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연학회 오늘 학술대회 개최
“국내 담뱃값 OECD 최하위 수준
장기적 인상으로 금연 유도를”
우리나라에서 한 해 담배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담배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한 사람은 5만8036명으로 추산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가 한 해 평균 1만 명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흡연은 코로나19보다 6배나 많은 생명을 앗아간 위험한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흡연을 ‘담배 유행병(Tobacco Epidemic)’으로 규정하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런데 보통의 질환들과는 달리 흡연은 ‘돈을 주고 사는 질병’이다. 그 때문에 담배 가격 인상은 가장 효과가 좋은 금연 정책 중 하나지만 ‘민생 경제’를 앞세운 반대 여론에 부딪혀 좌절되기 일쑤였다. 대한금연학회가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간호대 강당에서 ‘담배 가격정책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추계 학술대회를 여는 건 이러한 배경에서다.
20개비짜리 담배 한 갑은 통상 4500원. WHO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담배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평균의 63%에 불과하다(2018년 기준). OECD 38개국 중 담배가 가장 비싼 뉴질랜드와 호주에 비하면 가격이 4분의 1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담배 가격이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 멕시코 튀르키예 슬로바키아 일본 등 5곳뿐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국내 담배 가격이 오른 건 단 2번에 불과하다. 담뱃값 인상이 ‘표 떨어지는’ 정책이어서 정부들이 도입을 주저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2005년)와 박근혜 정부(2015년)가 담뱃값 인상을 단행했는데, 공교롭게도 두 정부 모두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담배회사들도 ‘개인 자유 침해’ ‘서민 부담 가중’ 등의 이유를 들며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로비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담배 가격이 8년째 제자리걸음하는 동안 소득 수준과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담뱃값은 매년 인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담뱃값 인상이 실제로 금연을 유도하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한다. 한미아 조선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2015년 담뱃값 인상의 영향으로 성인 흡연자 중 3.8%가 담배를 끊었다. 7일 학술대회에서 발표자로 나서는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보건학)는 “담뱃값을 9000원으로 올린다면 향후 10년간 6만 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발표자인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국민 소득 수준과 물가, 금연 유도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담뱃세 인상지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정부가 해온 ‘원포인트’식 담뱃값 인상으로는 체계적인 금연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것. 장기적인 계획이 없으면 표심에 민감한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실제로 OECD 38개국 중 28개국은 담뱃값 인상지수를 활용하거나, 장기적인 인상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센터장의 추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매년 담배 가격을 20%씩 인상할 경우 2030년에 우리나라 담뱃값이 OECD 평균 수준(2023년 기준 약 9000원)에 다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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