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헬스 산업’ 기술 개발 나서
미국서 열린 투자 프로그램서… 국내 스타트업 2곳 최종 수상
우주 방사선 노출 정도 측정하는… 콘택트렌즈-피부 패치 개발 예정
분변으로 장내 미생물 정보 분석… 전문가 도움 없이 건강 상태 확인
“현실이 되고 있는 우주 시대, 한국 스타트업이 우주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기술을 선도한다는 사명감으로 우주 헬스 산업에 도전합니다. 한국의 우주 헬스 관련 기술력은 미국, 영국 등 어떤 국가보다 앞서 있다고 자부합니다.”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바이오뱅크힐링’과 우홍균 김정인 서울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 ‘파프리카랩’의 자신감이다. 이 스타트업들은 제약회사 보령이 10월 주최한 우주 스타트업 투자 프로그램 ‘휴먼인스페이스(HIS) 챌린지’ 결선에서 최종 수상팀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8일 최종 수상팀 선정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 스타트업들이 개발하려는 구체적인 기술과 이들이 강조한 ‘우주 헬스’ 산업의 비전을 직접 들어봤다.
● 우주인의 건강 책임진다
바이오뱅크힐링과 파프리카랩은 우주 공간에서 머무는 우주인의 건강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도전한다. 방사선 의학 전문가들이 창업한 파프리카랩은 전문 분야를 살려 우주 공간의 방사선에 우주인들이 얼마나 노출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콘택트렌즈와 피부 패치를 개발할 계획이다.
의학물리학자인 김정인 파프리카랩 공동대표는 “인간의 장기는 부위에 따라 방사선 허용선량이 다른데 이를 초과해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며 “특히 안구는 빠르면 1개월 내에 시력 감퇴, 백내장 등이 나타날 정도로 민감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주방사선은 지구상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는 방사선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장기간 체류하는 우주인의 신체 변화 연구는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인체 장기별로 우주 방사선 노출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데이터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프리카랩 연구팀은 차세대 태양전지 재료인 ‘페로브스카이트’를 활용한 콘택트렌즈를 개발 중이다. 방사선에 노출된 페로브스카이트에서 발생하는 전하의 양을 측정해 방사선량을 측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갑상샘, 유방, 고환 등 국소 부위에는 같은 원리의 피부 패치를 개발한다.
이동호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이끄는 스타트업 바이오뱅크힐링은 사람들의 대변에서 장내 미생물을 검출, 분석해 면역력 저하나 질환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우주인의 건강 상태를 전문가의 도움없이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분변 장비와 카트리지를 개발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우주인이 자신의 분변이 든 봉투를 카트리지 통에 넣으면 기기가 자동으로 유전자(DNA)를 분석하고 결과를 우주인의 휴대전화나 태블릿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장내 미생물 정보를 분석, 우주인의 면역력이 정상 범위인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
● “국가 차원 지원 필요”
10월 미국에서 열린 HIS 챌린지 최종 결선에 참가해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우주 산업 기업과 연구진을 만난 이들은 “우주 산업은 눈앞으로 다가온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원석 바이오뱅크힐링 이사는 “우주에서의 방사선 측정과 면역력 검사를 위한 연구는 이제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이처럼 실제 제품 개발 단계까지 이른 곳은 한국뿐”이라며 “한국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글로벌 우주 헬스 산업 경쟁에서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의료기기 및 신약 허가를 위한 국가 차원의 가이드라인 보완과 든든한 지원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인 대표는 “국내법상 방사선량 측정용 콘텍트렌즈는 시력교정용 렌즈와 달리 의료기기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 경우 관련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는 한계가 있다”며 “제조하는 입장에서는 허가까지 훨씬 높은 문턱이 생기는 셈이지만, 높은 신뢰도를 위해 방사선량 측정에 대한 의료적 기준을 국내에서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원석 바이오뱅크힐링 이사도 “새 장비를 완성하더라도 이를 허가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기준이 국내에 없어 안전성을 증명하기 어렵다”며 “미국 등 선도국에서의 우주 헬스 제품 상용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선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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