몸이 너무 피곤해 이러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때부터 매일 야근하기 전 회사 피트니스센터로 가서 러닝머신에서 30분 달렸어요. 그랬더니 좀 살겠더라고요. 살기 위해서 운동을 다시 시작한 거죠.”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뒤에는 배드민턴, 축구를 다시 시작했다. 피트니스센터에서는 몸을 풀고 가볍게 웨이트트레이닝을 한 뒤 50분을 걷고 달린다. 초반 10분은 빨리 걷고 30분은 시속 8km로 달린다. 그리고 10분 걷기로 마무리한다. 피트니스센터 운동 2회, 배드민턴 1, 2회, 주당 3~4일은 운동으로 체력을 다졌다. 지금은 걷고 달리기를 1시간으로 늘렸고, 수영도 주 1, 2회 추가해 거의 매일 운동하고 있다. 운동을 하면서는 감기도 잘 걸리지 않았다.
삼성그룹에서 안전관리자 출신으로는 처음 임원이 된 유 전 부사장은 운동 덕분에 건강도 얻었지만 성공적인 삶도 살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50분 이상 걷고 달리기가 쉽지 않다. 처음엔 ‘극기훈련’이라고 생각하고 했다. 그런데 참고 달리면 ‘오늘도 해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기분도 상쾌해진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건강한 사람이 건강한 제품을 만든다’는 말이 있어요. 건강해야 뭐든 열심히 성실히 일한다는 얘기죠. 저도 회사 직원들에게 ‘건강해야 일도 잘한다’며 축구와 등산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며 유대를 쌓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운동은 가급적 빨리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건강도 일찍 챙기고 사회생활에서도 빨리 자신 있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고 자신감이 생기고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뀝니다. 활력이 있어야 하고자 하는 의욕과 도전 정신이 생기죠. 새로운 아이디어도 건강해야 잘 떠오릅니다. 특히 나이 들면서 건강이 안 좋으면 겁부터 나잖아요. 100세 시대엔 운동을 빨리 시작하고, 평생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비실비실하다 병상에 누우면 사는 의미가 없잖아요. 건강한 사람이 건강한 사회를 만듭니다. 병 든 사람, 비실비실한 사람이 많으면 그 사회가 건강하겠습니까? 운동을 꾸준히 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건강해야 안전도 지킬 수 있다. “제가 평생 안전 담당만 했잖아요. 건강해야 집중력도 높아 사고가 없어요. 생산 혹은 건설 현장에서 몸이 안 좋으면 사고율이 높아집니다. 1908년대 후반 일본 기업 시찰을 갔을 때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더라고요. 건강해야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는 판단에 따는 것입니다. 저도 돌아와서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실시했죠. 체력을 테스트한 뒤 부족한 것을 채우라고 하는 식으로 운영했습니다. 일종의 운동 처방이었습니다. 사고가 주는 등 효과가 좋았습니다. 나중엔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실시했습니다.”
10월 29일이면 ‘이태원 참사’ 1주년이다. 이런 사고가 안 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큰 사고를 너무 빨리 잊어버려요. 사고가 났을 땐 누가 잘못했고 처벌해야 한다고 난리를 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식어 버려요. 큰 사고가 나면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게 큰 문제입니다. 명확한 원인 분석이 중요합니다. 1차, 2차, 3차 원인을 분석해보고 그것을 막기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차분히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지속적, 제도적으로 지키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빠져 있어요.”
유 전 부사장은 최근 경기 성남시에서 열린 배드민턴대회에 출전해 60대 A조에서 3위를 차지했다. A조는 가장 상위그룹이다. 그는 “솔직히 30, 40대와 붙어도 체력에선 자신 있다”고 했다. 최근 쿠팡에서 퇴임한 뒤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건강하니 뭐든 잘 해낼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수영 국가대표 출신 신영연 원장은 엔드리스풀의 장점으로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①물 공포증을 극복하기 쉽다. ②물살이 몸을 띄워주기 때문에 쉽게 배울 수 있다. ③1대1, 2대1 레슨이라 피드백이 쉬워 정확한 자세를 배우기 좋다. ④다른 사람과 같이 수영하기 싫은 사람들에게 최적화돼 있다. 자기 몸 보여주기 싫은 사람들에게는 개인 샤워실을 제공한다. ⑤일반 수영장보다 수온이 3~5도 높아 감기 걸릴 위험이 적다. ⑥수영장 이용 인원이 적기 때문에 염소 수치를 낮게 유지하고, 물도 깨끗해 피부 예민한 사람도 수영이 가능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