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진, 임신-출산 첫 성공
신체 조직 줄기세포 분화 확인
“향후 불임치료 연구 도움 기대”
중국 연구진이 인공배아를 활용한 영장류 임신과 출산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원숭이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세포가 높은 비율로 포함된 살아있는 ‘키메라 원숭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배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류전 중국과학원(CAS) 신경과학연구소 소장 연구팀은 게잡이원숭이의 배아줄기세포에 다양한 성장인자를 투여해 배반포 유사체를 만든 연구 결과를 9일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배반포 유사체는 실험실에서 만든 미니 장기를 의미하는 ‘오가노이드’의 일종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원숭이는 인간을 대신해 대규모 실험에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숭이 배반포 유사체를 대량으로 생성하면 임신과 관련된 유전자와 단백질을 동시에 추적하는 연구가 가능하다. 앞서 과학자들은 인간의 인공수정에 쓰고 남은 수정란을 연구에 썼지만 구하기 어렵고 생명윤리 논란도 있어 제약이 많았다. 실험용 생쥐를 사용해 만든 인공수정란은 사람과 다른 점이 많아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인간을 포함한 다른 영장류의 배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유전공학 및 종 보존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신경질환 연구는 물론 기타 생물의학 연구를 위해 보다 정확한 원숭이 실험 모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에 활용된 원숭이는 생물의학 연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장류로 긴꼬리원숭이라고도 불린다. 연구팀은 7일 된 배반포 배아에서 제거한 세포를 사용해 9개의 줄기세포를 만들고, 이를 배양해 다른 세포 유형으로 분화하는 능력을 강화했다.
원숭이 배아줄기세포는 1주일 배양 후 배반포처럼 공 모양 구조로 변하며 신체 조직과 장기를 형성하는 3가지 세포계통으로 분화했다. 연구팀은 배반포 유사체에서 얻은 6000여 개 세포의 유전자를 분석해 자연 상태의 배반포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부 세포는 호흡기와 소화기로 자라는 내배엽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확인됐고 다른 세포에서는 많은 태반 형성 유전자들이 활동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배아는 암컷 원숭이에게 이식돼 12번의 임신과 6번의 출산이 이뤄지게 했다. 이 중 살아서 태어난 원숭이 한 마리와 유산된 태아 한 마리는 몸 전체에 걸쳐 줄기세포에서 자라난 세포를 가진 ‘키메라 원숭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자들은 주입된 줄기세포에서 파생된 세포가 어느 조직에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형광 단백질 표지를 사용했다. 줄기세포에는 녹색의 형광 단백질이 표시돼 있어 동물의 줄기세포에서 어떤 조직이 성장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살아있는 원숭이의 경우 다양한 조직 유형에서 줄기세포의 기여도가 21∼92%에 달했다. 뇌, 심장, 신장, 간 등 26개 유형의 테스트 조직 전체에서 평균 67%의 기여도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또한 정자로 발전하는 세포에 줄기세포의 유래가 되는 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원숭이 배반포 유사체가 배아 발생 과정을 추적하는 기초 연구는 물론 불임 치료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알렉산드라 하비 호주 멜버른대 발생생물학과 교수는 이 연구에 대해 “인공수정란 모델은 유산과 인공수정 후 착상 실패의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했다. 알레한드로 로스 앙헬레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도 “이번 발견은 줄기세포 기반 배아 모델 연구에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키메라 원숭이 모체의 신체에서 배아의 생존과 관련한 메커니즘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안정적으로 키메라를 만드는 방법도 발전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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