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바이스로 주목받는 혼합현실(MR)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 간 경쟁에 불이 붙었다.
기존 헤드셋 하드웨어 시장을 선점하던 메타가 가격을 낮춘 새로운 MR 헤드셋 ‘퀘트스3’를 출시하자, 애플 또한 MR 제품 ‘비전 프로’의 보급형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고있다. 3500달러에 달하는 높은 가격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퀘스트3 가격을 비전 프로의 7분의 1 수준(500달러)으로 책정했다. 현재 MR 헤드셋 시장 규모 자체를 키우는 게 중요한 상태라 가격은 점유율 확대에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의 IT 전문기자 마크 거먼은 뉴스레터 ‘파워 온’에서 “애플이 내부적으로 1500~2500달러대의 비전 프로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이 ‘공간형 컴퓨터’라 정의한 비전 프로는 지난 6월 애플이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처음 공개한 MR 헤드셋이다. MR은 가상현실(VR)과 달리 가상의 그래픽에 현실의 물체 등을 더해 정보를 전달한다. VR과 증강현실(AR)을 넘나드는 개념이다.
비전 프로에는 8K급 수준의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는 마이크로 OLED를 비롯해 특별히 설계한 반도체 칩이 들어간다.
애플이 2014년 ‘애플워치’를 출시한 지 9년 만에 예고한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인데, 높은 가격이 화제가 됐다. 이에 실제 구매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애플은 보급형 모델 개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보급형 모델에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돕는 ‘아이사이트’ 기능이 제외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사이트는 외부 디스플레이에 사용자의 눈을 보여줘 헤드셋을 착용하고도 상대방과 연결된 느낌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기능이다. 또한 카메라나 센서의 수도 달라질 전망이다.
메타가 9월 말 공개한 퀘스트3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관측이다. 전작 대비 부피는 40% 줄이고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을 장착해 그래픽 성능이 두 배가량 개선됐다. 퀘스트3는 카메라 총 4대와 전면부 센서 3개를 달아 MR을 지원한다. 비전 프로처럼 헤드셋을 쓰고도 외부와 소통할 수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는 VR, AR, MR을 모두 결합한 글로벌 확장현실(XR) 시장 규모가 2022년 139억달러(약 18조원)에서 2026년 약 509억달러(약 67조원)로 4배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빅테크 간 경쟁에 국내 부품사들이 수혜를 볼지도 관심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비전 프로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로는 LG이노텍(3D센서)과 LG디스플레이(플라스틱 OLED), 삼성전기(프로세서용 기판), 이녹스첨단소재(기판용 필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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