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발생률, 간 수치 아닌 혈중 바이러스 수치가 영향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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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1월 7일 1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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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B형간염에서 바이러스 수치와 간암 발생 관계. (서울아산병원 제공)
만성 B형간염에서 바이러스 수치와 간암 발생 관계. (서울아산병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간암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간 수치가 아니라 바이러스 수치에 근거해 B형간염 치료를 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40~50대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간암은 발생 원인의 70%가 만성 B형간염으로 발생하는데, 현재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따르면 혈중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도 간수치가 정상이면 치료를 시작할 수 없어 이번 연구가 B형간염 치료 지침 및 건강보험 급여기준 개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7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소화기내과 임영석, 최원묵 교수팀은 국내 5개 대학병원(서울아산병원, 경희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만성 B형간염 성인 환자 9709명을 대상으로 7년 넘게(7.6년) 간암 발생 위험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한 성인 환자 4693명 중 193명은 간암이 발생했고, 치료를 받지 않은 5016명 중에서는 322명이 간암으로 발전했다. 간염 치료가 간암 발생 위험을 약 50%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치료군과 비치료군 모두에서 바이러스 수치가 혈액 1mL 당 100만 단위인 경우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바이러스 수치가 100만 단위에서 멀어질수록, 즉 매우 적거나(1만 단위 미만) 매우 많은(1억 단위 이상) 환자들은 간암 발생 위험이 낮았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왼쪽), 최원묵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왼쪽), 최원묵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이에 따라 연구팀은 바이러스 수치가 1억 단위 이상에서 치료를 개시한 환자들에 비해 100만 단위에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의 간암 발생 위험이 최대 6.1배나 높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는 세계 최초로 얻은 연구 결과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질수록 간암 발생 위험이 선형적으로 증가하고, 간염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바이러스 수치가 간암 발생 위험과 연관이 없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수치가 매우 높을 때(1억 단위 이상) 또는 상당히 낮을 때(1만 단위 미만) 간염 치료를 개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결국 간암 위험도를 낮게 유지하려면 복잡한 B형간염 치료 개시 기준을 혈중 바이러스 수치만을 기준으로 단순화하고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국내외 B형간염 치료지침은 물론 건강보험 급여기준 개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B형간염의 약제는 간암 위험을 절반으로 낮춰주긴 하지만, 건강보험 급여가 간수치가 크게 상승했을 때 적용되는 것으로 제한돼 있어 국내 환자 중 약 18%만 치료를 받고 있다. 혈중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도 간수치가 정상이면 치료를 시작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임영석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매년 국내에서 약 1만2000명의 간암 환자가 발생하는데, 대부분 중년 남성이다 보니 심각한 사회경제적 손실과 가정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며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2000 IU/mL 이상인 성인 환자는 간수치와 상관없이 간염 치료를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새로운 기준으로 치료를 시작한다면 1년에 약 3000명, 향후 15년간 약 4만여 명의 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며 “B형간염 치료시기를 간염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으로 단순화하고 앞당기면 간암 발생을 막고 사회적인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소화기분야 최고 권위지인 ‘거트(GUT, 피인용지수 24.5)’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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