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밥에이바이오 “인공지능, 양자컴퓨터로 신약 개발의 새 지평 열겠다”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11월 23일 17시 14분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으로 국내 유망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해외 진출 기회를 마련하는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올해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주관기관을 맡아 물밑에서 이들 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오라클, IBM 등 글로벌 대기업들과 손잡고 세계를 향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의 얘기를 전합니다.

지난 9월 덴마크의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기업 가치가 덴마크 전체 국내총생산(GDP)을 뛰어넘으며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이곳에서 개발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미국 유명인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다. 노보 노디스크발 경제 호황에 덴마크 정부는 연 GDP 성장률 전망치를 0.6%에서 1.2%로 상향하기도 했다. 이처럼 제약 산업에서의 획기적 신약 개발은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물론 그만한 신약은 간단히 탄생하지 않는다.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도 바이오 및 제약 분야는 유독 길고 긴 연구개발과 검증 과정을 거친다. 그나마 결과물이 나와 빛을 본다면 다행이지만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매몰 비용으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의 발전함에 따라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아낄 여지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터 기술이다. 바오밥에이바이오(Baobab AiBIO)는 바로 이러한 첨단 기술을 활용한 신약과 이를 위한 개발 플랫폼 및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이다.

노경태 바오밥에이바이오 대표 / 출처=IT동아

바오밥에이바이오는 지난 2018년 설립된 기업이지만, 그 이력을 깊이 들여다보면 훨씬 더 깊은 뿌리를 갖고 있다. 노경태 바오밥에이바이오 대표는 연세대학교 바이오융합대학원 특임 교수이자 분자설계연구소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분자설계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자 단위에서 신물질을 개발하는 기술이다. 1997년 사단법인으로 세워진 분자설계연구소는 국내 산업 종사자들에게 분자설계를 알리고 교육하는 산실 역할을 했다. 노경태 대표는 “분자설계연구소를 통해 교육을 받은 사람만 5000명 정도 된다”면서 “현장에서 분자설계로 신약을 개발 중인 인력 중 상당수가 저희 연구소 출신”이라고 말했다.

교육 사업과 함께 분자설계연구소에서는 자체적으로 분자설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이를 신소재나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신약 개발 플랫폼인 바이오-스페이스 보이저(Bio-Space Voyager)를 직접 사업화하기 위해 설립한 연구소의 스핀오프 기업이 바로 바오밥에이바이오다. 바오밥에이바이오는 이 신약 개발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후보물질 자체 개발, 제약사들과의 공동 연구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바오밥에이바이오의 신약 개발 플랫폼인 '바이오-스페이스 보이저(Bio-Space Voyager) / 출처=바오밥에이바이오

분자설계로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은 먼저 목표 단백질을 찾아 이를 바탕으로 신약 설계를 한 뒤 이에 맞는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특정 단백질의 작용이 과하거나 부족할 때 병이 생기는데, 이를 조절해 정상화할 수 있는 물질을 찾는 것이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이 실험을 거듭하며 답을 찾아나가는 방식이라면, 분자설계는 이 시행착오 과정을 일종의 실험이 아닌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한다.

노경대 대표는 “신약 개발은 실패 확률이 높아 특히 분자설계의 효과가 크다. 실험 횟수와 실패 확률을 반으로만 줄여도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특히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그 목표 단백질을 찾는 과정을 단축할 수 있고 후보 물질의 독성 또한 예측할 수 있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동물실험 등 전임상단계에서 실패할 확률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바오밥에이바이오 또한 슈퍼 스파이더(Super Spider)라는 자체 인공지능 엔진을 활용하고 있다. 거미줄처럼 넓게 펼쳐지고 서로 얽힌 데이터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바오밥에이바이오의 또다른 자랑거리 중 하나는 초저온전자현미경(Cryo-EM)이다. 초저온전자현미경은 목표 단백질을 모델링할 때 쓰는 장비다. 기존에 활용했던 엑스선(X-Ray) 결정법은 단백질 모델링을 위해 먼저 결정화라는 특수한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이 과정이 불가능한 단백질도 있어 한계가 명확했다. 하지만 초저온전자현미경은 결정화 없이도 단백질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개발한 과학자들에게 2017년 노벨화학상을 안겨줬을 정도로 획기적인 기술로 꼽힌다.

바오밥에이바이오의 초저온전자현미경(Cryo-EM) 플랫폼 / 출처=바오밥에이바이오

국내에는 공공기관이나 대학 연구기관 등을 제외하고 일반 사기업 중에서는 바오밥에이바이오가 유일하게 초저온전자현미경을 갖추고 있다고 노경태 대표는 말한다. 분자설계를 통한 신약 개발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목표 단백질의 모델링 단계의 한계를 없애주는 만큼 바오밥에이바이오와 같은 꼭 필요한 장비인 만큼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결과다. 지난 2021년 시리즈A 투자로 수혈한 160억 원의 자금 중 절반이 넘는 100억 원을 초저온전자현미경과 관련 설비에 쏟았을 정도다.

바오밥에이바이오는 현재 양자컴퓨터 분야 선두 기업인 IBM과 협력해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신약 개발 방안 또한 연구 중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이 주관하는 ‘2023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를 통해서다. 글로벌 협업 기업 프로그램은 국내 우수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으로 이를 통해 바오밥에이바이오를 비롯한 국내 양자 컴퓨팅 기술 및 응용 분야 기업들과 IBM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경태 바오밥에이바이오 대표 / 출처=바오밥에이바이오

양자 얽힘, 양자 중첩 등의 양자역학 현상을 계산에 활용하는 새로운 구조의 컴퓨터인 양자 컴퓨터는 폰 노이만 구조로 불리는 현존 컴퓨터로는 어려운 복잡한 계산도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노경태 대표는 “신약 개발 과정 중 어느 부분에 양자 컴퓨터를 활용했을 때 효과적일지 연구하며 이를 양자 컴퓨터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의 분자설계 도입의 선구자로서 이후에도 초저온전자현미경, 양자컴퓨터 등 신기술을 발빠르게 도입해온 노경태 대표는 “바오밥에이바이오를 신약 개발의 방법론을 선도하는 회사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새로운 방법론으로 많은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나아가서는 성공적인 신약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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